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륙 정벌'나선 韓 웹툰 IP…'문유' '마녀' 中 극장가 점령

강풀 웹툰 ‘마녀’ 원작 영화 개봉
네이버 이어 박스오피스 순위권
K웹툰 영향력 확대…中 시장 ‘노크’

네이버 웹툰 '문유' 원작 영화 '두싱웨추'(왼쪽)와 카카오 웹툰 '마녀' 원작 영화 '워야오허니짜이이치'포스터. /바이두

네이버웹툰에 이어 카카오웹툰을 운영하는 카카오엔터테인먼트(카카오엔터)가 중국 극장가 점령에 나섰다. 강풀 작가의 카카오 웹툰 ‘마녀’를 원작으로 한 영화 ‘워야오허니짜이이치(我要和?在一起)’는 개봉 첫날 박스오피스 순위권에 들며 흥행을 향해 순조롭게 출발했다.


16일 중국의 티켓예매사이트 ‘마오얀(Maoyan)’에 따르면, 워야오허니짜이이치는 개봉 첫날인 이날 오후 4시까지 극장 매출(?合票房) 27만 위안(약 5400만 원)을 기록하며 박스오피스 9위(당일 매출 기준)에 올랐다.


워야오허니짜이이치는 1세대 웹툰 작가 강풀의 2013년 작품 마녀를 원작으로 한다. 이공대 졸업생인 남자 주인공이 마녀로 불리는 여자 주인공과 사랑에 빠지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았다. 2017년 중국 최대 웹툰 플랫폼 ‘콰이칸’에서 연재됐고 국내에서는 동명의 드라마가 제작 중이다. 2015년 영화화가 결정된 후 7년 만에 극장 개봉했다.


이로써 한국의 양대 웹툰 플랫폼인 네이버웹툰과 카카오엔터가 나란히 웹툰 지적재산(IP)을 중국 박스오피스에 올리게 됐다. ‘마음의 소리’로 유명한 조석 작가의 네이버 웹툰 ‘문유’를 원작으로 하는 영화 ‘두싱웨추(?行月球)’는 이날 오후 4시까지 매출 101만 위안(약 2억 원)으로 박스오피스 4위를 기록 중이다. 7월 29일 개봉 후 올해 누적 매출 기준으로는 박스오피스 2위다. 누적 매출 30억 위안(약 6000억 원), 관객 수는 7000만 명을 돌파했다. 최근 현지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아이치이’ ‘빌리빌리’에서 애니메이션으로도 공개됐다.



카카오 웹툰 '마녀'. /사진 제공=카카오엔터테인먼트

이번 흥행은 양사가 중국 시장에서 꾸준히 IP 영향력을 키운 결과다. 양사는 각자 현지 합작 플랫폼을 갖고 있지만, 한국·일본과 달리 텐센트 등 현지 플랫폼 사업자에 시장 점유율이 크게 밀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정부의 한한령(限韓令) 등 외교 문제로 적극적인 사업 진출이 어려워서다. 그래서 출시 작품이 ‘한국의 것’이라는 사실을 굳이 밝히지 않으려는 분위기가 업계에 있다. 대신 양사는 인기 작품을 현지 영화·드라마 제작사들에게 공급하며 IP 영향력을 키우는 물밑 경쟁을 꾸준히 벌이고 있다.


이번 두 작품 말고도 네이버웹툰은 ‘소녀 더 와일즈’ ‘외모지상주의’ ‘언터쳐블’ 등을, 카카오엔터는 ‘죽어도 좋아’ ‘껍데기’ 등을 중국에서 영상화했다. ‘소녀 더 와일즈’를 웹드라마로 만든 ‘톈미바오지(?蜜暴?)’는 2018년 OTT로 공개돼 매출 900억 원, 조회수 62억 회를 달성한 바 있다.


업계 관계자는 “스토리만 좋다면 중국 제작사들을 공략할 수 있다. IP의 힘으로 한한령을 극복한 사례들이 나오고 있다”며 “중장기적으로 한국 웹툰이 일본·북미를 넘어 중국 시장도 넘볼 수 있다는 업계 기대도 나온다”고 말했다.


중국의 웹툰 시장은 인구에 비해서는 크지 않지만 가파르게 성장하고 있다. 지난해 코트라(KOTRA)가 중국 쳰잔산업연구원(前瞻???究院)을 인용한 자료에 따르면, 2019년 중국 시장 규모는 26억 8000만 위안(5300억 원)으로 전년 대비 95.6% 성장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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