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리자베스 2세의 서거로 전 세계 56개국으로 구성된 영국연방 내 ‘독립’ 움직임이 커질 수 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영국 국왕을 국가수반으로 두는 군주제에서 벗어나 공화제로 전환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질 수 있다는 것이다.
11일(현지 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엘리자베스 2세의 서거로 영연방 내에서 군주제 폐지에 대한 요구가 커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과거 영국이 식민 지배했던 국가들의 연합인 영연방에는 현재 56개국이 소속돼 있으며 이 가운데 호주·캐나다·뉴질랜드 등 14개국은 영국 국왕을 ‘국가원수’로 삼는 입헌군주제를 정치 체제로 삼고 있다. 그런데 엘리자베스 2세의 서거를 계기로 이참에 군주제에서 탈피해 자국 출신의 국가원수를 정하는 공화제로 전환해야 한다는 움직임이 확산될 수 있다는 의미다.
실제로 이들 나라에서 ‘이제는 영국 왕실로부터 벗어나야 한다’는 여론이 커지고 있다. 4월 여론조사 기관 앵거스리드연구소가 캐나다에서 시행한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51%는 영국 국왕을 국가원수로 인정할 수 없다고 답했다. 영국인 국가원수에 대해 찬성하는 비율은 26%에 불과했다. 특히 엘리자베스 2세의 뒤를 이어 새 국왕이 된 찰스 3세를 국가원수로 받아들일 수 없다는 비율은 67%에 달했다.
엘리자베스 2세가 서거한 지 불과 며칠 만에 이미 독립을 선언한 나라도 생겼다. 카리브해 섬나라 앤티가바부다의 개스턴 브라운 총리는 이날 “(엘리자베스 2세의 서거는) 우리가 주권국가임을 확인할 계기”라며 군주제 폐지를 위한 국민투표를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앤티가바부다도 영국 국왕을 국가원수로 인정하는 나라 중 하나다.
앞서 지난해 영국 식민지였던 카리브해 섬나라 바베이도스는 독립 55년 만에 처음으로 대통령을 선출하면서 여왕을 섬기지 않게 됐고 자메이카·바하마·벨리즈 등 이 지역의 다른 국가들도 입헌군주제에서 벗어나 공화제를 채택하려 하고 있다. 영국이 식민지에서 노예제를 운영한 ‘어두운 과거’도 이 같은 움직임의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또 다른 영연방 국가인 호주의 앤서니 앨버니지 총리도 이날 “첫 임기 동안 공화제 전환 국민투표를 추진하지 않을 것”이라면서도 군주제 폐지 가능성을 완전히 일축하지는 않았다. 앨버니지 총리는 5월 취임해 2025년까지가 임기다.
/조양준 기자 mryesandno@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