정부가 내년에도 유류세 인하를 전제로 나라 살림을 짠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는 올 들어 물가가 급등하자 7월부터 유류세를 법정 상한선인 37%까지 내린 바 있으며(휘발유 기준 ℓ당 304원 인하) 이번 유류세 인하 혜택은 연말까지만 시행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유류세 인하 종료를 전제로 세수를 전망했다가 자칫 인하 혜택이 더 이어질 경우 세수 과다 추계 논란이 일 수 있어 보수적으로 잡은 것으로 풀이된다.
12일 한병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기획재정부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정부는 “2023년 유류세(교통·에너지·환경세)는 올해와 유사한 수준의 탄력세율 적용을 전제로 추계했다”고 밝혔다. 실제 정부의 국세 수입 예산안을 보면 내년 유류세 세수는 11조 1471억 원으로 올해(11조 2306억 원)와 비슷한 수준이다. 유류세 인하 조치가 없었던 2021년 세수는 16조 5984억 원에 이른다.
교통·에너지·환경세는 휘발유·경유 등 유류에 붙는 종량세(휘발유 ℓ당 475원·경유 ℓ당 340원)로 정부 시행령에 따라 ±30% 범위에서 탄력세율을 적용할 수 있다. 법정 한도는 ±30%지만 유류세 인하를 결정하기 직전 +11%의 탄력세(휘발유 기준)가 적용되고 있었기 때문에 이를 감안해 유류세 37% 인하라는 표현이 관행적으로 쓰여 왔다.
다만 정부는 내년에도 유류세를 인하할지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유류세 인하에 따른 연간 세수 감소분이 5조 원에 이를 정도로 큰 데다가 고소득 계층이 오히려 더 큰 혜택을 누리는 역진적 요소가 있기 때문이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물가 상승에 고통을 겪는 취약 계층을 대상으로 이 돈을 쓰는 게 더 합리적이라는 판단도 있고 유류세 인하 조치로 기름 소비량이 줄지 않아 무역수지 적자 등에 미치는 부정적 요인도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