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1년 국채 4%·10년 팁스 1% 돌파”…“WB는 공격긴축에 내년 침체 우려” [김영필의 3분 월스트리트]


미 1년 국채 4%, 10년 팁스 1% 돌파 / WB "공격긴축에 내년 침체" / 과도금리 인상 논쟁 재점화 [3분 월스트리트 Live]

15일(현지 시간) 미국 뉴욕증시의 주요 지수가 연 3.42%선까지 내려갔던 10년 만기 미 국채금리가 다시 오르면서 하락했습니다. 나스닥이 1.43% 내린 것을 비롯해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과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가 각각 1.13%, 0.56% 떨어졌는데요. 특히 국채금리가 빠르게 오르고 있습니다. 1년 만기의 경우 이날 4%를 돌파했는데요.


이날은 경제지표가 여러 개 나왔습니다. 8월 소매판매와 신규 실업수당 청구건수가 예상보다 좋았고 증시도 반등을 시도했지만 결국 꺾였는데요. 16일로 예정됐던 철도파업은 다행히 잠정 합의가 이뤄져 파국은 피할 수 있게 됐습니다.


종목별로는 경쟁업체 피그마를 200억 달러에 인수하겠다고 밝힌 어도비가 16.79% 폭락한 반면 알티미터 캐피털이 새 지분을 취득했다고 밝힌 테슬라는 소폭 뛰었습니다.


월가의 관심은 여전히 인플레이션과 국채금리,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정책금리 인상폭에 쏠려 있는데요. 이날은 연준의 긴축이 과도하다는 불만이 터져나왔습니다. 금리인상이 이어질수록 더 커질 수밖에 없는 논쟁인데요. 오늘은 주요 지표를 분석하고 국채금리와 재점화한 긴축 논쟁을 알아보겠습니다.


“8월 소매 0.3% 깜짝 증가했지만 7월 0.0→-0.4% 조정”…“고용 강해 낮춰서 갈 곳 많아 재택근무도 중요”

우선 8월 소매부터 살펴보죠. 8월 소매판매는 6833억 달러로 전월 대비 0.3% 증가했습니다. 월가 예상치가 -0.1%였음을 고려하면 좋게 나온 건데요. 8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한 달 새 0.1% 늘었으니까 단순 계산으로 물가상승분 이상으로 소비가 이뤄졌다는 뜻이 됩니다. 항목별로 보면 총 13개 소매업종 가운데 8개가 증가했고 음식점(0.5%)도 상승폭이 커졌는데요.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인플레이션 국면에서도 회복력을 유지하고 있다”고 봤습니다.


하지만 한 걸음 안으로 들어가볼 필요가 있는데요. 8월 자료가 나오면서 7월 수치가 조정됐는데 기존의 전월 대비 0.0%에서 -0.4%로 바뀌었습니다. 변경 전 7월 숫자가 6828억 달러였다는 점을 고려하면 8월 수치는 기존 7월 발표치와 비슷한 셈인데요. 7월 숫자 하락을 감안하면 0.3%라는 의미가 크게 퇴색합니다. 생각보다 많이 올랐지만 기준점이 내려간 데서 상승한 거니까요.


오름폭(2.8%)이 컸던 자동차와 부품을 제외하면 -0.3%이기도 합니다. 예상치는 0.1% 증가였죠. 피터 부크바 브리클리 어드바이저리 그룹 최고투자책임자(CIO)는 “높은 인플레이션이 전체적인 수치를 끌어올렸지만 실질 기준으로는 분명히 하락하고 있다”고 해석했습니다.


고용지표는 확실히 좋았습니다. 이날 나온 지난 주 신규실업 수당 청구건수가 21만3000건으로 전주 대비 5000건 감소했습니다. 5주 연속인데요. 전망치 22만7000건도 밑돌았습니다. 변동성이 적은 최근 4주간 이동평균치도 22만4000건으로 지난 6월 이후 가장 낮은데요.



