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엘’로 지칭되는 인물에 의한 텔레그램 성착취물 사건이 드러난 가운데 불법촬영물을 여러 사이트에 유포한 텔레그램 디지털 성범죄가 또 다시 확인됐다. 이번 사건의 경우 카메라를 활용한 불법촬영, 불법촬영물 유포 의뢰, 유포까지 각기 다른 인물들이 단계별로 범죄 행위를 저지른 것으로 추정된다. 경찰은 우선 불법촬영 혐의를 받는 피의자를 특정하기 위해 수사에 본격 착수했다.

18일 서울경제 취재를 종합하면 서울 중랑경찰서는 지난 13일 20대 피해자 A씨로부터 불법촬영물이 텔레그램을 통해 유포된 사건을 접수하고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피해자 A씨의 신상명세를 비롯 사진, 불법촬영 영상, 카카오톡 프로필 등이 텔레그램, 일간베스트 저장소(일베), 국내·외 불법 음란물 사이트, 검색 포털 등에 유포된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 관계자는 “불법촬영물을 촬영한 것으로 의심되는 피의자 B씨의 인적사항을 특정하기 위해 수사 중”이라고 밝혔다.

A씨는 “페이스북에서 네 얼굴을 봤다”는 지인의 말을 통해 유포 현황을 파악하게 된 것으로 알려졌다. A씨의 신상을 특정할 수 있을 정도의 불법촬영 영상, 얼굴 사진, 나체 사진, 개인정보 등이 여러 사이트를 통해 확산한 것으로 파악됐다. 불법촬영 영상과 A씨의 신상 등이 포함된 게시글에는 ‘다음 시리즈는요’, ‘영상 좌표 주세요’, ‘얼굴은요’ 등의 댓글이 잇따라 달렸다. 현재까지 유포 여부가 확인된 사이트만 최소 37개에 달한다.

피해자 A씨에 따르면 경찰 신고 전 유포 현황을 파악하는 과정에서 한 계정이 텔레그램의 ‘오교’라는 계정에게 불법촬영 영상과 사진 등을 유포해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추정된다. 한 계정이 ‘오교’에게 영상과 사진 등을 전달하며 “퍼트려달라”고 했고, ‘오교’는 “그래 올려줄게”라며 유포를 수락하는 답변을 보냈다.

유포를 의뢰한 계정과 ‘오교’의 대화 내용이 담긴 채팅 캡처본이 불법촬영 영상과 함께 널리 퍼진 것으로 확인됐다. 결국 불법촬영을 시도한 피의자, 영상 유포를 의뢰한 사람, 영상을 퍼트린 ‘오교’ 등 해당 범죄에 단계별로 여러 인물이 가담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들이 서로 어떤 관계인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현재 유포를 의뢰한 계정과 ‘오교’에 대한 수사는 이뤄지지 않고 있으며 경찰은 불법촬영 혐의를 받는 B씨를 대상으로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한편 동일한 피의자에 의해 불법촬영을 당한 피해자가 5~6명 가까이 존재하는 것으로 추정돼 피해 규모가 더욱 확산할 가능성도 있다. 현재까지 B씨에게 불법촬영을 당한 사실을 확인하고 신고한 피해자는 2명이다. B씨로 인한 피해자 중에는 불법촬영 피해 당시 미성년자도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불법촬영 범죄는 촬영과 유포뿐 아니라 소지 또는 시청만 한 경우도 처벌 대상이다. 불법 촬영을 저지른 자는 물론 해당 불법 영상물·복제물을 소지하거나 시청만 한 경우에도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 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해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