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현지 시간) 미국 뉴욕증시의 주요 지수가 ‘페덱스 쇼크’에 타격을 받았습니다. 나스닥이 0.9% 내린 것을 비롯해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과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가 각각 0.72%, 0.45% 내렸는데요. S&P500은 시장이 중시하던 3900선이 무너졌습니다.
전날 장마감 후 2023회계연도 1분기(6~8월) 실적을 내놓은 페덱스는 주당순이익(EPS)이 3.44달러로 월가 전망치 5.14달러를 크게 밑돌았는데요. 연간 실적 가이던스로 철회한다고 했죠. 페덱스 같은 물류업체는 한 기업 이상의 의미를 갖는데요.
10년 만기 미 국채금리는 한때 연 3.489%까지 올랐습니다. 종목별로는 페덱스가 21.4% 폭락했고, 경쟁업체인 UPS도 4.48% 빠졌는데요. 아마존도 2.18% 내렸습니다. 페덱스는 40여 년 만의 최악의 하루였죠.
이날은 주가지수선물과 옵션, 개별주식옵션 만기가 겹치는 트리플 위칭데이여서 변동성이 더해진 측면도 있는데요. 페덱스 실적은 어제 나온 만큼 오늘 나온 페덱스에 대한 분석을 중심으로 미국 경기 상황과 어닝, 주식 시장 전망을 알아보겠습니다.
프레드 스미스 페덱스 창업자이자 전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2007년 뉴욕타임스(NYT)에 당시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이었던 앨런 그린스펀이 “우리는 괜찮은가?(We still O.K.?)라고 항상 묻는다”고 했는데요. 해당 기사에는 연준 직원들은 페덱스에 의존하고 있으며 페덱스가 매일 나르는 약 600만 개의 물품은 실시간으로 금리정책에 도움을 주고 있다는 대목이 나옵니다. 페덱스의 실적과 주가가 거시경제 상황을 판단하는 여러 지표 가운데 하나라는 얘기죠. 월스트리트저널(WSJ)에는 ‘페덱스 인디케이터(indicator)’라는 말도 나옵니다.
과거 얘기를 드린 것은 페덱스가 갖는 의미가 간단치 않음을 보여드리려고 하는데요. 시간이 많이 흘렀고 경제상황이 변했지만 2019년에 나온 맨해튼 연구소의 섀도우 오픈 마켓 커미티(Shadow Open Market Committee)의 보고서를 보면 연준은 여전히 페덱스 자료를 봅니다.
그런 페덱스가 글로벌 경기침체를 얘기하고 어닝 급감을 보고했기에 충격이 큰 겁니다. 아시아와 유럽의 어려움을 언급한 것도 쉽게 넘어갈 수 있는 대목이 아닙니다. 미 경제 방송 CNBC는 “운송주식은 전통적으로 경제 선행지표로 여겨진다”고 했는데요.
실제 침체 우려가 전반적으로 커지고 있습니다. 애틀랜타 연방준비은행의 ‘GDP 나우’를 보면 현재 3분기 미국의 GDP 전망치는 0.5%로 9일 수치(1.3%)보다 꽤 떨어진 상태인데요.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도 이번 주 1.94%, 최근 3주 간 8.54%나 빠졌습니다. 경기둔화 우려 탓인데요.
이날 경기침체의 전조 가운데 하나로 여겨지는 미국 2년과 10년 물 국채금리 역전폭이 한때 0.432%포인트(p)까지 벌어졌습니다. 2년 만기 국채가 3.9%를 넘은 반면 10년 만기 채권은 그보다 덜 올랐기 때문인데요. 골드만삭스는 10년 물 금리가 내년 말 4%로 정점을 찍고 2년 물은 2분기에 4.3%로 피크에 달할 것이라고 봅니다.
이와 관련해 올스프링 글로벌 인베스트먼트는 2·10년 국채금리 역전폭이 최대 1%p에 달할 수 있다고 봅니다. 이는 1980년대 이후 최대인데요. 당시 폴 볼커 전 의장이 기준금리를 20%까지 올렸을 때 역전폭이 2%p였죠. 올스프링의 브라이언 제이콥슨 수석 투자전략가는 “기준금리가 4.25~4.5%가 된다고 보면 2년 국채금리는 4~4.5%로 상승할 수 있는 반면 10년은 3%로 하락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습니다.
문제는 페덱스가 나빠지는 어닝의 신호탄이 될지 여부인데요. 이펙 오즈카르데스카야 스위스큐오트의 선임 애널리스트는 “(페덱스는) 경제가 둔화하기 시작했다는 확실한 신호”라며 “이것은 다가올 분기에 우리가 아마도 볼 수 있는 연속적인 경고들의 첫 번째일 것”이라고 짚었습니다.
어제 GE는 “공급망 문제가 3분기 실적을 짓누르고 있다”고 밝혔는데요. 도이치뱅크도 기업들의 수익이 떨어지면서 S&P500이 훨씬 더 하락할 수 있는 리스크가 있다고 해왔죠.
