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권자금마저 20개월 만에 순유출…원화 가치는 튀르키예보다 떨어져

2020년 12월 이후 20개월 만에 순유출
주식 30억弗 유입돼 전체는 17억弗 유입
튀르키예 리라화보다 원화 하락 폭 커



6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위변조대응센터에서 직원이 달러를 정리하고 있다. 연합뉴스

과거 한미 금리가 역전됐을 때도 국내로 유입됐던 외국인 채권자금이 20개월 만에 순유출 전환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b·연준)의 빠른 긴축에 금리가 크게 상승한 데다 만기가 돌아오는 채권 규모가 다른 때보다 많았기 때문이다. 주식자금은 오히려 유입된 만큼 한미 금리 역전 영향은 크지 않았다는 평가다.


14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국제금융·외환시장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외국인의 국내 증권투자자금은 17억 1000만 달러 순유입됐다. 7월(37억 달러)에 이어 순유입이 두 달째 지속됐지만 유입 규모는 절반 수준으로 줄어들었다. 연간 누적 증권투자자금은 48억 3000만 달러 순유입됐다.


증권투자자금 유입 규모가 크게 줄어든 것은 19개월 연속으로 유입됐던 외국인 채권자금이 순유출로 전환했기 때문이다. 8월 외국인 채권자금은 13억 1000만 달러 유출됐는데 이는 2020년 12월(-1억 7000만 달러) 이후 20개월 만에 처음이다. 다만 주식자금은 국제유가 하락, 양호한 미 경제지표 등으로 투자심리가 개선되면서 30억 2000만 달러가 순유입됐다.


한은 관계자는 “공공자금은 연준의 긴축 강화 경계감으로 금리가 크게 상승한 가운데 만기 도래 규모가 평소보다 큰 영향을 받았다”며 “민간자금은 지난달 차익거래 유인이 축소되면서 상업은행을 중심으로 크게 감소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한미 금리 역전 영향은 크지 않았다는 평가다. 미 연준이 7월 말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정책금리를 2.25~2.50%로 0.75%포인트 인상하면서 지난달 말 한은이 기준금리를 2.50%로 올리기 전까지 약 한 달 정도 한미 금리가 역전된 바 있다.


한은 관계자는 “7월부터 금리가 역전됐는데 당시엔 채권자금이 크게 유입됐고 이달 주식자금이 유입된 것도 한미 금리 역전보다는 다른 요인 영향을 크게 받았기 때문”이라며 “(채권자금 순유출 전환이) 한미 금리 역전과 직접적인 연관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원·달러 환율은 7일 1384원 20전으로 2009년 3월 30일(1391원 50전) 이후 최고치를 기록하는 등 큰 폭의 상승세를 보였다. 제롬 파월 미 연준 의장의 잭슨홀 연설, 중국 경기 둔화 우려에 따른 위안화 약세, 우리나라 무역수지 적자 폭 확대, 유로 지역 에너지 공급 차질 우려에 따른 투자 심리 위축 등 영향을 받았다.


특히 원화 가치 하락세가 두드러진 것으로 나타났다. 8월 1일부터 9월 12일까지 주요국 통화가치 변화율을 보면 원화 가치는 미 달러화 대비 5.9% 하락했는데 이보다 더 가치가 떨어진 통화는 일본 엔화(-6.7%)뿐이다. 원화 가치는 영국(-4.1%), 중국(-2.7%), 남아프리카공화국(-2.6%), 튀르키예(-1.7%), 유로(-1.0%), 인도(-0.4%), 인도네시아(0.0%) 등보다 더 큰 폭으로 떨어진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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