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약품(128940)이 개발한 호중구 감소증 치료 바이오 신약 ‘롤론티스’가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시판 허가를 9일(현지 시간) 획득하면서 미국 시장 진출이 가시화하고 있다.
12일 제약·바이오 업계에 따르면 한미약품은 이번에 FDA 승인을 받은 만큼 내친김에 이 약을 연내에 미국 시장에 출시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이를 위해 현지 파트너사인 스펙트럼과 함께 롤론티스 상업화 준비를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앞서 한미약품은 롤론티스의 미국 출시 제품명을 ‘롤베돈’으로 확정했으며 시장 공략을 위해 미 전역에서 영업과 마케팅 인력을 충원한 바 있다. 영업 인력들은 현재 미국 각 주에 위치한 핵심 암센터 등과 접촉을 늘려나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미약품과 스펙트럼은 미국 전역으로 확대한 영업 네트워크를 바탕으로 최대한 신속히 미국 시장에 제품을 출시할 방침이다.
한국 신약이 FDA 시판 허가를 받은 것은 이번 롤론티스가 여섯 번째다. 롤론티스는 한미약품이 처음으로 FDA 시판 허가를 얻은 약인 동시에 항암 분야 신약으로는 국내 최초로 FDA 승인을 받은 사례다. 특히 FDA 실사를 통과한 국내 공장(한미약품 평택 바이오플랜트)에서 생산해 FDA 허가를 받아 미국 시장으로 진출하는 한국 최초의 바이오 신약이라는 점도 큰 의미다. 또한 롤론티스는 바이오 의약품의 약효를 늘려주는 한미약품의 독자 플랫폼 기술 ‘랩스커버리’를 적용해 시판 허가를 받은 첫 제품이다. 권세창 한미약품 대표는 “랩스커버리의 상용화 가능성을 입증했다는 데 큰 의미가 있다”며 “랩스커버리 기반 10여 종 바이오 신약들의 미래 가치가 동반 상승할 것”이라고 말했다.
롤론티스가 미국 시장에 출시될 경우 호중구 감소증 치료제인 암젠의 ‘뉴라스타(성분명 페그필그라스팀)’와의 본격적인 경쟁이 펼쳐질 것으로 예상된다. 전 세계 호중구 감소증 치료제 시장은 약 8조 원 규모 달하며 이 중 미국이 절반인 약 4조 원을 차지한다. 현재 뉴라스타는 전체 시장의 70%를 차지하며 독주하고 있다. 뉴라스타 특허 만료 이후 바이오시밀러 제품들이 등장했지만 영향력이 미미했고 롤론티스가 제대로 된 경쟁자가 될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뉴라스타와 비교 임상을 통해 치료제 효과가 입증된 만큼 뉴라스타의 아성을 공략할 여지가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롤론티스는 뉴라스타와 비교 임상을 진행한 결과 치료제의 비열등성이 확인됐으며 절대 위험은 더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롤론티스의 임상 3상은 호중구 감소증을 앓는 초기 유방암 환자 등 총 600여 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임상 결과는 2018년도 세계암보존치료학회(MASCC)에서 공개됐는데 뉴라스타와 비교해 1차 유효성 평가 변수인 중증 호중구 감소증 발현 기간에서 비열등성 및 상대적 위험도 감소율을 입증했다. 또한 롤론티스는 뉴라스타와 비교해 절대 위험이 8.5%가량 낮았다. 부작용 발현은 두 치료군 간에 유의미한 차이는 없었다.
롤론티스는 항암 화학요법 중 흔히 동반되는 부작용인 호중구 감소증의 치료 또는 예방 용도로 쓰이는 바이오 의약품이다. 독한 항암제를 투여받는 암 환자들은 대부분 백혈구의 일종인 호중구가 줄어드는 부작용을 겪는데 ‘과립구집락자극인자(G-CSF)’ 계열인 롤론티스는 체내 면역 작용에 관여하는 과립구를 자극해 호중구 수를 증가시킨다. 한미약품은 롤론티스의 추가 임상도 진행 중이다. 항암제 투약 직후 또는 수 시간 내 롤론티스를 투약할 수 있도록 용법을 확장해 기존 치료제 대비 투약 편의성 측면에서의 장점도 확보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