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일본이 유엔총회 계기 정상회담 개최 여부를 두고 미묘한 온도차를 드러냈다. 한국은 정상회담 개최를 확정했다는 입장이지만, 일본 측은 사실무근이라며 보다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이 같은 엇박자에도 한일 정상이 결국 회동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한 상황이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18일 “일본 측과 변동 없이 한일 정상회담 일정을 조율 중”이라고 밝혔다. 일본 산케이 신문이 이날 일본 정부가 유엔총회 기간 한일 정상회담을 개최하지 않는 방향으로 조율하고 있다고 보도한 데 대한 부인한 셈이다.
앞서 산케이는 이날 복수의 정부 관계자를 인용해 이같이 보도하고 일본 정부가 한국 대통령실의 일방적인 발표에 항의했다고도 전했다. 대통령실은 이달 15일 윤석열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20~21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에서 열리는 유엔총회 기간 회담하기로 양국이 합의하고 일정을 조율 중이라고 발표했는데, 이에 대해 일본 외무성은 한국 측에 "사실에 근거하지 않는 발표는 삼가달라"고 항의했다고 한다.
그러면서 산케이는 "일본 측은 이른바 징용공(일제강점기 강제징용 피해자의 일본식 표현) 소송 문제에 진전이 없는 채 정상회담에 응하는 것에 신중하다"며 양국 정상이 유엔총회에서 공식 회담을 하지 않고 ‘풀어사이드(약식회담)’ 방식으로 만날 가능성을 거론했다. 마이니치신문도 "한국 정부가 개최한다고 발표한 한일 정상회담은 일본 측이 신중한 자세를 굽히지 않아 실현이 불투명하다"며 유엔총회 계기 한일 정상이 접촉하더라도 서서 얘기하는 정도에 그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해지는 상황이라고 보도했다.
외교가에서는 한일이 외교 당국 간에는 정상회담 개최에 합의했지만 일본 총리관저와 자민당 강경파를 중심으로 정상회담 개최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일본 입장에서는 한일 간 최대 현안인 강제징용 피해 배상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상황에서 양국 정상이 만나봤자 득 볼 것이 없다는 인식에서다. 이런 인식 하에 일본 측은 그간 한국 정부와의 외교적 소통에 소극적인 태도로 임해왔다.
이원덕 국민대 일본학과 교수는 “한국은 모든 면에서 일본과 손잡고 협력하고 미래지향적으로 가자는 상황이고 일본은 오히려 한국이 숙제를 해결하지 않은 상황에서 만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생각하는 분위기”라며 “이런 양쪽의 분위기가 정확하게 전달된 것 같다”고 했다. 이 교수는 또 “기시다 총리로서는 자민당 내에서 한일 문제에 굉장히 강경한 아베파 눈치를 볼 수밖에 없을 것”이라면서 “정권 기반이 약하다 보니 운신의 폭이 넓지 않은데 우리는 우리대로 기시다 총리를 견인하기 위한 외교적인 노력을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럼에도 유엔총회 계기 한일 외교장관 회담은 열릴 가능성이 높다. 박진 외교부 장관은 유엔총회 기간 하야시 요시마사 일본 외무상과의 회담을 최종 조율 중인 상황으로 알려졌다. 양국 외교장관 간 회담이 성사될 경우 정상회담 개최를 위한 사전작업 성격이 될 것으로 보인다. 외교부 당국자는 “계속 조율 중인 상황"이라며 "하게 되면 사후 공지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