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가스 밸브 잠그면 韓 반도체·조선·차 줄줄이 타격

천연가스 의존도 높은 EU 경제 직격탄
獨 부품 쓰는 ASML 타격시 설비투자 위축
겨울철 수급 불안에 전기·가스 요금 인상 우려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에 있는 국영 가스회사 가스프롬의 본사 사옥. 연합뉴스

러시아가 천연가스 공급을 중단할 가능성이 고조되면서 유럽연합(EU) 경제 타격이 반도체·조선·자동차 등 우리나라 주력 산업까지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겨울철 에너지 수급마저 불안해지면 전기·가스 요금의 추가적인 인상 압력이 발생해 물가를 더욱 자극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15일 한국은행 조사국은 ‘러시아 가스공급 중단 관련 EU 생산차질 및 국내 산업 리스크 점검’ 보고서를 통해 이같이 밝혔다. 겨울철이 다가오면서 러시아의 대(對) EU 천연가스 공급 전면 중단이 글로벌 경제 최대 리스크로 떠오르자 이로 인한 국내 영향을 긴급 점검한 것이다.


러시아산 천연가스 공급은 이미 감소 중이다. 러시아 국영 에너지기업인 가스프롬은 이달 초 긴급 정비 등을 이유로 주요 가스관 중 하나인 노드스트림1 운영을 무기한 중단하는 등 EU에 대한 가스공급을 줄이고 있다. 이달 1~12일 러시아의 EU 천연가스 공급 규모는 하루 평균 7000만 입방미터로 전년 동기(3억 7000만 입방미터) 대비 20% 수준으로 급감했다. 이에 천연가스 의존도가 높은 유럽 경제의 생산 차질과 수요 둔화는 불가피해졌다.


EU 경제가 흔들리면 국내 산업 역시 타격을 피할 수 없다. 먼저 에너지 시장 수급 불안이 나타날 가능성이 제기된다. 국내 액화천연가스(LNG) 재고가 예년 평균 수준을 상당폭 밑도는 상황에서 러시아 가스공급 중단과 겨울철 수요 확대가 맞물리면 각국의 LNG 확보 경쟁이 격화되고, 이로 인해 국내 에너지 수급이 불안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천연가스 도입 가격이 오르면 공기업 수익성이 악화될 뿐만 아니라 전기·가스 요금의 추가적인 상승 압력이 나타날 수 있다.


EU산 핵심 자본재·중간재 공급 부족으로 조선·반도체·자동차 등 주력 산업도 생산에 차질을 빚을 것으로 우려된다. 조선업은 독일·오스트리아로부터 수입하는 선박 엔진·부분품, 자동위치유지장치(DPS) 등을 대체하기 어렵다. 반도체는 설비투자가 제약될 수 있다. 세계 유일 극자외선 노광장비(EUV) 생산업체인 ASML 역시 렌즈 부품을 독일 칼자이스로부터 독점 공급 받는 만큼 연쇄적인 생산 차질이 나타날 수 있기 때문이다. 화학은 나프타 가격 상승, 철강은 전기 요금 인상 등으로 인한 생산원가 부담이 늘어날 가능성이 제기된다.


한은 관계자는 “우리나라는 에너지 수입의존도가 높고 그동안 적극적인 글로벌 밸류 체인(GVC) 참여로 해외 공급망 충격에도 상당 부분 노출돼 있다”며 “에너지 수급 안정 노력을 강화하는 한편 우리 경제 영향이 큰 수입 품목들을 중심으로 선제적 재고 확보, 수입선 다변화 등을 추진해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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