다만, 페덱스는 개별 기업의 문제라는 얘기도 있습니다. 항공을 포함해 자체 물류망을 갖추고 있는 아마존이나 UPS와의 경쟁 결과라는 해석도 있는데요.
그럼에도 보통 상황이 아닙니다. CNBC의 간판 앵커 짐 크레이머조차 “페덱스의 재앙은 또 다른 매도 신호”라고 할 정도죠. 에드 야데니 야데니 리서치 대표는 “연준은 금리를 상당히 올린다고 했고 그들은 통화정책이 나타나는데 시간이 걸리는 것을 알지만 지금은 신뢰의 문제가 걸려있다”며 “전 세계적으로 보면 글로벌 침체 가능성이 있다. 미국은 심각한 침체는 없겠지만 대신 서로 다른 부문이 다른 시간에 타격을 받은 순차 침체가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는데요.
실버크레스트 자산운용의 로버트 티터도 “팬데믹과 팬데믹 이후의 경제는 분야별로 다른 사이클을 갖는다”면서도 “전통적인 의미에서는 의심의 여지 없이 긍정적이지 않다”고 했죠.
중요한 것은 이런 상황에서도 인플레이션 쪽에 안 좋은 요인들이 쌓이고 있다는 점입니다. WSJ이 코넬대 자료를 인용해 전한 기사를 보면 올 상반기 미국의 파업건수가 180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102건보다 76.4% 급증했다고 하는데요.
올 상반기에 약 7만8000명의 노동자가 파업을 했고 여기에는 오하이오와 워싱턴 주의 교사들, 펜실베이니아 주의 재가요양 직원들, 캘리포니아주의 정신건강 치료사들이 포함된다고 합니다. 사실 잠정합의만 아니었으면 철도 노조도 대규모 파업을 벌였을텐데요. 특히 아마존과 스타벅스 등의 노동조합 설립 바람도 같은 맥락입니다.
노동쟁의의 기본은 처우 개선입니다. 8월 소비자물가가 8.3%나 올랐고 매우 타이트한 고용시장은 노동자들이 더 나은 임금과 복지혜택을 요구하게 하는 요인이죠. 자연스러운 부분입니다. 노동자들의 요구도 당연하구요.
따져볼 것은 인플레이션 부분입니다. 노동자들의 더 많은 임금이 소비를 증대시키고 경제를 잘 돌아가게 할 수 있지만 이것이 전문가들이 두려워하는 임금-인플레이션 연쇄상승 고리를 만들어 낼 수 있기 때문인데요. 7월 시간당 평균임금이 전년 대비 5.2% 오른 상황입니다. 이번 5년 간 24% 급여 인상이라는 철도 노조의 잠정 합의는 다른 노동자들의 인상 요구를 불러올 수 있는데요.
마이클 로티토 법무법인 리틀러의 워크플레이스 정책 연구소 공동 회장은 “고용시장은 타이트하고 채용이 어려운 반면 경기침체가 나타날 조짐이 있어 고용주들이 노동자들의 기대를 얼마나 맞춰줄 수 있을지 의문”이라면서도 “철도노조의 잠정 합의를 다른 노조들은 성공적인 교섭의 척도로 볼 것이다. 이는 노조들이 더 많은 요구를 할 수 있도록 용기를 줄 것”이라고 했습니다.
기본적으로 미국 내 12개 주와 워싱턴D.C.는 최저임금 인상률이 물가와 연동하도록 돼 있는데요. 이중 애리조나와 메인, 몬태나 등 7개 주는 8월 CPI를 바탕으로 다음 년도 최저임금을 정합니다. 앞서 캘리포니아주는 패스트푸드업계 최저 시급을 22달러로 인상할 수 있도록 한 법률을 최종확정하기도 했는데요.
다행인 건 미시간대 인플레이션 기대가 떨어졌다는 점입니다. 이날 나온 9월 미시간대의 1년 뒤 인플레 기대는 4.6%로 8월(4.8%)보다 낮았는데요. 장기 인플레 기대를 보여주는 5년 이상 항목이 2.8%가 나왔습니다. 월가 전망치는 2.9%로 전월과 같다고 봤는데 다소 떨어진 거죠. 2021년 7월 이후 최저치인데요. 연준이 약간 안도할 수 있는 부분입니다.
그럼에도 연준의 입장이 달라지는 건 없는데요. 래리 서머스 전 재무장관은 “역사는 인플레이션에 따른 정책조정이 지나치게 지연되면서 매우 큰 비용을 치렀던 매우 많은 사례가 있음을 보여준다. 폴 볼커조차도 처음에는 잘못된 출발을 했었다"며 “정책금리가 4.5% 밑으로 끝나기보다 그 이상으로 끝날 확률이 높다. 5% 이상으로 가도 나는 놀라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사실 인플레 기대도 근원 물가가 다시 상승하고 있어 언제 또 움직일지 모르는데요. 골드만삭스는 여전히 연착륙 가능성을 언급하면서 “스태그플레이션이 아직 오지 않았다"고 하지만 상황에 따라서는 스태그플레이션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습니다. CME 페드워치는 9월 0.75%p(82%)에 이어 11월도 0.75%p 확률을 가장 높게 책정(57.3%)하고 있습니다.
