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직장인 김모씨. 코로나19 이후 고강도 거리두기 시행으로 미뤄놨던 일정을 소화하느라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재택근무 기간 활동량이 줄어든 사이 불어난 체중도 걱정이지만, 오랜만에 마스크를 벗자니 신경쓰이는 부분이 한두곳이 아니다. 특히 컴플렉스였던 사각턱이 유독 도드라져 보여 보툴리눔톡신 시술을 받기로 마음 먹었다.
평소 자주 지나치던 회사 근처의 피부과 의원을 찾은 김씨. 보툴리눔톡신 제품 종류가 생각보다 다양한 데다 가격도 천차만별이어서 어떤 제품을 선택해야 할지 혼란스러워졌다. 보툴리눔톡신 시술을 고민하는 이들은 어떤 기준으로 제품을 선택하는 것이 좋을까.
보툴리눔톡신은 가장 보편화된 미용성형 시술로 꼽힌다. 국산 제품이 다수 출시되어 있는 우리나라에서는 비용이 저렴한 데다 주위에서 반복적으로 시술을 받는 이들이 많아 김씨처럼 시술 경험이 전무한 이들에게도 부담이 적다. 그런데 보툴리눔톡신 시술을 받는 소비자 2명 중 1명은 어떤 제품인지도 모른 채 투약을 받는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반복 시술을 받는 이들이 늘어나면서 안전성에 대한 인식이 높아졌지만, 정작 제품명은 물론 권장 시술 주기도 모르는 경우가 많아 관련 인식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대한코스메틱피부과학회는 14일 서울 중구 소재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서울 및 수도권 지역에서 보툴리눔톡신 시술 경험이 있는 20~45세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8월 한달간 인식조사를 진행한 결과 이 같이 나타났다고 밝혔다.
보툴리눔톡신 시술에 대한 수요는 갈수록 증가하는 추세다. 이날 공개된 조사 결과에 따르면 연평균 2회 이상 보툴리눔톡신 시술을 받는 소비자가 전체 이용자의 82% 비중을 차지했다. 2017년 조사 결과(65%)와 비교하면 5년새 17%P 증가한 것이다. 안면주름 개선, 사각턱 교정과 같이 미용 목적으로 반복 시술을 받는 패턴이 형성되고 편두통 등 치료 분야로도 활용 범위가 넓어지면서 안전성에 대한 관심도 한층 높아졌다.
실제 보툴리눔톡신 제품을 선택할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요소를 묻는 질문에 응답자의 83.3%가 안전성을 꼽았다. 그 밖에 효과 및 지속 기간(65.6%), 가격(55.8%), 브랜드 인지도(30.7%), 병원 추천(20.7%), 제조공정 및 성분(18%)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안전성, 오랜 효과, 비용 순으로 제품을 선택하는 현상은 동일하지만 안전성을 중요하게 여기는 비중이 매년 더 높아지고 있다는 게 학회 측의 진단이다. 과거보다 브랜드 인지도를 비롯해 시술 제품의 제조공정, 성분 등으로 관심 영역이 확대된 것도 특징으로 꼽힌다.
그에 반해 본인이 시술 받은 톡신 제품명을 모른다는 응답은 51.3%에 달했다. 톡신의 부위별 권장 시술 주기를 '모른다'는 응답은 64.4%로 더욱 많았다. 전체 이용자의 과반수가 제품명은 물론 권장 시술 주기를 모른 채 보툴리눔톡신 시술을 받았다는 의미다.
특히 응답자의 49.5%가 ‘시술 제품의 정보가 충분하지 않을 때 불안감을 느낀다’고 답해 안전성 정보에 대한 미충족 수요가 높다는 점을 짐작케 했다. 불안감을 느끼는 이유로는 응답자의 72.6%가 ‘안전한 제품인지 확실하지 않다'고 답했는데, ‘정품이 아니거나 이미 개봉된 제품일까봐'(58.4%), ‘합리적인 가격인지 확실하지 않아서'(27.2%) 등의 답변도 있었다. 보툴리눔톡신의 안전성과 직접적으로 연관돼 있다면 제품의 ‘제조 공정 및 성분’에 대해서도 병원에서 안내받기를 원한다는 응답도 86.4%나 됐다.
학회는 안전한 보툴리눔톡신 시술의 중요성을 알리기 위해 대국민 캠페인을 펼치겠다는 방침이다. 설문 결과 내성 등 보툴리눔톡신 시술의 안전성에 대한 소비자의 인식이 상당히 개선되는 동시에 시술 병원에 대한 의존도가 더욱 높아진 경향이 포착된 만큼, 병원 차원에서 제품 정보를 더 상세하고 적극적으로 제공해야 할 필요성을 인지했다는 것이다.
학회에 따르면 보툴리눔톡신은 제품별로 내성 발생 정도가 다른 데다 고용량을 자주 맞을 경우 내성 등 부작용 발생 위험이 더욱 높아진다. 특히 승모근, 종아리와 같이 안면 이외의 부위에 시술을 받는 경우 투여량이 많아 더욱 주의가 필요하다.
서구일 대한코스메틱피부과학회 부회장(모델로피부과 대표 원장)은 "해외에 비해 보툴리눔톡신 가격이 저렴한 우리나라는 1회 100유닛 이상 투여하는 바디톡신을 많이 사용한다"며 "한 달 이내에 재시술을 받거나 1회 시술에 고용량을 투여하는 경우, 복합 단백질이 들어있는 제품을 쓰는 경우에는 더욱 내성이 생기기 쉽다"고 말했다. 보툴리눔톡신 시술을 받을 때 제품의 가격 뿐 아니라 장기간 사용 데이터가 축적되고 내성 위험으로부터 자유로운 제품을 선택해야 한다는 것이다. 시술 제품의 내성분, 안전성을 비롯해 내성 발생 가능성과 지속 가능한 시술 주기를 확인하는 것도 중요하다.
학회는 이날 행사에서 이 같은 내용이 담긴 '톡신 소비자 권리장전'을 공개했다. 소비자 인식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대한피부과코스메틱학회와 의료 전문가, 에스테틱 인플루언서, 트렌드 전문가 등으로 구성된 ‘내성분 캠페인’ 자문단의 논의를 거쳐 완성된 이번 장전은 소비자가 보툴리눔톡신 시술에 있어 자신의 알 권리를 지켜 올바른 정보를 얻도록 돕기 위해 제작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