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취임 후 노사분규 5건→20건…양대노총 '反노동개혁' 연대하나

[대정부 투쟁력 높이는 노동계]
민주노총·한국노총 "11월 투쟁"
정부, 근로시간 등 개선 나서자
민주노총 '노동 개악'으로 규정
한국노총도 3년만에 집회 예고
"양대노총 뭉칠수도" 우려 고조
경사노위원장 김문수 유력 속
사회적대화 '산넘어 산' 불가피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이 지난달 31일 서울 중구 민주노총에서 열린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개정, 노란봉투법 제정 촉구 기자회견에서 투쟁 머리끈을 두르고 있다. 연합뉴스

노동계가 투쟁의 머리 끈을 동여매고 있다.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매달 대규모 투쟁을 이끌며 대립각을 세웠던 민주노총은 19일 윤석열 정부의 노동 개혁을 ‘노동 개악’으로 규정하고 11월 10만 명이 참여하는 대규모 집회에서 저지하겠다고 선언했다. 급기야 양대 노총 가운데 대화에 치중했던 한국노총까지 대정부 장외 투쟁을 선언했다. 아직 양대 노총이 연대한다는 구체적인 계획을 밝히지 않았지만 만일 손을 잡을 경우 파장이 만만치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긴장 관계를 유지했던 노사정이 강대강으로 대치하며 파국으로 치달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민주노총은 19일 서울 중구 민주노총 대회의실에서 향후 집회 계획을 공개했다. 우선 24일 열기로 한 결의대회는 11월 12일 예정된 전국노동자대회의 전초전 성격이다. 민주노총은 이날 기자회견장에서 ‘노동 개악을 저지하겠다’는 손팻말을 들었다. 민주노총은 11월 노동자대회에서 역대 최대 규모인 10만 명 참여를 추진한다.


민주노총은 윤석열 정부 출범 초기 노정 대화를 촉구하며 정부 정책을 비판하는 데 투쟁의 초점을 맞췄다. 하지만 정부가 노동 개혁을 핵심 국정과제로 추진하면서 대정부 투쟁 강도를 높이고 있다. 노동정책뿐만 아니라 물가, 사회공공성, 세제 개편 반대 등으로 투쟁 전선도 확대했다. 민주노총은 정부가 노동시장 개혁 방향으로 예고한 근로시간과 임금 체계 개선을 노동 개악으로 규정하고 있다. 아울러 노동권을 강화하기 위한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2·3조 개정, 민생 개혁 입법 제정을 투쟁 목표로 정했다. 특히 국회까지 쟁점 법안이 된 기업의 과도한 손해배상 소송을 막는 일명 ‘노란봉투법’ 제정을 하반기 투쟁으로 관철하겠다는 목표다.


대화에 치중하던 한국노총도 대규모 집회를 통한 장외 투쟁 대열에 합류했다. 한국노총은 11월 전국노동자대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대회가 열린다면 3년 만이다. 한국노총 관계자는 “올해 하반기 3대 목표를 노동과 민생 안정, 반노동정책 및 일방적 구조 조정 분쇄, 140만 명 조합원의 단결로 정했다”며 “윤석열 정부에 노동자들의 강력한 경고 목소리를 내겠다”고 밝혔다.


올해 노사 갈등은 국민들이 피로감을 느낄 정도로 잇따라 발생했다. 지난해 말부터 올해 초까지 택배노동조합의 CJ대한통운 본사 점거를 시작으로 화물연대 총파업, 대우조선해양 하청노조와 하이트진로 하청노조 점거 및 파업 등이 줄줄이 이어졌다. 여기에 7월부터 민주노총이 매월 주최한 수만 명이 모이는 집회가 이어지고 있다. 대우조선하청 파업의 경우 공권력 투입을 통한 강제 진압 직전까지 이를 만큼 긴장감이 높았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올해 월별 노사 분규는 1~4월 평균 5건에서 새 정부가 출범한 달인 5월에 11건으로 두 배나 늘었다. 노사분규는 계속 이어지다 8월에는 20건으로 껑충 뛰었다. 새 정부 출범 전보다 4배 급증한 수준이다.


앞으로 노사·노정 갈등 수위가 더 높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노동계는 윤석열 정부가 노동 개혁에서 경영계의 입장을 더 많이 반영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노동계가 노동 개혁을 노사 개악이라며 결사 반대하는 이유다. 사망 산재를 막기 위해 제정된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에 대한 노사 대립도 여전하다. 정부가 조만간 발표할 시행령에 대폭적인 완화 방안이 담길 경우 노동계의 반발 수위가 한층 높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노조에 대한 손배소를 제한하는 일명 노란봉투법 제정에 대한 노사 갈등은 국회까지 번졌다. 김문수 전 경기도지사가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위원장으로 유력하다는 소식도 노사 갈등을 심화할 수 있는 요인으로 거론된다. 야권과 노동계에서는 사회적 대화 기구에 보수 정치인을 앉히는 게 맞지 않다며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한국노총 관계자는 “노동계를 적대시하는 인사를 사회적 대화 기구 수장으로 낙점했다”며 “사회적 대화가 파국으로 흐를 것 같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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