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 한벌도 격식있게…남성 정장이 돌아왔다

엔데믹 전환·클래식 트렌드에
'신사의 갑옷' 정장 경쟁 치열
코오롱 '캠브리지' 매출 25%↑
올드 이미지 벗고 2030 공략
셔츠에 코트 단추까지 커스텀
女 임원 늘자 여성정장도 불티


'신사의 갑옷' 정장이 돌아왔다. 수 년간 스트리트 패션에 밀려 백화점 쇼윈도에서 자취를 감추다시피 했지만, 엔데믹(감염병의 풍토병화) 전환과 클래식 트렌드 확산에 힘입어 부활하고 있다. 패션 기업들은 맞춤 정장 서비스를 강화하거나 유명 테일러와 협업하는 등 올 가을겨울(FW) 시즌 치열한 경쟁에 돌입했다.


19일 코오롱FnC에 따르면 남성 정장 브랜드 '캠브리지멤버스'는 올해 620억 원 규모의 매출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는 전년 대비 25% 가량 신장한 규모다. 이상우 캠브리지멤버스 브랜드 매니저는 이날 서울 강남 플래그십 스토어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예복과 캐주얼 정장 수요 증가와 맞춤 제작 트렌드가 맞물려 올해 큰 폭의 성장이 기대된다"고 말했다. 캠브리지멤버스는 1977년 국내에서 론칭한 토종 남성복 브랜드로, 2007년 코오롱FnC가 인수해 운영하고 있다.


코오롱FnC는 젊은층을 중심으로 남성 정장 시장이 살아날 조짐을 보이자 맞춤 제작 서비스인 MTM(Made To Measure)을 강화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30대 한국 남성의 체형을 고려한 실루엣을 자체 개발했다. 아울러 전통 정장 매장들이 위치해있는 거리인 영국의 새빌 로우에서 유일한 한국인으로 활약했던 김동현 테일러와 손을 잡고 정장을 선보일 예정이다.


이 매니저는 "이전까지는 중장년층 구매 비율이 높았지만, 나이와 무관한 에이지리스(ageless) 제품 비중을 늘리면서 30대 고객 구매 비율이 2020년 18%에서 올해 22%까지 늘었다"며 "온라인 전용 상품도 적극적으로 확대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섬유산업연합회에 따르면 국내 정장 시장 규모는 2018년 7조6432억 원에서 2019년 7조 335억 원, 2020년 6조 5487억 원으로 계속 감소했다. 구찌와 아디다스, 버버리와 슈프림 협업 등 스트리트 패션이 명품 시장까지 침범하며 수년간 트렌드를 이끈 데다 코로나19 펜데믹으로 재택근무가 일상화되면서 정장 수요가 줄어든 탓이다. 그러나 엔데믹 논의가 시작된 지난해 상반기에는 시장 규모가 3조 4891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8%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삼성물산 패션도 정장 시장이 확대될 것으로 보고 프리미엄 서비스를 강화했다. 그 결과 올 1~8월 '란스미어' 맞춤제작과 '수트서플라이' 서비스 매출이 각각 전년 동기간 대비 120%, 300% 이상 증가했다. 송지수 수트서플라이 프로는 "제작 기간을 단축하고, 셔츠와 코트까지 커스텀메이드 서비스를 제공함에 따라 신규 고객은 물론 재구매 비율도 점차 증가하고 있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이밖에 LF의 남성복 브랜드 '마에스트로'는 지난달 현대백화점 판교점에 한국인의 체형에 최적화된 프리미엄 슈트 라인 '알베로' 편집숍을 열었다. 롯데백화점은 잠실점에 프리미엄 예복 맞춤 전문점 '로브테일러'를 입점시키고 결혼 시장을 공략할 계획이다.



조르지오 아르마니 여성 정장. /사진 제공=신세계인터내셔날

한편 여성 정장도 활기를 띄고 있다. 특히 기업에서 여성 임원 수가 늘어나면서 비즈니스 정장이 주목을 받고 있다. 신세계인터내셔날에 따르면 지난달부터 이달 16일까지 '조르지오 아르마니' 여성 정장 매출은 전년 동기간 대비 10% 늘었다. 특히 각각의 패션 아이템보다 블라우스와 팬츠 셋업을 함께 구매하면서 매출을 견인했다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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