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희연 "학생인권조례 폐지는 퇴행…교권도 존중돼야" [인터뷰]

기초학력 저하 비판 겸허히 수용
'보완적 혁신의 길' 가겠다
특수학교 추가 위해 대상지 검토중
다문화 학생들엔 교육 지원 강화
교부금 개편, 유아 무상교육과 연계
농촌유학, 전라도 이어 강원·경북도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이 서울 종로구 서울시교육청에서 진행된 서울경제와의 인터뷰에서 3기 정책 방향을 설명하고 있다. 권욱 기자

“진보 교육이나 혁신 교육이 완전하다는 법은 없습니다. 기초학력 저하나 교권 추락 문제 등에 충분히 대처하지 못했다는 비판과 지적을 겸허히 받아들이고 큰 틀에서 ‘보완적 혁신’의 길을 가겠습니다.”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은 6일 서울 종로구 서울시교육청에서 진행한 서울경제와의 인터뷰에서 “보수 진영의 비판도 받아들여야 하는 것은 수용하겠다”면서 이같이 강조했다.


조 교육감은 6월 1일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와 함께 치러진 교육감 선거에서 승리해 서울 최초의 ‘3선 교육감’이라는 타이틀을 거머쥐었다. 이번 3기 임기를 마치면 서울 학생 중에는 초등학교부터 고등학교까지 12년간 ‘조희연표 교육’을 받은 ‘조희연 세대’가 탄생한다. 그만큼 조 교육감의 책임감은 크다. 특히 조 교육감은 이번 선거에서 38.10%를 득표해 당선됐는데 이는 단일화에 실패해 각각 출마한 중도·보수 진영 후보 세 명의 득표율 합보다 낮다. 개별 후보로는 진보 성향의 조 교육감이 서울 시민으로부터 가장 많은 지지를 받았지만 진보·보수 교육의 구도로 볼 때는 보수 교육 정책을 택한 시민들이 더 많았다는 의미다.


이에 조 교육감은 그간 보수 진영으로부터 제기된 비판도 수용할 점은 받아들이는 ‘보완적 혁신’을 3기 정책의 목표로 내세웠다. 보수 진영이 집중 공격했던 ‘기초학력 저하’ 문제가 대표적이다. 조 교육감은 “기초학력 저하 문제에 대해 책임감을 느낀다”며 “다만 기초학력 진단을 위해 실시하는 평가 결과를 공개하는 것은 학교 서열화 등 낙인 효과를 불러올 수 있기 때문에 이를 우회하면서도 제대로 진단·처방할 수 있는 방안을 내놓기 위해 고민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기초학력 부진은 많은 원인이 있고 그에 맞는 처방도 다양하다”며 “기본적으로는 기존의 ‘3단계 기초학력 보장 방안’을 내실화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주로 보수 교육계가 강하게 요구하는 ‘교권 보호’ 역시 핵심 과제다. 조 교육감은 “실효성 있는 교육활동 보호를 위한 법·제도적 기반을 구축할 것”이라며 ‘서울시교육청 교육활동 보호 조례’ 제정 계획을 밝혔다. 조례에는 ‘교육활동 보호를 위한 교육주체의 책무 강조’ ‘학교 방문자의 학교 출입 제한을 위한 법적 근거 마련’ ‘학교의 정당한 교육활동에 심각한 지장을 초래하는 학생에 대한 치료 등 조치 시행’ 등의 내용이 담길 예정이다. 학생 인권 조례를 폐지하자는 주장에 대해 조 교육감은 “학교 인권 조례 폐지는 과거로 퇴행하자는 것”이라며 “교권과 학생 인권은 상충하는 것이 아니며 둘 다 존중돼야 할 가치”라고 강조했다.


조 교육감은 임기 1·2기의 성과로 특수학교 설립을 꼽았다. 그는 “서진학교·나래학교·동진학교 등 특수학교 3곳을 설립했다”면서 “3기 임기 내 한 곳을 더 설립하기 위해 수요가 많은 지역을 대상으로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다문화 학생을 위한 지원 시스템 강화도 3기 목표 가운데 하나다. 조 교육감은 “다양하고 풍부한 문화적 풍토를 바탕으로 특별한 감각을 지닌 다문화 학생이 우리 사회의 인재로 성장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며 “특히 한국어 교육과 관련해 철저한 지원을 받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지방교육재정교부금 개편 문제에 대해 조 교육감은 저출산 시대를 맞아 유보 통합에 기초한 보육·유아교육의 국가 책임 체제를 만드는 것과 연계해 논의할 것을 제안했다. 그는 “초중등교육 예산을 고등·평생교육 분야로 이관하려는 과정에서 불필요한 갈등을 빚기보다는 전면 무상 보육·유아교육 등 완벽한 국가 책임 체제를 만들기 위한 사회적 논의와 연계해 교육교부금 문제에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이 서울 종로구 서울시교육청에서 진행된 서울경제와의 인터뷰에서 농촌유학 프로그램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권욱 기자

역점 사업으로 추진 중인 ‘농촌 유학’ 프로그램에 대해선 “기후위기나 환경 파괴 정도가 이미 지구의 생태 용량을 초과한 만큼 아이들이 자연 친화적인 생태 감수성을 갖추는 것이 절박한 상황”이라며 “이러한 현실에서 농촌 유학은 세계에 자랑할 만한 교육 프로그램”이라고 자평했다.


농촌 유학은 서울 학생들이 농촌의 소규모 학교로 전학해 6개월 이상을 생활하며 생태 감수성을 갖춘 시민으로 성장하도록 지원하는 프로그램이다. 최대 1년간 매달 수십만 원의 지원금을 지급한다. 2019년 전남도교육청과 업무협약을 맺고 지난해 1학기부터 실시됐으며 현재까지 약 700명의 학생이 참여했다.


일각에서 ‘농촌 유배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되지만 농촌 유학에 대한 학생·학부모의 반응은 뜨겁다. 조 교육감은 “연장률이 70%나 되고 지원금 지급 기간이 종료돼도 농촌에 남기로 한 아이들의 비율이 20%가 넘는다”며 “아이가 자연에서 맘껏 뛰놀며 겪는 긍정적인 변화를 경험했기 때문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전남에서만 실시됐던 프로그램은 전북으로 확대된다. 각 지역의 특성을 결합해 ‘테마형 프로그램’으로 진화하고 있다. 조 교육감은 “태권도의 성지로 떠오른 무주에서는 태권도를, 남원에서는 농악을 배우는 등 지역의 특성을 살리는 방향으로 아이디어를 발전시켰다”며 “농가를 섭외하기가 어렵고 거주환경이 불편하다는 지적을 반영해 전북도청과 협력 체계를 구축해 숙소 문제를 해결하는 방안을 강구 중”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앞으로 강원·경북도로도 확대할 것”이라면서 “농촌 유학은 도시 학생들에게는 특별한 경험을, 지역 입장에서는 마을 소멸과 학생 수 감소 문제를 일정 부분 해결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