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리자드·EA 떠난 러시아…'K게임'이 접수했다

전쟁 이후 글로벌 게임사 대거 철수
현지 퍼블리싱 계약 韓게임은 유지
올 매출 28% 급증…추가 라인업
리니지2는 매년 최고 매출 경신


국산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이 러시아에서 뜻밖의 최전성기를 누리고 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글로벌 대형 게임사들이 대거 철수하자 국내 게임에 대한 수요가 크게 늘어났기 때문이다.


16일 러시아 게임 배급업체(퍼블리셔) ‘이노바(Innova)’에 따르면 지난 2월부터 8월까지 회사의 누적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27% 증가했다. 회사 측은 매출 증가의 비결로 한국 게임 위주의 포트폴리오를 꼽는다. 현재 회사가 서비스하고 있는 19개의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 중 무려 15개가 리니지2·라그나로크 등 한국 게임이다.


블리자드, EA 등 글로벌 주요 게임사들은 전쟁 이후 러시아에서 줄줄이 철수했다. 반면 국산 게임들은 서비스를 지속 중이다. 현지에서 직접 콘텐츠를 판매해 왔던 글로벌 게임사들과 달리 국내 게임사들은 현지 퍼블리셔와의 계약을 통해 서비스를 제공하는 만큼 독단적으로 철수 결정을 내릴 수 없기 때문이다. 이노바 관계자는 “한국 게임에 대한 현지인들의 충성도가 더욱 높아지고 있다”며 “자체 게임 플랫폼 ‘4game’ 매출의 95% 이상이 한국 게임에서 발생한다”고 강조했다. 이노바 측은 인기에 힘입어 현재 10종 이상의 한국 게임을 현지에 출시하기 위해 준비 중이다.


러시아는 여전히 PC게임이 전체 매출의 절반 가량(47%)을 차지할 정도로 우세다. 글로벌 시장에서 드물게 MMORPG 장르를 선호하는 국가이기도 하다. 때문에 국산 PC MMORPG는 십 수년 전부터 러시아에서 인기를 끌어 왔다. 리니지2는 서비스 15년차에 접어들었지만 여전히 매년 매출이 37%씩 증가하고 있다. 여기에 메이저 게임사들까지 철수하며 국내 게임사들에게 더 큰 기회가 주어졌다는 평가다.


김시우 한국콘텐츠진흥원 러시아 마케터는 “콘텐츠 관련 산업은 현 사태와 관련한 국제 제재와 무관하며 오히려 한국 기업이 진출하기 좋은 환경이 갖춰져 기업들의 전향적인 자세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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