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짝퉁 레고 때문에 골치가 아픕니다. 어떻게 아이들을 위한 교육 콘텐츠를 만든다고 하면서 남의 지식재산(IP)을 도둑질해 변형해서 파는 일을 할까요?”
필자와 같이 디지털 교육 프로그램을 만드는 작업을 하던 레고(LEGO) 측 동료가 한 푸념이다. 중국에서 ‘짭고(짝퉁+레고)’라고도 불리는 ‘레핀(LEPIN)’이라는 이 짝퉁은 누가 봐도 레고와 비슷하다. 적당히 잘 베끼고 예쁘게 포장하되 가격은 굉장히 싸다. 당연히 꽤 잘 팔린다. 반면 원창조자는 그 창조물을 위한 연구개발(R&D)에 모든 힘과 재원을 쏟느라 가격을 싸게 하기 쉽지 않다. 짝퉁 때문에 골머리를 앓을 수밖에 없다.
짝퉁이 판치는 것은 제품뿐 아니라 학계와 음악계 등에서도 마찬가지다. 흔히 학계와 연구계의 논문 표절 문제가 사회적 이슈로 떠오른다. 음악계에서도 얼마 전 대중적 인기가 크던 유희열 작곡가가 일본의 거장 사카모토 류이치의 원곡과 비슷한 곡으로 표절 시비에 휘말렸다. 그런데 해명이 인상적이다. ‘무의식 중 기억에 남았다’는 것이다. 이렇게 표절에 대해 범죄라는 생각을 잘 안 한다.
물론 지혜자 솔로몬은 ‘해 아래에는 새것이 없다’고 했다. 이는 인간이 만든 새로운 창조물의 기본은 기존 창조물에 바탕을 둔다는 뜻일 것이다.
하지만 남의 독창적인 것을 변형해 원창조자의 피·땀·노력을 자신의 공으로 가로채라고 한 말은 결코 아니다. 원창조자의 아이디어를 내 것으로 둔갑시키는 것은 범죄다. 원창조자의 독창성(originality)를 인정하고 그 업적을 참고(referencing)만 해야 하는 것이다.
짝퉁을 만드는 것은 기본적인 창조 정신을 망치는 행위이자 공정을 망가뜨리는 것이기도 하다. 특히 미래 세대를 키우는 교육 분야에서는 절대 짝퉁 행위가 있어서는 안 된다. 교육 콘텐츠는 만든 이의 ‘얼’을 담고 있고 그것은 다음 세대의 미래를 결정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국에서도 일부 교육계에서 짝퉁 교육 콘텐츠로 미래 세대를 교육하고 있고 이를 지속하는 현실은 공공연한 비밀이다. 정부도 이 부분에 관해 문제의식을 가져야 한다. 교사들도 짝퉁 교육 콘텐츠를 추방하는 데 힘을 보태야 한다. 과거 노벨화학위원회를 책임졌던 베르틸 안데르손 교수는 필자에게 “노벨상은 무엇보다 독창성이 중요하다. 독창성이 없는 교육은 이류일 뿐”이라고 말한 적이 있다. 과연 한국에서 짝퉁 문화 근절을 위해 얼마나 노력하고 있고, 교육계 등 국가적으로 독창성을 정말로 강조하고 있는지 되돌아볼 일이다. 한국에서 아직 노벨 과학상이 나오지 않는 문제도 같은 맥락에서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
윤석열 대통령은 최근 1만 디지털 인재 양성 포부를 밝혔다. 글로벌 기술 패권 시대에서 새롭게 혁신하고 창조할 수 있는 인재를 기르겠다는 뜻이다. 그런데 과연 짝퉁 행위를 근절하지 않고, 패스트 팔로어(빠른 추격자) 패러다임에서도 벗어나지 못한다면 과연 일류 인재가 맘껏 뛰놀 수 있는 생태계를 만들 수 있을지 의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