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카라쿠배'서도 이직…LGU+ "개발자 맘껏 해봐라"

[LG유플러스 CTO 산하 사내 벤처 가보니]
2030 개발자가 제안…전사 벤처와 달리 사업성 안 따져
'아이돌플러스' 고도화 '라임'팀…경력·석사 신입 다양한 구성
플랫폼 중심 'U+3.0' 선언한 LGU+ "개발자 확보 속도"

LG유플러스 CTO 산하 사내 벤처 ‘라임'은 팀이 처음 선발됐을 때부터 여러 활동을 브이로그(Vlog)로 제작하고 있다. 사진제공=LG유플러스

“'아이돌플러스'가 베트남 공공 와이파이 속도 10Mbps 이하에서도 잘 되더라고요." "해외 고객이 데이터를 더 적게 쓰고도 빠르게 접속하도록 변환을 좀 해봤는데요."


지난 16일 LG유플러스(032640) 마곡 사옥 내 ‘캠핑룸’에서 개발자 6명이 모여 회의를 하고 있었다. 최고기술책임자(CTO) 산하 사내 벤처 ‘라임'(REIM) 멤버들이다. 한 달 전 해외 진출을 선언한 LG유플러스의 K팝 콘텐츠 플랫폼 아이돌플러스가 어떤 네트환경에서도 고품질을 유지하도록 고도화 작업 중이었다. 라임 리더인 주동혁(35) 모바일미디어서비스개발팀 책임은 “지난달 동남아시아 번화가·대학가·스타벅스 등에서 와이파이 속도를 측정하고 왔다”며 “회사에서 개발자들의 프로젝트를 적극 지원해주고 있다”고 말했다.



LG유플러스 마곡 사옥 내 ‘캠핑룸’에서 CTO 사내 벤처 ‘라임’의 멤버들이 ‘아이돌플러스’에 대해 회의하고 있다. 모바일미디어플랫폼개발팀의 이준우(왼쪽부터) 선임과 모바일미디어서비스개발팀의 주동혁 책임, 이정숙 책임, 최현석 선임, 김재은 사원, 이성헌 선임. /강도림 기자

LG유플러스가 지난 7월부터 새로운 실험에 나선 CTO 산하 사내 벤처 제도가 탄력을 받고 있다. 기존에도 전사 차원의 사내 벤처가 있었지만 스타트업처럼 빠른 의사 결정과 개발 조직 성장을 위해 3개월 단위 프로젝트로 도입했다. 라임을 처음 구상한 최현석(30) 선임은 “시장성을 따지는 일반적인 사내 벤처와 달라 신청했다"고 했다. 라임은 LG유플러스 토박이 개발자인 주 책임, 최 선임 외에 경력 입사자, 신입사원 등으로 구성됐다.


현재 CTO 산하 사내 벤처로는 라임 팀 외에도 챌린지 앱 개발, 메타버스 고도화 등 총 6개팀이 있다. 이달 말까지 프로토타입(시제품) 개발 완료 뒤 성과 공유회를 열어 코드 리뷰(피드백) 등을 진행할 예정이다. LG유플러스 관계자는 “사업성 있는 아이템 발굴보다 개발자들이 고객 관점에서 더 나은 서비스를 맘껏 시도해보는 게 우선"이라며 “물론 실제 서비스로 이어질 경우 적정한 보상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현재 CTO 산하 개발자 10% 가량이 사내 벤처에 참여 중인데 점차 인원을 늘릴 계획”이라며 "개발자들이 선호하는 ‘네카라쿠배’(네이버·카카오·라인플러스·쿠팡·배달의민족)에서도 최근 많이 영입했다"고 덧붙였다.



LG유플러스 CTO 사내 벤처 모집 포스터. 사진제공=LG유플러스

LG유플러스가 CTO 사내 벤처를 도입한 건 개발자들이 ‘개발 문화’를 무엇보다 중요시하기 때문이다. 증강현실(AR) 서비스 개발 회사에서 일하다 경력직으로 입사한 라임의 이정숙(38) 책임은 “이전 회사에서는 도전적 기술을 사용해보려면 비용 문제 등 제약이 많았다"며 “LG유플러스는 공격적으로 세계 최고 기술들을 도입해 서비스를 만들겠다는 의지가 컸다”며 이직 이유를 밝혔다. 라임의 김재은(28) 신입사원은 대학교 4학년 때부터 스타트업에서 1년 반 일하다 석사를 마치고 두 달 전 입사했다. 김 사원은 “석사 1학기 때 LG유플러스 인재확보팀이 학교에 와서 PM(프로젝트 매니저) 직무를 설명해줬다"며 “나 같은 경력이 짧은 주니어에게 흔치 않은 성장 기회라 다른 곳에 지원 않고 LG유플러스에 ‘올인’했다”고 말했다.



LG유플러스 CA(Change Agent)로 활동 중인 허태원(왼쪽) 스마트팩토리개발팀 사원과 강소영 메타버스개발1팀 사원. 강도림 기자

CTO 산하 사내 벤처 아이디어도 2030 개발자로부터 나왔다. 강소명(27) 메타버스개발1팀 사원과 허태원(32) 스마트팩토리개발팀 사원이 지난 2월 CA(Change Agent)로 뽑힌 뒤 제안했다. CA는 MZ세대 구성원들이 주체가 돼 조직문화 개선을 모색하는 활동이다. 강 사원은 “도전에는 성공도 있지만 ‘창조적 실패’도 있어 성패를 따지지 말자고 했다”며 “우리가 낸 아이디어가 실현돼 뿌듯했다”고 했다. 또 다른 조직문화에 대해 허 사원은 “‘공부하는 CTO’라고 해서 인프런(IT 교육 플랫폼)·유니티(실시간 3D 제작툴) 등 듣고 싶은 교육이 있다면 업무 시간에 하루 종일 공부할 수 있다"며 “특히 2,3주차 수요일에는 1시간 일찍 퇴근하는 ‘스마트 워킹데이’가 있다"며 웃었다.



LG유플러스는 정기적으로 자사 유튜브에 개발자 관련 콘텐츠를 올리고 있다. 사진=유튜브 캡처

최근 ‘유플러스(U+) 3.0’을 선언한 LG유플러스는 더 많은 개발자 확보에 주력할 예정이다. U+ 3.0은 라이프스타일-놀이-성장케어-웹 3.0 등을 묶은 4대 플랫폼 중심의 신사업 전략이다. 지난 16일부터는 서류 평가 없이 모든 지원자를 대상으로 코딩테스트를 진행하는 ‘LG유플러스 개발자 채용 챌린지’도 시작했다. 이상엽 LG유플러스 CTO(전무)는 “U+3.0 시대를 성공적으로 열기 위해서는 기술·개발 역량 확보가 필수"라며 "역량 있는 개발자가 고객 중심 회사를 만드는 데 있어 중추적인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