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野 "비대면 진료, 일단은 재진부터"…업계 "산업 기반 통째로 흔들려"

[골든타임 저무는 의료개혁]
◆정치권 비대면 '재진'부터 허용
관련 서비스 모두 불법 전락 위기
업계 "편의성도 추락…문 닫을판"

박수영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인수위원이 4월 18일 비대면 진료 혁신 스타트업 간담회에서 장지호(왼쪽) 닥터나우 대표와 비대면 진료를 체험하고 있다. 사진 제공=닥터나우






정치권이 비대면 진료 업계의 요구와 달리 초진이 아닌 재진부터 비대면 진료를 허용하는 법안을 잇달아 발의하고 있다.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의 강병원·최혜영 의원이 재진부터 비대면 진료를 제한적으로 허용하는 법안 두 건을 이미 발의한 데 이어 여당인 국민의힘의 박수영 의원도 재진부터 허용하는 법안을 마련해 이달 중 발의할 계획이다. 비대면 진료 관련 업계는 실망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부터 비대면 진료 산업에 대한 전폭적인 지원과 규제 개선을 약속 받았지만 국민의힘 법안 역시 민주당과 큰 차이가 없는 것으로 나타나자 관련 업계는 “사실상 문 닫을 판”이라며 아쉬워하고 있다.


19일 정치권 등에 따르면 박 의원은 이달 중 재진부터 비대면 진료를 허용하는 법안을 발의할 계획이다. 현재 민주당은 비대면 진료를 재진부터 허용하는 법안을 두 건 발의한 상태다. 여기에 더해 국민의힘도 재진부터 허용하는 법안을 발의하게 되면 큰 틀에서 여야 간 이견은 없게 된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여야가 재진부터 허용하는 것에 대한 공감대가 상당 부분 있기 때문에 이번 정기국회에서 비대면 진료가 법제화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코로나19 팬데믹에 대응하기 위해 한시적으로 도입된 비대면 진료가 자리잡기 위해서는 의사와 환자 간 비대면 진료를 허용하는 법 개정이 필수다. 의료법이 개정되지 않으면 코로나19 이후에는 관련 서비스가 모두 불법으로 전락하기 때문이다. 아울러 업계는 비대면 진료의 특성을 살리기 위해서는 경증 환자들을 대상으로는 초진부터 비대면 진료가 허용돼야 한다고 줄기차게 주장해왔다. 이미 미국·독일 등이 초진부터 비대면 진료를 대폭 허용한 만큼 우리나라도 비슷한 규제 수준을 갖춰야 글로벌 경쟁이 가능하다는 점도 이유로 들었다. 하지만 정치권은 의약계의 강력한 반대에 결국 재진부터 허용하는 것으로 가닥을 잡아가는 분위기다.


비대면 진료 업계는 크게 반발하고 있다. 비대면 진료가 한시적으로 허용된 2020년 2월부터 올해 7월까지 1000억 원 규모로 성장한 관련 산업의 근간이 통째로 흔들릴 수 있다는 것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에서 초진부터 허용되던 비대면 진료가 재진부터 허용되도록 바뀌면 이용자들이 느끼는 편의성이 크게 떨어질 것”이라며 “모든 사업 방향을 초진에 맞춰 계획해왔기 때문에 재진부터 비대면 진료가 허용되면 사실상 사업을 접어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결국 시장 규모 자체가 크게 쪼그라들고 글로벌 경쟁력도 잃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비대면 진료 대상이 크게 줄어들 가능성이 높아지자 자금 조달에도 비상등이 켜졌다. 사실 비대면 진료 업계는 주력 사업 분야에서는 수익을 내지 못하고 있다. 대부분의 서비스를 무료로 제공하면서 법제화 이후 본격적인 수익화를 노리고 있다. 결국 운영 및 신사업 개발 자금의 대부분을 외부 투자 유치를 통해 조달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비대면 진료 법제화가 장기간 표류하면서 대상 범위도 재진부터로 좁아지자 투자심리가 급격히 위축되고 있다. 투자 업계 관계자는 “초진부터 비대면 진료가 허용될 것으로 보고 투자를 진행해왔는데 재진부터로 법제화될 경우 기대 가치가 크게 줄어들 수 있다”며 “투자심리가 위축되면 결국 성장 동력을 잃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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