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우리의 미래, 인재 육성과 초격차 기술에 달렸다

신냉전과 4차 산업혁명이 진행되는 가운데 글로벌 경제·기술 패권 전쟁은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 자원 빈국인 한국은 누구도 넘볼 수 없는 초격차 기술로 무장해야 글로벌 정글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 하지만 한국의 잠재성장률은 지난해 2%로 추락해 이대로 가면 10년 안에 0%대 ‘제로 성장’ 시대에 진입하게 된다. 꺼져가는 성장 동력을 재점화하려면 반도체·인공지능(AI)·배터리·미래차·디스플레이 등 5~10개 분야에서 초격차 기술을 확보해야 한다. 첨단 신기술을 키울 고급 인재를 확보해 국가 경쟁력을 끌어올릴 ‘골든타임’을 놓쳐서는 안 된다는 목소리가 커지는 이유다.


서울경제가 15일 개최한 ‘미래컨퍼런스 2022’에서도 참석자들은 우리나라가 일부 산업의 기술 초격차마저 상실한다면 ‘신식민지’로 전락할 수 있다고 우려하면서 인재 육성 시스템 개혁을 서둘러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염재호 SK이사회 의장 겸 태재대 설립위원장은 “주입식 위주의 대량생산 교육 체계를 전면 개편해야 한다”면서 “대학교 근처에 대기업의 연구개발(R&D)센터를 설립하는 등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반도체 전문가인 양향자 무소속 의원은 “미국은 인재 확보를 위해 이민법까지 바꾸려고 한다”며 “기술 패권을 빼앗기지 않으려면 기술을 제대로 다룰 인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인재 양성에 총력을 기울여 경제 위기의 돌파구를 찾아야 한다는 주문이다.


주요국들은 인재 확보에 사활을 걸고 있다.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은 13일 ‘반도체와 과학법’ 간담회에 참석해 “모든 것에서 과학·기술·공학이 가장 중요하다”며 과학자와 기술 전문가 영입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테크 외교에 돌입해 기술이 어떻게 사용되는지 규범과 기준을 결정하는 협상 테이블에 반드시 미국이 있도록 해야 한다”면서 공동의 힘으로 승리하기 위해서는 동맹과의 파트너십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반면 한국의 인적자원 경쟁력은 외려 뒷걸음질쳤다. 우리의 과학기술 연구 인력 부족 인원은 2019~2023년 800명에서 2024~2028년 4만 7000 명으로 60배가량 늘어날 것으로 추산됐다. 한국의 인적자원 경쟁력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8개국 중 24위라는 통계도 위기감을 키운다.


윤석열 대통령은 2022년 국제기능올림픽대회를 앞두고 14일 “대한민국의 원동력과 미래 도약의 열쇠 모두 기술에 달려 있다”면서 기술인이 우대받는 사회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가 지도자가 기술 인력을 존중하는 모습을 보인 것은 반길 만한 일이다. 정부도 최근 반도체 분야에 이어 인공지능(AI), 빅데이터, 사이버 보안 분야의 디지털 인재 100만 명 육성책을 잇따라 내놓았지만 이 정도로는 부족하다.


정부가 앞장서 고급 두뇌를 키우기 위한 환경을 조성하고 파격적인 세제 지원, 인센티브 제공 등을 통해 국내외 인재들이 몰려드는 ‘매력 국가’를 만들어야 한다. 낡은 수도권 규제에 묶여 마음 놓고 인력을 키우지 못하는 일이 없도록 기업과 대학의 족쇄를 과감히 풀어줘야 한다. 기업들은 유기적인 산학 협력과 해외 인재 유치 등을 서둘러야 할 것이다. 대학도 창의력과 혁신 역량을 갖춘 인재를 키우려면 공급자 중심에서 기업과 사회 등 수요자 중심으로 바꾸는 혁신을 해야 한다. 정부와 기업·대학이 한몸처럼 움직여 고급 인력을 육성하고 초격차 기술도 확보해야 글로벌 부강국으로 나아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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