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용자산 10조달러 이상을 굴리고 있는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인 미국 블랙록의 슈퍼 파워가 국내 자본시장에서도 가감없이 나타났다. 블랙록은 올 상반기 기준 국내 500대 기업의 투자 지분 가치가 25조원(5% 이상 지분 보유 기준)을 넘어서 국내 모든 사모펀드들이 들고 있는 국내 투자 기업들의 지분 가치를 5배 이상 넘은 것으로 집계됐다.
기업 분석 연구소인 리더스인덱스는 국내 매출 상위 500대 기업의 상반기 보고서를 토대로 5% 이상 지분을 보유한 사모펀드 투자사들을 분석한 결과 이같이 나타났다고 12일 밝혔다.
국내 500대 기업 중 사모펀드가 5% 이상 지분을 보유한 곳은 73곳에 달했다. 이중 외국계 사모펀드가 53곳, 국내 사모펀드가 20곳이다.
외국계 사모펀드가 보유한 상장사의 지분가치는 9월 6일 종가 기준으로 38조47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국내 사모펀드가 보유한 상장사 지분가치(4조3554억원)의 8.7배 수준이다.
외국계 사모펀드가 보유 중인 교보생명, 현대카드 등 비상장사들의 지분가치까지 합치면 지분가치 차이는 더 벌어진다.
외국계 사모펀드 중 500대 기업의 지분을 가장 많이 보유한 곳은 블랙록이었다. 블랙록 산하의 사모펀드들이 삼성전자(5.03%), 삼성SDI(5.24%), 호텔신라(5.09%), 포스코홀딩스(5.02%), 네이버(5.05%), 신한지주(5.67%), KB금융(6.02%), 하나금융지주(6.19%) 등 8개 기업의 지분을 5% 넘게 보유하고 있으며 지분 가치는 총 25조2773억원에 달했다.
이는 국내 사모펀드들이 지분 5% 이상을 투자하고 있는 기업들의 지분 가치에 비하면 5배가 훌쩍 넘는 것이다. 시장에선 블랙록이 5% 미만으로 투자하고 있는 국내 기업들의 지분 가치까지 포함할 경우 투자액이 훨씬 커질 것으로 추산했다.
외국계로는 블랙록에 이어 중국계인 텐센트가 투자 자회사 등을 통해 넷마블(17.52%), 크래프톤(13.53%), 카카오(5.96%) 등 3개 기업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으며 지분가치는 4조 3074억원으로 집계됐다.
리더스인덱스는 "해외 사모펀드는 시장에서 자연발생적으로 형성돼 법적 규제를 거의 받지 않는 반면 국내 사모펀드는 간접투자자산 운용업법에 따라 여러 규제를 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외국계 사모펀드가 20% 이상의 지분을 보유한 대기업은 현대커머셜과 교보생명으로 어피니티가 각각 25%, 24%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모건스탠리는 현대로템의 지분 24.8%를 보유하고 있다고 리더스인덱스는 전했다.
/손철 기자 runiron@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