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인재 해외서 탐내…안 뺏기려면 산학연 경계없는 교육환경 절실"

[미래컨퍼런스2022]
세션3:미래 성장동력 확충을 위한 국가인재 양성전략
기술패권시대, 우수인력이 국가 핵심자원…쟁탈전 치열
학교서 강의 듣고 논문 쓰는 획일적 교육으론 육성 한계
美미네르바 대학처럼 실무현장서 문제해결 능력 키워야

정진택(왼쪽부터) 고려대 총장, 정병선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장, 권오경 한국공학한림원 회장, 이찬규 중앙대 인문콘텐츠연구소장이 15일 서울 신라호텔 다이너스티홀에서 열린 서울경제 미래컨퍼런스 2022에서 미래 성장 동력 확충을 위한 국가 인재 양성 전략을 주제로 토론하고 있다./권욱 기자

정진택(왼쪽부터) 고려대 총장, 정병선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장, 권오경 한국공학한림원 회장, 이찬규 중앙대 인문콘텐츠연구소장이 15일 서울 신라호텔 다이너스티홀에서 열린 서울경제 미래컨퍼런스 2022에서 미래 성장 동력 확충을 위한 국가 인재 양성 전략을 주제로 토론하고 있다./권욱 기자

정병선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장이 15일 서울 신라호텔 다이너스티홀에서 열린 서울경제 미래컨퍼런스 2022에서 미래 성장 동력 확충을 위한 국가 인재 양성 전략을 주제로 강연하고 있다./권욱 기자

"포드에서는 한국의 배터리 기술이 우수하니까 한국어를 할 줄 아는 직원을 우대하는 등 관련 인재를 끌어들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전 국가가 반도체·인공지능(AI)·바이오 등 핵심 분야에서 우수한 한국 인재를 블랙홀처럼 빨아들이고 있어요. 그야말로 인재 확보 전쟁입니다.”


정병선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 원장은 15일 서울 신라호텔 다이너스티홀에서 개최된 ‘서울경제 미래컨퍼런스 2022’에서 ‘미래 성장 동력 확충을 위한 국가인재 양성 전략’이라는 주제의 강연을 통해 “첨단 과학기술이 국가 패권으로 이어지는 기술패권 시대에는 우수 인력이 국가 전력의 핵심”이라며 이같이 설명했다.



정진택 고려대학교 총장

정 원장은 핵심 인재가 마음껏 활약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청년 신진 연구원이 빠르게 성장할 수 있도록 지원을 강화하고 고학력의 은퇴 과학자도 활동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해 국가 차원의 고민이 절실하다”며 “특히 해외 인재도 우리의 주요 자산으로 보고 필요할 때 글로벌 인재를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을 적극적으로 강구해야 한다”고 짚었다.




권오경 한국공학한림원 회장

인재를 키우려면 “학습 방법의 대전환이 필요하다”고도 했다. 단순히 학교에서 강의를 듣고 논문을 작성하는 틀에 박힌 방법에서 더 다양한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기업과 학계, 연구기관 등에 구애 받지 않고 경계를 뛰어넘는 교육 환경 조성이 중요하다는 게 정 원장의 소신이다. 그는 “대학에서는 기본적인 내용을 공부하고 실제 연수 및 학위 과정은 산업 현장에서 익히는 입체적 교육이 돼야 한다”며 "기업이 안고 있는 문제의 해결을 위해 여러 방안을 기획하고 직접 시행해보는 교육 프로그램도 확대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정 원장은 좋은 산학연의 협업 사례로 미국의 미네르바대, 핀란드의 알토대 등을 꼽았다. 이들 대학은 직접 기업 현장에서 문제를 해결해보는 등 다양한 환경을 우수 인재 양성을 위한 자원으로 활용하고 있는 게 공통점이다. 실제 이태원에 위치한 미네르바스쿨은 학생들을 네이버에 보내 기업의 문제를 해결해보도록 하는 것을 커리큘럼에 포함하고 있다고 정 원장은 설명했다.


연구개발에 대한 적극적인 투자가 중요하다는 점도 강조했다. 정 원장은 “실험실은 최고의 인재 양성 기관”이라며 “연구개발에 투자하면 관련 연구자가 연구·실험을 하면서 그 분야의 최고 전문가로 클 수 있다”고 말했다.



이찬규 중앙대 인문콘텐츠연구소장

토론 패널로 참석한 권오경 한국공학한림원 회장은 “디지털 대전환 움직임 속에서 전 세계는 기술 주도권을 확보하기 위해 전쟁을 하고 있다”며 “이 전쟁의 승패는 ‘누가 더 유능한 인재를 확보하느냐’에 달려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수준 높은 인재 양성은 글로벌 경쟁력과도 직결된다”며 “강의·실습 교육을 온·오프라인으로 받을 수 있도록 하고 정보 교육 및 창업과 학제 간 융합 연구를 확대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저조한 출산율로 다양한 분야의 우수 인재를 충당하기는 역부족인 만큼 이민청을 설치해 해외의 우수한 인재를 국내로 영입하는 방안도 적극적으로 검토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역시 토론 패널로 참가한 이찬규 중앙대 인문콘텐츠연구소장은 “기술 개발과 그와 관련된 인재도 중요하지만 기술이 인간과 사회에 미칠 영향에 대해 고민하는 인문사회적 연구가 소외돼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이 소장은 “우리나라의 입시 제도를 보면 우수 인재들이 의대·약대·한의대에 몰린다”며 “이는 사회 전반에 깔려 있는 문화와 관련이 있는데 이러한 문제에 어떻게 접근해야 하는지 생각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미래 인재 양성 문제를 책상머리에서 고민하기보다는 구체적인 대안 마련에 초점을 둬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권 회장은 “수년간 탁상공론에 가까운 로드맵 타령만 해왔다”며 “이제는 촘촘한 계획과 집행에 힘써야 한다”고 말했다. 정 원장도 “교육 5개년 계획을 벌써 4번째 발표했음에도 두뇌 유출은 여전하고 인력 감소 문제는 심각해졌다”며 “왜 바뀌지 않고 있는지 실행의 문제에 천착할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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