신규실업수당 청구 현황

최소 2주 연속 실업수당을 신청하는 계속 실업수당 청구는 140만 건으로 2000건 증가했지만 여전히 역사적으로는 낮은 수준입니다. 월가의 한 관계자는 “IT 대기업과 금융사들이 해고를 한다고 해서 실업이 늘어날 것으로 봤는데 잘못 생각했다”며 “일자리가 너무 많이 조건을 낮추면 일할 수 있는 데가 너무 많은 것”이라고 했는데요.


재택근무도 고려 요소가 되는 것 같습니다. 시장에서는 이제 골드만삭스가 뉴욕 연방준비은행에 적수가 안 될 수 있다는 농담과 진담이 섞인 얘기가 돈다고 하는데요. 골드만삭스가 전원 출근을 지시한 반면 뉴욕 연은은 아직도 일주일에 2틀 출근한다고 하네요.


전반적인 처우야 골드만삭스가 낫겠지만 코로나19 이후 재택근무를 경험한 뒤로는 꼭 이것이 전부가 아닐 수 있다는 거죠. 구인이 구직보다 2배 많다는 점을 고려하면 고용시장의 평준화가 먼저지 실업 증가는 더 뒤의 일일 가능성이 있는데요.


다른 지표는 엇갈렸습니다. 8월 수입물가는 7월보다 1% 하락해 2020년 코로나19 발생 이후 처음으로 2달 연속 떨어졌는데요. 제조업의 경우 뉴욕 연은의 9월 엠파이어 스테이트 제조업지수는 -1.5로 전월(-31.3)보다 크게 오른 반면 필라델피아 연은 숫자는 -9.9로 7월(6.2%) 대비 급락했습니다.


연준이 내놓은 8월 산업생산 자료에서는 제조업 생산이 0.1% 늘어 전망치(-0.1%)를 웃돌았지만 전 산업생산은 -0.2%를 기록해 예상치(0.0%)를 밑돌았는데요. 마이클 슈마허 웰스 파고의 거시 전략 헤드는 “(이날 나온 지표들을 보면) 미국 경제가 절벽으로 떨어지지 않은 것처럼 보이지만 그렇다고 인상적이지는 않다”고 짚었습니다.


스턴리히트 “경제 급격하게 멈추고 있어 4분기 심각한 침체”…“연말 금리예상 4.25~4.50%로 상승 과잉긴축 논란 재점화”

겉으로는 좋더라도 따져보면 애매하거나 상충하는 지표로는 8월 CPI로 크게 충격을 받은 시장의 분위기를 바꾸지 못하는데요. 견고한 고용과 어느 정도 유지되는 소비가 고금리에도 경제가 어느 정도버틸 수 있다는 희망을 주기도 하지만 지금으로서는 높은 물가와 그에 따른 금리 인상 우려가 훨씬 크다고 볼 수 있죠.


실제 이날 1년 물 미 국채가 한때 4%를 넘어 4.03%를 기록했는데요. 2년 물도 3.87%까지 치솟았습니다. 10년 만기 국채도 3.465%까지 올랐는데요.


의미있게 볼 게 10년 물 물가연동국채(Tips) 금리입니다. 이날 Tips 금리가 1%를 웃돌았는데요. 연초만해도 -1%였는데 빠르게 상승하고 있는 겁니다.


Tips 금리가 오른다는 것은 실질 금리가 뛰는 것이라고 보면 되는데요. 시장에서는 S&P500 수익률과 10년 만기 Tips의 금리 차이를 살펴보고 주식을 보유하는 데 따른 추가 위험 프리미엄을 계산합니다. 팩트셋에 따르면 최근 위험 프리미엄이 5.01%로 8월 말 5.31%에 비해 낮아졌다는데요. 올 평균 5.57%를 밑돕니다.


