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부가 소아성기호증(소아성애) 성향을 가진 아동성범죄자는 형기를 마쳐도 치료감호에 처할 수 있도록 법 개정을 추진한다. 미성년자 10여 명을 연쇄 성폭행한 혐의로 15년을 복역한 김근식(54)의 출소를 한 달여 앞두고 시민 불안이 커지자 재범 방지 대책을 내놓은 것이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은 15일 오후 정부과천청사에서 브리핑을 열고 이 같은 내용의 치료감호법 개정안을 다음 주 중 입법 예고한다고 밝혔다. 치료감호란 재범 위험성이 있는 약물중독·소아성기호증 등 성향의 범법자를 국립법무병원 등 시설에 구금한 뒤 정신과 치료를 병행하는 처분을 말한다.
현행 치료감호법에 따르면 소아성기호증 등 장애를 가진 성폭력 범죄자는 항소심 변론 종결까지 검사의 청구가 있으면 최대 15년 동안 치료감호에 처할 수 있다. 그러나 법무부는 현행 규정이 아동성범죄자의 재범을 막는 데는 부족하다고 보고 사후에도 치료감호할 수 있게 관련 법을 대폭 손보기로 했다.
먼저 13세 미만 아동에게 성범죄를 저지른 전자 감독 대상자 가운데 재범 위험이 높고, 준수사항 위반 전력과 소아성기호증이 있는 사람에게는 청구 기간이 끝난 뒤라도 ‘사후 치료감호’를 할 수 있도록 특례 규정을 만들기로 했다.
또한 살인 범죄자에만 매회 2년·최대 3회까지 치료감호를 연장할 수 있다는 법을 개정해, 재범 위험이 높은 소아성애 아동성범죄자에겐 횟수 제한 없이 치료감호 기간을 연장할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법무부는 이와 함께 출소를 앞둔 김근식에 대한 관리·감독 강화 대책도 제시했다. 김씨에게는 위치추적 전자장치(전자발찌)를 부착하고, 전담 보호관찰관을 배치해 24시간 준수사항 위반 여부를 감시하는 등 행동을 통제한다.
과거 그의 범죄 수법을 고려해 19세 미만 여성과 접촉을 금지하고, 오후 10시부터 다음날 오전 9시까지 외출 제한·주거지 및 여행제한 등 추가 준수사항도 부과할 방침이다.
법무부는 김씨가 준수사항을 어길 경우에는 현행범 체포·부착 기간 연장 등 엄정하게 조처하는 한편, 김씨의 왜곡된 성인식과 범죄성향을 개선하기 위해 개별 심리치료 등도 병행할 계획이다.
한 장관은 “치료감호는 과거 범죄를 재차 처벌하자는 게 아니라 재범을 막기 위해 보안처분을 하는 것”이라며 이중 처벌이 아니라는 점을 강조했다.
이어 “적어도 소아성기호증이 명백하고 치료가 안 된 아동성범죄자가 사회를 활보해선 안 된다는 생각”이라며 “현행법 시스템 하에서 법무부가 할 수 있는 건 다 해보자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소아성기호증은 완전한 치료가 쉽지 않다는 것이 의학계의 판단이고, 살인의 습벽과는 좀 다르다. 형기 차이도 있다”며 살인범죄자와 달리 기간 연장에 제한을 두지 않는 이유를 설명했다.
김씨는 지난 2006년 5∼9월 인천 서구·계양구와 경기 고양·파주 등지에서 미성년자 11명을 잇달아 성폭행한 혐의로 징역 15년형을 선고받고 복역해왔다. 그는 2000년 강간치상죄로 징역 5년을 선고받고 복역했다가 출소 16일 만에 또다시 이 같은 범행을 저질렀다.
김씨의 출소 소식이 전해지면서 그의 범행지역이었던 인천 등 수도권 지역 주민을 중심으로 불안감이 커져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