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인물가" 상황 어떻길래…기준금리 75%로 올린 그 나라

지난달 물가상승률 7%…1년만에 78.5%나 뛰어
금리 올해 들어 9차례 인상…45일 만에 23%P ↑
전문가들 "물가상승률 100% 넘길 수도" 경고도

사진은 부에노스아이레스의 한 정육점에서 손님이 고기를 구매하기 전 돈을 세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


아르헨티나 중앙은행이 15일(현지시간) 기준금리를 연 75%로 5.5%포인트 올렸다. 올해 들어 아홉 번째 금리 인상으로 불과 45일 전보다 23%포인트나 높은 수치다.


이번 기준금리 추가 인상은 전년 대비 78.5% 오른 물가상승률을 통제하기 위한 비상조치다. 의류 가격은 전년보다 109% 올랐고, 식품 가격은 80% 올랐다.


잇단 기준금리 인상에도 물가상승률은 좀처럼 잡히지 않고 있다. 전날 발표된 아르헨티나의 8월 소비자 물가상승률은 전월 대비 7%였고, 이날 발표된 도매 물가상승률은 전월 대비 8.2%로 두 지수 모두 시장의 예상을 뛰어넘었다.


이에 아르헨티나 중앙은행은 국제통화기금(IMF)과의 합의사항을 준수하는 동시에 물가 안정과 외환보유고를 강화하기 위해 불가피하게 기준금리를 인상했다고 현지 매체 인포바는 전했다. 중앙은행은 저축을 장려하고 통화 및 환율 안정성을 유지하며 금융 안정성을 꾀하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아르헨티나는 오랜 경제위기를 겪고 지난 2018년 IMF로부터 570억 달러(약 69조 원)의 금융 지원을 받기로 했다. 이후 정권이 바뀌자 추가 지원을 받지 않고 IMF에 445억 달러만 상환하기로 상환 조건을 재조정했다. 이때 IMF의 합의 조건 중 하나가 물가상승률보다 높은 금리였다.


그러나 많은 전문가들은 중앙은행의 연이은 비상조치에도 불구하고, 아르헨티나의 폭등하는 물가상승률은 쉽게 안정되지 않을 것으로 본다.


1990년대 아르헨티나 태환 정책(지폐를 금화 등 화폐로 바꾸는 정책)의 아버지라 불리는 도밍고 카발로 전 경제장관은 "물가 안정화를 위해선 정부의 재정적자를 해결해야 하는데 2023년 대선을 앞둔 현 상황에서는 시행하기 어려워 보인다"고 지적했다.


경제학자 엘리사베스 바시갈루포는 "연말 물가상승률 예측은 95%에서 100% 사이이지만, 자료가 올라올 때마다 100%에 더 가까워지고 있다"고 전망했다.


인플레이션이 심화됨에 따라 아르헨티나 서민들의 고통은 가중되고 있다. 수도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15㎞ 떨어진 도시 빌라 피오리토에서는 일자리를 잃은 여성들이 광장에서 중고 옷, 장난감 등을 음식과 물물교환하기 위해 모이고 있다.


이는 고정 수입이 없는 여성들이 생계를 유지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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