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연금·건보 의무지출 눈덩이…미래 위한 개혁 서두를 때다

연금·건강보험 등 복지를 뒷받침하는 의무 지출이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기획재정부의 2022~2026년 국가재정운용계획에 따르면 내년 예산안 총지출 639조 원 가운데 의무 지출액은 341조 8000억 원으로 전체의 53.5%에 달했다. 법에 지급 의무가 명시돼 정부의 마음대로 줄일 수 없는 의무 지출은 연평균 7.5%씩 늘어 2060년에 전체 예산의 78.8%까지 치솟을 것으로 전망됐다.


의무 지출 급증은 문재인 정부 기간에 연금 개혁을 회피하고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등 선심성 복지를 남발한 탓이 크다. 내년도 복지 분야의 법정 지출만 따져도 154조 6000억 원에 달한다. 이 가운데 국민연금 36조 2287억 원, 공무원연금 22조 6980억 원, 사학연금 4조 9185억 원, 군인연금 3조 8463억 원 등을 합해 4대 공적 연금에 대한 지출액은 67조 6915억 원에 이른다. 멀쩡하던 건강보험도 적자로 돌아서 내년 정부 지원금은 12조 원에 달한다. 전임 정부가 국가 채무를 급증시킨 데다 의무 지출 대못까지 곳곳에 박아놓아 재정 구조를 더 어렵게 만들었다는 비판이 나온다. 윤석열 정부도 병사 월급 200만 원 공약 등을 밀어붙이고 있어 걱정을 키운다. 일단 현금 복지를 제공하기 시작하면 나중에 혜택을 없애거나 줄이는 게 거의 불가능하다는 점을 직시해야 한다.


정부는 5년간 지출 증가율을 4%대로 낮춰 2025년 말까지 국가 채무를 1271조 9000억 원으로 축소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하지만 의무 지출분을 획기적으로 줄이지 못하면 정책 운신의 폭이 좁아지고 재정 건전성 확보에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 약자들을 위한 사회 안전망은 촘촘히 구축하되 성장 잠재력을 키우는 방향으로 예산 전반에 대한 구조 조정이 필요하다. 무엇보다 보험료를 올리고 지출을 줄이는 방향으로 연금과 건강보험 수술에 속도를 내야 할 것이다. 정부가 더 이상 국회에 책임을 떠넘기지 말고 서둘러 연금 개혁 로드맵을 제시해 국민을 설득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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