실질 금리가 오르면 채권의 매력이 커질 수밖에 없는데요. WSJ은 “증시의 주요 걸림돌 가운데 하나는 미 국채금리의 상승뿐만 아니라 실질 금리가 오르고 있다는 점”이라며 “이는 투자자들이 더 낮은 프리미엄을 받아들이거나 아니면 실질 금리가 유지된다는 전제 아래 주가가 더 떨어질 수 있음을 시사한다”고 전했죠


어제 ‘3분 월스트리트’에서 모기지은행협회 자료로 전해드렸던 내용인데 30년 만기 모기지 대출금리도 2008년 이후 처음으로 6%를 넘어섰습니다. 프레디맥에 따르면 30년 고정금리 모기지 대출금리 평균이 지난 주 5.89%에서 이번 주 6.02%로 올라가다고 하는데요.



페드워치상 연말 금리 전망

기준금리 인상에 관한 예상치도 올랐습니다. CME 페드워치 상 연말 기준금리 인상 예상확률도 4.25~4.50%가 46.5%로 가장 많은데요. 어제만 해도 4.00~4.25%가 더 많았는데 하루 새 뒤집어졌습니다.


이처럼 금리 인상전망이 자꾸 올라가면서 시장, 특히 재계에서 불만의 목소리가 쏟아지고 있는데요. 사실상 논쟁으로 발전하는 모습입니다.


아파트와 호텔, 리조트에 투자·운영하는 스타우드 캐피털의 배리 스턴리히트 회장 겸 최고경영자(CEO)는 이날 미 경제 방송 CNBC에 “경제에 급브레이크가 걸리고 있다”며 “만약 연준이 (금리인상을) 지속하면 그들은 4분기에 심각한 침체에 빠질 것이고 사람들은 실직하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면서 “소비자 신뢰는 끔직하고 CEO들의 자신감은 참담하다. CPI는 오래된 데이터이며 (물가는) 당장 월마트에 전화해보라”며 “부동산 중개인에게는 렌트비를 물어보라. 렌트 성장률이 둔화하고 있다”고 덧붙였는데요.


CPI는 과거의 수치(8월)를 보여주는 것이고 우리는 현재와 미래의 상황을 봐야 한다는 겁니다. 스턴리히트는 인플레이션 타깃이 2%일 필요가 없고 3~4%가 충분하다고도 했는데요. 앞서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가 0.25%p의 금리인하를 주장하고 캐시 우드 아크인베스트 대표가 디플레이션(물가하락)을 얘기하는 것과 같은 맥락입니다. 통화정책이 본격적인 효과를 내는 시기가 6~12개월, 12~18개월이 걸린다는 점도 여기서 더 많이 금리를 올리면 위험해질 수있다는 얘기가 나오는 배경인데요. 물류 기업 페덱스의 CEO 라즈 수브라마니암도 “전 세계적인 경기침체를 예상한다”고 했습니다.


세계은행(WB)은 좀 더 직접적인 메시지를 냈습니다. 아직 인플레이션을 잡지 못한 상황에서 이뤄질 수밖에 없는 공격적인 금리인상이 내년에 전 세계를 침체로 몰고 갈 수 있다는 건데요. 데이비드 맬패스 WB 총재는 “당국자들이 정책의 중심을 소비감소에서 생산증대로 옮겨갈 수있다”며 “정책은 추가 투자 및 생산성과 자본배분 개선을 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연휴 시즌 온라인 매출 감소 전망·中 둔화에 제조업도 우려”…에리언 “유럽 침체 정해진 수순” 우려

블룸버그통신은 WB의 전망과 관련해 내년 세계 GDP 성장률은 0.5%로 둔화할 것이며 1인당 GDP 성장률은 0.4%로 글로벌 경기침체의 기술적 정의에 부합한다고 봤는데요. 모하메드 엘 에리언 알리안츠 선임 고문은 “내 걱정은 유럽의 침체가 이미 정해진 것 같다는 점”이라고 하기도 했습니다.


