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상반기 대기업이 신규 사업 진출을 위해 인수합병(M&A)에 투자한 금액이 15조 원을 웃도는 것으로 나타났다. SK(034730)에코플랜트는 2조 원이 넘는 금액을 투입해 단일 회사 중 투자 규모가 가장 컸고, DL(000210)케미칼이 뒤를 이었다. SK그룹은 2019년 이후 20조 원에 육박하는 실탄을 쏟아붓는 등 국내 대기업 집단 중 M&A에 가장 적극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14일 기업데이터연구소 CEO스코어에 따르면, 국내 500대 기업 중 2022년 반기보고서를 제출한 353개 기업을 대상으로 M&A 현황을 조사한 결과 올 상반기 87건의 M&A가 성사됐다. 투자 금액은 15조 357억 원으로 집계됐다. CEO스코어는 매출액 기준으로 대기업 500곳을 선정하고 있다.
대기업의 M&A 투자는 최근 시중 금리 급등에 주춤한 양상이지만 매년 증가세를 이어가고 있다. 올 해 반기 기준으로 집계된 M&A 금액만 2019년(11조 9611억 원)과 2020년(12조 6729억 원) 연간 투자액을 넘어섰다. 역대급 호황이던 지난해 M&A 전체 규모인 29조 3263억 원과 비교해도 51.3% 수준이다. 지난해 이례적으로 큰 딜인 SK하이닉스의 인텔 낸드 사업 인수(10조 4124억 원)를 제외하면 지난해 기준 79.5%에 달하는 투자가 상반기에 집행됐다.
올 상반기 금리 인상 여파로 전체 M&A 시장은 점차 위축되는 추세였지만 대기업은 더 적극적으로 투자에 나섰다. M&A 시장의 다른 한 축인 사모펀드(PEF)가 자금 조달에 어려움 겪었지만 자체 현금과 신사업 진출 수요가 있는 대기업은 투자 고삐를 당겼다. 이 같은 흐름이 이어지면서 올해 넉넉한 실탄을 보유한 대기업 중심으로 M&A 시장이 재편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기업별 투자 현황을 보면 SK에코플랜트가 4건의 M&A에 2조 598억 원을 투자했다. SK에코플랜트는 싱가포르 전기·전자 폐기물 기업 TES 인수에 1조 3699억 원을 썼다. 또 삼감엠앤티(3426억 원), 클렌코(2151억 원), 제이에이그린(1322억 원)을 인수했다. 삼강엠앤티는 해상풍력 하부구조물 제작사고 나머지 기업들은 폐기물 처리 기업이다.
이어 DL케미칼이 1조 8643억 원을 투자해 두 번째로 투자 금액이 컸다. DL케미칼은 미국 화학회사 크레이튼 1곳에 투자했다. 대한항공은 아시아나항공 투자에 1조 8000억 원을 집행해 3위였다. 다만 대한항공의 아시아나 인수는 지난해 계약을 체결했지만, 해외 공정거래 당국의 승인이 지연되고 있다. 이어 CJ ENM(9337억 원), 현대백화점(8890억 원), 포스코인터내셔널(8011억 원), 고려아연(7661억 원), LX인터내셔널(7021억 원), SK하이닉스(5758억 원), SK(4535억 원) 순으로 투자 금액이 많았다.
카카오는 건수 기준 가장 많은 M&A를 집행했다. 2040억 원을 들려 총 13곳의 기업을 인수했다. SK에코플랜트·LX인터내셔널·SK·네이버는 각각 4곳을 인수했다. 쌍용차 등을 인수한 KG케미칼과 미국 제약사 메리디안 등을 사들인 SD바이오센서는 각각 3곳을 품었다.
업종별로는 건자재 기업 M&A가 2조 7779억 원으로 가장 큰 규모였다. 이어 석유화학(2조 5936억 원), 유통(2조 5049억 원), 운송(1조 8000억 원), 상사(1조 5032억 원), 서비스(1조 3541억 원) 순이었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지정한 76개 기업집단 기준으로 보면 SK그룹은 올 상반기 10건의 M&A에 3조 1004억 원을 투자했다. 이는 전체 기업집단 중 가장 큰 금액이다. DL그룹(1조 8643억 원·1건), 한진그룹(1조 8000억 원·1건), △포스코그룹(1조 1068억원·2건)도 1조 원 이상의 금액을 투자했다.
조사 기간을 2019~2022년 상반기로 늘려 봐도 SK그룹의 투자 금액이 가장 컸다. SK그룹은 이 기간 42개 기업을 19조 6868억 원에 사들였다. 넷마블(5조 83억 원·16건), 신세계그룹(4조 8099억 원·10건), CJ그룹(3조 8042억 원·17건), LG그룹(2조 6632억 원·24건)이 뒤를 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