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플레이션으로 금리인상이 가팔라지면서 막대한 단기채무를 보유한 조선사들이 현금 곳간이 메마르고 있다. 과거 저가 수주로 부족해진 현금을 메우기 위해 발행한 채권의 만기가 속속 돌아오는 가운데 금리까지 높아지면서 상환 부담이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최근 역대급 수주호황으로 벌어들인 돈의 상당부분을 이자로 반납하게 됐다는 볼멘소리도 나온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8월 말 기준 현대삼호중공업은 3214억원 규모 회사채를 1년 안에 상환해야 한다. 같은 기간 현대중공업(329180)도 회사채 2400억원을 갚아야 한다. 현재 주요 조선사들은 과거 대규모 저가 수주 물량 영향과 최근 원자재 가격 급등에 따른 원가 부담으로 현금 여력이 좋지 않아 차환을 통해 빚 상환을 연장해야 한다. 차환이란 이미 발생된 채권을 새로 발행된 채권으로 상환하는 것을 뜻한다. 하지만 이 경우 과거 저금리때 발행한 채권에 비해 이자부담이 급증하는게 문제다.
실제 신용등급 BBB인 현대삼호중공업은 회사채를 발행할 경우 6% 안팎의 이자율로 돈을 빌려야 한다. 2년 전 3.5% 대비 2배 가까이 금리가 오른 것이다. 1년 안에 빚을 내 채권을 상환한다면 단순 계산으로도 연 100억원에 가까운 이자를 추가로 내야 한다. 신용등급이 A-인 현대중공업도 2년 전 2%대 금리에서 자금을 조달하다가 이제는 4% 안팎 이자율을 감내해야 한다.
조선사들은 지난해부터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수주량이 급격하게 늘어나고 있지만 실제 현금이 들어오기까지 2~3년이 걸린다. 이에 당장은 과거 저가 수주로 인해 현금흐름이 좋지 못하다. 실제 현대중공업의 올 상반기 영업활동으로 인한 현금흐름은 179억원으로 전년 동기(1075억원)에 비해 크게 줄었다.
이 때문에 조선사들은 보유현금을 총동원해 회사채 상환비율을 최대한 높이려 허리띠를 졸라매고 있다. 삼성중공업(010140)은 올 초만 해도 1700억원 규모 회사채 상환 규모를 최근 400억원까지 줄여놨으며 자금 조달처 다변화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매출 증가에 따른 영업지출 등 비용을 감안해 현재 수준의 차입금을 유지하며 현재 2400억원 규모 회사채 대다수를 차환해 추가 이자를 부담한다는 방침”이라고 말했다.
대우조선해양(042660)도 산업은행이 보유한 2조 3300억원 규모 영구채 금리 부담에 시름하고 있다. 대우조선해양 관계자는 “영구채 이자율은 다시 채권단과 협상을 해야 해 현 시점에서 얼마나 이자부담이 늘어날지 알수 없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