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탁을 목적으로 10억원대 금품을 수수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전 더불어민주당 사무부총장 이정근씨가 전 정부 시절 정치권 인사들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다며 각종 청탁을 명목으로 수시로 금품을 요구해왔다는 증언이 나왔다. 검찰은 사건관계인들로부터 확보한 휴대폰과 메신저 대화내용을 토대로 이 같은 진술의 신빙성을 따져보고 있다.
15일 서울경제의 취재를 종합하면, 6·1 지방선거가 끝난 직후인 6월 초순경 사업가 박모씨의 요청으로 민주당 소속의 정치인들이 모인 자리가 만들어졌다. 박씨는 당시 금전문제로 이씨와 갈등을 겪던 시기였다. 박씨는 이 자리에서 이씨를 처음 알게 된 경위와 그에게 왜 돈을 줬는지를 2시간에 걸쳐 설명했다고 한다.
박씨는 2019년 1월 투자회사를 사는데 도움을 받을 목적으로 후배를 통해 ‘민주당 로비스트’라고 불리는 이씨를 소개받았다고 한다. 이씨는 자기가 중간 역할을 하겠다면서 “모 장관의 사위와 밥을 먹어야 하니 3000만원을 달라”고 요구했다는 게 박씨의 주장이다. 박씨는 이씨가 자신을 ‘오빠’라고 부를 정도로 친해졌는데, 이후에도 이씨가 여러 사업 및 인사 청탁을 빌미로 한 번에 수천만원에서 수억원을 가져갔다고 말했다.
박씨가 전한 말에 따르면 이씨는 코로나19로 마스크 품귀현상이 일어났을 당시 “마스크 공장 허가를 보름 안에 내줄테니 모 식약처장에게 전달할 현금을 달라”는 취지의 문자를 보냈다고 한다. 또 “(정부 핵심 관계자인)A씨를 통해 (지인을)공기업에서 승진시켜주겠다”, “B건설사 사장 자리를 A씨에게 2억원을 주고 부탁하기로 합의했다”며 돈을 요구했다고 한다.
이씨는 또 민주당의 당내 선거 과정에서 쓸 선거자금도 박씨에게 요청했다고 한다. “(이씨가) C의원을 최고위원으로 만든다고 1억원을 가져갔다”, “(이씨가) D의원의 당내 경선을 위해 역할을 해달라고 했다” 등의 말을 박씨가 당시 회의에서 전했다고 한다.
이씨는 또 유력 정치인들의 실명을 거론하며 이들과의 메신저 대화내용까지 보여주면서 친분을 과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 역시 박씨에 대한 두 차례 소환조사와 사건관계자들로부터 압수한 휴대폰 포렌식 작업 등을 통해 박씨가 제기한 의혹을 뒷받침하는 단서들을 찾은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이번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2부(김영철 부장검사)은 현재 사건의 본류인 이씨가 박씨로부터 받은 돈의 성격이 불법 정치자금과 알선수재 중 어디에 해당하는지를 들여다보고 있다. 특히, 계좌추적 등 자금흐름을 추적하면서 박씨의 진술 신빙성을 확인하고 있다. 만약 박씨의 돈이 이씨를 거쳐 실제로 정치권 인사에 흘러들어간 정황이 드러나다면 수사 규모가 대폭 확대될 가능성이 제기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