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관 3명이 15개역 순찰…인력 증원 없이 ‘신당역 살인’ 예방 어렵다

경찰 72명이 서울 내 지하철역 289개 순찰
지하철 범죄 매년 2000건 이상 발생하지만
지하철경찰대 인력은 6년째 제자리걸음 중
역무원·보안관에 사법권 부여 방안 논의돼

서울 지하철 2호선 신당역 여자 화장실에서 20대 동료 여성 역무원을 살해한 전 모씨가 16일 오후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법 법정으로 들어가고 있다. 연합뉴스

지하철에서 벌어지는 범죄를 예방하고 수사·검거하는 지하철경찰대의 인력이 턱 없이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벌어진 ‘신당역 스토킹 살인’ 뿐 아니라 역사 내 범죄를 예방하기 위해 지하철경찰대 등 경찰의 인력확충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18일 경찰 등에 따르면 서울 내 지하철역 289개를 담당해 순찰하고 있는 지하철경찰대의 인력은 72명에 불과하다. 최근 스토킹 살인이 발생한 신당역의 경우 3명의 경찰관이 신당역을 포함해 동대문역, 동대문역사문화공원역 등 인근에 위치한 15개역을 담당하고 있다. 3명 중 1명이 교대로 근무하는 것을 고려하면 사실상 2명이 15개 역을 순찰하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유동인구가 많은 주요 환승역을 중심으로 지하철경찰대가 근무하고 있어 작은 역의 경우에는 경찰의 손이 닿지 않고 있다.


반면 불법촬영?성추행?절도 등 서울 지하철에서 발생하는 범죄는 여전히 극성이다. 서울교통공사에 따르면 2020년부터 올 4월까지 서울 지하철 1~8호선에서 발생한 범죄는 총 5284건에 달한다. 2020년 2249건, 2021년 2260건, 2022년 1~4월 775건으로 소폭 상승하는 추세다. 유형별로 보면 성범죄가 전체의 33.1%(1751건)을 차지해 가장 많았다. 최근 신당역에서는 직위해제된 서울교통공사 직원이 같은 직원을 스토킹하고 살해하는 사건이 벌어지기도 했다.


지하철 내 범죄가 이어지고 있지만 범죄를 감시하고 수사하는 지하철경찰대의 인력은 제자리걸음이다. 적어도 6년째 인력변동이 없었던 것으로 확인된다. 매년 파견직원의 유무에 따라 1~2명의 차이가 날 뿐 수사?행정팀을 포함해 182명 수준으로 운영되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현재에도 인력충원에 대한 계획은 없다.


서울교통공사가 지하철 내 질서유지를 위해 자체적으로 운영하고 있는 ‘지하철 보안관’도 유명무실하다, 총 270명, 11개 부서로 나뉘어 근무 중인 지하철보안관은 상가기동대?열차기동대로 나뉘어 주기적으로 상가 및 열차를 순찰하고 있지만 사법권이 없어 범죄에 적극적인 조치를 수행하기 어렵다. 피의자를 연행할 수 없는 것은 물론 물리력을 행사할 수 없어 상황을 즉각적으로 해결할 수 없다.


이런 상황에 역무원과 지하철보안관에게 특별사법경찰권을 부여하는 방안이 도마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최근 오세훈 서울시장은 ‘신당역 스토킹 살인’이 발생하자 “하루 600만 명이 이용하는 서울 지하철을 더 안전한 공간으로 만들겠다”며 “10년 이상 논의만 이어져 온 역무원과 지하철 보안관에게 사법권을 부여하는 문제를 적극 검토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전문가들은 지하철경찰대 등 인력충원이 지하철 내 범죄 예방에 기여할 수 있다고 입을 모았다. 순찰 등 경찰의 감시활동이 범죄자의 심리를 압박하며 범죄 실행을 억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치안정책연구소 관계자는 “경찰은 인력난으로 인해 이미 발생한 범죄를 수사하고 검거하는 것 이상으로 범죄 감시활동을 펼치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라며 “어떤 범죄든 감시하는 경찰의 인력이 늘어나면 범죄 발생을 억제하는 데 기여할 수 있는 것은 당연하다"고 설명했다. 한 경찰 관계자도 “지하철경찰대 뿐 아니라 수사?형사부서의 인력문제도 만성적”이라며 “인력부족 상황이 치안에 부정적 영향을 준다는 것은 명약관화한 사실”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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