이제 증시를 보죠. 론 인사나 CNBC 선임 애널리스트는 “현재 시장 상황에 대해 베어마켓이 끝났다는 의미있는 긍정적 신호가 없다”며 새로운 강세장이 시작되기 위해서는 △연준의 긴축 사이클 중단이 필요하며 △6월 최저치에 대한 재시험이 필요하고 △변동성 지수(VIX)가 40 이상으로 치솟아 황소론자들이 항복해야 함 등의 조건이 필요한데 아무 것도 충족되지 않았다고 봤는데요. 이날 VIX 지수는 한때 28.45까지 치솟았지만 이후 안정세를 보이면서 어제보다 0.11% 정도 오른 26.30에 그쳤습니다.
실제 주식시장에 더 많은 고통이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인데요. 릭 리더 블랙록의 채권분야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상반기 스토리가 현금을 보유하는 것이었다면 하반기는 현금과 비슷한 것들, 채권을 보유하는 상황이다. 1년과 2년 물이 찾기 좋은 것”이라며 “주식시장의 패배는 끝나지 않았으며 투자자들은 평소보다 주식을 덜 보유해야 한다”고 했는데요. 단기 국채만 해도 금리가 많이 오른 상태죠. 이는 새로 채권을 사는 사람들에게 유리합니다. 주식에서 채권으로 머니무브(자금이동)가 이뤄질 수 있다는 뜻인데요.
뱅크오브아메리카(BofA)는 아예 증시의 새 저점이 만들어질 수 있다고 봅니다. 마이클 하트넷 BofA 전략가는 “인플레이션 쇼크가 끝나지 않았다”며 “어닝 리세션이 증시를 새로운 저점으로 몰고 갈 수 있다”고 짚었는데요. 그는 S&P500이 10월에 3020까지 떨어질 수 있다고 강조합니다. 이날 종가를 고려하면 22% 더 떨어질 수 있다는 말인데요.
다만, 모두가 비관적인 건 아닙니다. 리치 로스 에버코어 ISI의 선임 매니징 디렉터는 “시장이 약세장에서 강세장으로 전환하려고 하는, 약세시장의 끝은 항상 불안정하다”며 “우리가 보기에 S&P는 바닥을 형성하고 있다”고 했는데요. JP모건 체이스의 마르코 콜라노비치는 지난 월요일에도 미국이 심각한 침체를 피할 수 있을 것이라며 연말 주식 전망이 긍정적이라고 했죠.
시장이 걱정하는 페덱스 문제도 주로 유럽과 아시아에서 기인하는 만큼 미국 상황이 다를 수 있다는 말도 있습니다. 마리자 베이트만 스테이트 스트리트 글로벌 마켓의 선임 전략가는 “페덱스의 약세는 아시아와 유럽에 집중돼 있다. 반면에 미국에서의 활동은 강하다”며 “이것은 우리가 보는 거시경제환경에 대한 분석과 일치하며 사실상 미국은 우리가 가장 좋아하는 시장”이라고 했지요. 골드만삭스도 미국이 상대적으로 낫다는 얘기를 합니다.
하지만 앞서 전해드린 대로 상황이 만만치 않습니다. 특히 21일에 있을 9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이 어떤 말을 할지와 점도표, 경제전망이 핵심 관건인데요. BMO의 고정수입 전략가 벤 제프리는 “이제 (기준금리 예상치) 상단은 4.50%다. 21일의 잠재적인 충격은 금리인상폭이 아니라 점도표에서 나올 수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점도표의 최종금리가 확 높게 나오거나 경제전망이 크게 후퇴한다면 시장에 타격이 클 수 있다는 말이죠. 그래서 9월 FOMC가 부쩍 중요해졌는데요. 노현철 쿡(Cook) 캐피털 그룹 매니징 파트너도 “S&P가 3900선이 깨졌는데 이렇게 가면 6월의 3666도 깨질 수 있다”며 “9월 FOMC가 중요한데 기본 가정은 9월 0.75%p, 11월 0.75%p이지만 연준이 9월에 1%p를 하면서 오버 리액션(overreaction·과잉 반응)을 하면 연준이 야기한 경기침체가 올 것”이라고 우려했습니다.
갈수록 복잡해지고 변동성이 커지는 시장입니다. 롬바르드 오디에르 자산운용의 프로리안 아이엘포 거시연구 헤드는 “미국은 아마도 깊이를 알 수 없는 침체의 문 앞에 있는 것 같다”고 했는데요. 어제도 전해드렸듯 이제 다시 FOMC로 모든 눈과 귀가 쏠릴 듯합니다.
[김영필의 3분 월스트리트 유튜브 생방송] : 미국 경제와 월가, 연준에 대한 깊이 있는 분석을 제공하는 ‘김영필의 3분 월스트리트’가 유튜브 채널을 통해 여러분을 찾아갑니다. 매주 화~토 오전6시55분 서울경제 ‘어썸머니’ 채널에서 생방송합니다. 방송에서는 ‘3분 월스트리트’ 기사에 대한 상세한 설명이 이뤄지니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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