미국도 불안감이 적지 않습니다. 세일즈포스(Salesforce)에 따르면 높은 인플레이션 탓에 이번 연휴시즌에 온라인 주문 건수가 전년 대비 5% 감소할 수 있다고 하는데요. 전 세계적으로는 -7%가 예상된다고 합니다. 전체적인 매출은 비슷하겠지만 물가를 고려하면 실질 소비는 줄어들 수 있다는 말인데요. 세일즈포스 측은 “인건비와 운송비를 포함한 생산비용이 높아지면 소매업체들이 고객에게 비용을 전가할 수 있는 수준을 넘게 돼 이익의 10%가 줄어들 수 있는 위험이 있다”고 밝혔습니다.


카드 사용도 그런데요. 씨티그룹에 따르면 9월4일로 끝나는 주의 카드 지출이 전년 동기 대비 7% 늘었지만 8월의 증가율(9%)에 못 미친다고 밝혔습니다. 또 레버리지 코멘터리&데이터에 따르면 CPI 쇼크 이후, 당일인 화요일과 어제인 수요일 새로운 정크본드가 팔리지 않았다고 하는데요. 9월 상반기 동안 총 발행규모가 30억 달러로 전년(110억 달러)보다 크게 줄었다고 합니다.


제조업도 상황이 녹록지는 않은데요. 폴 애쉬워스 캐피털 이코노믹스의 수석 북미 이코노미스트는 “중국의 제로 코로나 정책과 유럽의 에너지 가격 폭등에 글로벌 제조업이 침체하게 될 것이고 미국도 다가오는 몇 달 간 비슷한 길을 갈 것으로 본다”고 전했습니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

기업을 운영하는 분들은 경기변동에 민감한데요. 7월 기업 재고도 전월 대비 0.6% 증가했습니다. 이같은 분위기도 직간접적으로 알 수 있을 겁니다. 주로 뒤에 나오는 숫자를 보고 판단하는 금융권이나 당국자보다 빠를 때도 많죠.


하지만 몇 번 말씀 드렸듯 연준은 사전적 통화정책에서 사후적 통화정책으로 기조를 바꾼 상태이지요. 특히 지금은 인플레이션이 너무 높고 끈적끈적하다는 점도 확인된 상태입니다. 지금 같은 상황에서는 일단 물가를 잡는 게 최우선이라는 것이 1970년대의 교훈이면서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의 생각이기도 한데요. 정책 1순위는 경기가 아니라 물가입니다.


이 때문에 미국도 침체에 빠질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가 나오는 거지요. 울프 리서치의 크리스 세니예크는 “우리는 올해 말이나 내년에 얕은 침체가 일어날 만큼 미국 경제 전반에 걸쳐 금융상황이 긴축됐다고 믿는다”고 전했습니다.


다만, 과잉긴축 논쟁이 커지면 정치권에서도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고 연준 입장에서도 부담스러운 요소가 될 수 있습니다. SMBC 그룹의 이코노미스트 조셉 라보르냐는 “지금으로서는 (9월에) 0.75%p를 하되 향후 의사결정은 데이터에 따라 한다는 점을 재확인하고 선택지를 열어두는 것이 최선일 것”이라고 전했는데요.


피터 부크바 브리클리 어드바이저리 그룹 CIO는 “인플레이션과 싸우는 것은 고통없이는 안 된다”고 했습니다. 시장도 예외는 아닐텐데요. 마이크 로웬가르트 모건스탠리 헤드는 “연준은 독을 선택해야만 한다. 경기침체 우려를 안고 물가를 낮출 것이냐 아니면 실업률 증가를 받아들일 것이냐”라며 “딜레마이지만 연준의 기조를 감안할 때 인플레에 초점이 맞춰질 것”이라고 했습니다. 시장의 방향을 또 한번 가를 수 있는 9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조심스럽게 기다려야 하겠습니다.



[김영필의 3분 월스트리트 유튜브 생방송] : 미국 경제와 월가, 연준에 대한 깊이 있는 분석을 제공하는 ‘김영필의 3분 월스트리트’가 유튜브 채널을 통해 여러분을 찾아갑니다. 매주 화~토 오전6시55분 서울경제 ‘어썸머니’ 채널에서 생방송합니다. 방송에서는 ‘3분 월스트리트’ 기사에 대한 상세한 설명이 이뤄지니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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