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청 건너편 웨스틴조선호텔 바로 옆에 위치한 스타벅스 서울 환구단점은 도심 한복판에서 역사를 느끼게 하는 곳이다. 기와지붕에 한옥의 좌식 공간, 디딤돌·방석·창호 가림막 같은 인테리어 효과 때문만은 아니다. 벽돌을 착착 쌓아 올린 매장 내 음료제조 탁자와 건물 기둥은 환구단의 황궁우 앞 석조삼문(石造三門)의 벽돌 모양을 따 왔다.
사적 ‘환구단’은 임금이 하늘에 제사를 지내는 곳으로, 고려 성종(983) 때로 거슬러 올라가는 역사성을 가진다. 조선에서는 세조가 1457년에 설치했으나 한동안 명맥 끊겼던 환구단을 다시 세운 이는 고종이다. 1897년 이곳에서 대한제국을 선포하고 황제 즉위식을 진행했다. 일제가 1913년 호텔(지금의 웨스틴조선호텔)을 짓는다고 환구단 본단을 헐어 없앴고 현재 3층 팔각 건물인 황궁우만 남았다. 전통문화 디자인이 눈길을 끄는 스타벅스 환구단점 굿즈 진열대는 황궁우의 팔각지붕을 본땄다.
커피 마시는 곳에 불과할 수 있는 카페를 시간과 공간을 초월한 역사·문화적 의미의 공간으로 바꾼 스타벅스의 사연은 2012년 경북 경주로 거슬러 올라간다. 경주 대릉원점과 경주 보문호수점은 전 세계 스타벅스 최초의 좌식 매장을 갖췄고, 명소가 됐다. 고분 밀집지역이자 지역 전체가 문화보존지역인 황남동을 중심으로 문화재 관광지도를 자체 제작해 경주 시내 7개 매장 등에 배포했는데, 처음 만든 4000부가 일찍 소진되는 바람에 1만부 를 추가 제작했다.
한국 전통과 문화재에 대한 스타벅스코리아의 애정은 유난스러워 보이지만 ‘진심’이다. 스타벅스는 지난 2009년 문화재청과 ‘문화재지킴이’ 협약을 체결했다. 불의의 화마(火魔)로 국보 숭례문을 잃은 직후였다. 사소하지만 꼭 필요한 일부터 시작했다. 고궁 청소와 화단 조성에 나섰다. 지금까지 약 3000명의 파트너들이 누적 1만 6000시간 동안 문화재 봉사활동에 참여했다. 고종이 외교사절단을 맞아 ‘가배차’(커피)를 마시던 덕수궁 정관헌에서 매년 봄·가을 여는 ‘정관헌에서 명사와 함께’를 후원해 지난 10년간 2만 명 이상이 다녀갔다. 커피와 고종으로 이어진 인연은 자연스럽게 대한제국과 일제강점기, 독립운동의 역사를 좇게 했다.
백범 김구가 자주독립을 염원하며 쓴 ‘광복조국(光復祖國)’, 도산 안창호가 사회를 개조하려면 먼저 자신의 부족함을 고치라고 한 ‘약욕개조사회 선자개조아궁(若欲改造社會 先自改造我窮)’, 만해 한용운이 끊임없이 변화하는 거대한 진리를 적은 ‘전대법륜(轉大法輪)’ 등의 휘호에는 공통점이 있다. 모두 스타벅스가 매입해 문화유산국민신탁에 기증한 유물이다. 올해 제77주년 광복절을 맞아 지난달 9일부터 서대문구 국립대한민국임시정부기념관에서 열린 휘호 특별전은 스타벅스 코리아가 기증한 유묵 5점을 주축으로 한 전시였다.
스타벅스는 2015년부터 매년 3·1절과 광복절 등을 기념해 출시한 전통 문화 디자인 굿즈의 판매 수익금을 문화재 매입비용으로 대고 있다. 대한제국 유일의 해외 외교건물인 주미대한제국공사관의 복원에도 3억 원을 후원했다. 미국 워싱턴D.C. 백악관 근처의 주미대한제국공사관은 을사늑약 이후 단돈 5달러에 강제매각됐다. 우리 정부가 다시 매입한 후 국외소재문화재재단이 고증·복원을 진행해, 빼앗긴지 108년 만인 2018년 5월 다시 태극기가 펄럭였다.
이 같은 공로로 스타벅스는 2019년 문화유산보호 유공자 포상 대통령 표창, 2021년 문화체육관광부의 ‘문화예술후원매개단체 및 후원우수기관 인증사업’에서 문화예술후원우수기관으로 인증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