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뉴욕증시에서 대형 기술 기업의 기업공개(IPO)가 2008년 금융위기 이후 가장 뜸해진 것으로 나타났다.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인플레이션 완화를 위해 고강도 긴축 기조를 유지하면서 기술주 투자 심리가 크게 위축된 영향이다.
영국 경제 매체 파이낸셜타임스(FT)는 18일(현지 시간) 투자은행 모건스탠리를 인용해 오는 21일이면 기업 가치 5000만달러(약 693억원) 이상인 대형 기술 기업 IPO가 사라진 지 올 들어 238일째라고 보도했다. FT는 “이는 2000년대 초 이른바 ‘닷컴 버블’ 붕괴, 2008년 금융위기 때보다도 테크 대형주 IPO ‘가뭄’이 길게 이어지는 것”이라며 “기술주 투자 심리가 이번 세기 들어 최악 수준으로 낮아진 모양새”라고 설명했다.
이는 미국 중앙은행인 연준이 고물가를 잡겠다며 계속 금리 인상 고삐를 죄어온 영향이다. 실제로 올 들어 현재까지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지수는 28% 하락해, 기술주 비중이 나스닥보다 낮은 S&P500 지수(19%)보다 같은 기간 낙폭이 더 컸다.
기술 분야뿐 아니라 전체적인 뉴욕증시 IPO는 사실상 ‘개점 휴업’ 상태다. 실제로 올 들어 현재까지 기술주 포함 미국의 전체 IPO 규모는 70억달러로 1년 전 1100억달러와 비교해 94% 가량 쪼그라들었다. AIG에서 분사해 이달 뉴욕증시에 상장한 보험사 코어브릿지 파이낸셜이 올 들어 기업 가치 10억달러 이상의 유일한 대형 IPO였다. 맷 윌시 SVB증권 기술주 자본시장 부문 책임 연구원은 “현재 IPO 시장에 (연준 금리 인상으로 인한) 매우 큰 불확실성이 존재하고 있으며, 불확실성은 IPO의 적”이라고 분석했다.
증시 전문가들은 앞으로도 기술 IPO 가뭄이 계속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한다. 연준은 오는 22일로 예정된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기준금리를 0.75%포인트 인상해 지난 6월과 7월에 이어 3연속 ‘자이언트 스텝’을 단행할 것으로 확실시된다. 일각에서는 8월 미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전년 동기 대비 8.3% 오르며 인플레이션이 예상보다 쉽게 꺾이지 않을 것이라는 점을 확인한 연준이 금리를 한 번에 1%포인트 끌어 올리는 ‘울트라 스텝’을 밟을 가능성도 있다고 보고 있다. 미국 로펌 데이비스 포크에서 기술주 IPO 업무를 맡고 있는 니콜 브룩셔 파트너 변호사는 “많은 기술 기업과 투자자들이 (금리 인상 등) 거시경제 ‘역풍’ 영향을 체감하고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