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재 입도선매” 삼성전자, 계약학과 더해 ‘반도체 트랙’ 강화

◆서울대·KAIST 등 4곳 손잡아
年 1000만원 넘는 장학금·혜택
4년간 석사급 이상 500명 선점
기존보다 대상 인원 더 늘리고
내년 KAIST·포스텍 학과 신설
SDI·전기 등도 인재 확보 사활

반도체 기업들의 전문인력 확보전이 치열해지는 가운데 삼성전자(005930)가 장학금을 통한 대학 인재의 ‘입도선매’ 전략 강화에 나섰다. 대학과 연계해 설립하는 계약학과만으로는 안정적인 인력 확보가 어렵다는 판단 아래 한정된 인재 풀 안에서 한발 먼저 인재를 선점할 수 있는 방안을 다각도로 고민하는 모습이다.






19일 업계와 주요 대학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최근 서울대·서강대 등 주요 대학과 반도체 전문인력 육성을 위한 트랙 사업을 4년간 연장했다. 이른바 ‘반도체 트랙’으로 불리는 이 사업은 삼성전자가 해당 대학 이공계 학과 학부·대학원생 중 일부를 선정해 연 1000만 원 이상의 장학금과 혜택을 주고 졸업 후에는 삼성전자 DS(반도체) 부문에 의무적으로 입사하게 하는 방식이다.


이 과정은 현재 서울대(SSSP), 서강대(SSES), 한국과학기술원(KAIST·EPSS), 포항공과대(포스텍·PSEP) 등 4개 대학과 진행하고 있다. 서울대와 서강대에서는 학부·대학원생을, KAIST와 포스텍에서는 대학원 이상 인원을 선발한다. 상위 학위로 진학할 경우 삼성전자 연구원이 공동 지도에 나서는 등 석사 이상 학위 취득을 유도한다. 이들 대학에서 4년간 석사급 이상 인력을 중심으로 약 500명의 전문인력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전자는 최근 대학별 계약학과 설립에 주력하고 있지만 수도권 대학 정원 규제가 풀리지 않은 상황에서 이를 통해 확보할 수 있는 인력은 제한적이다. 회사는 현재 연세대·성균관대와 계약학과를 운영하고 있고 KAIST·포스텍과는 내년부터 개설할 예정이다. 앞으로도 계약학과를 계속 늘려나갈 방침이지만 여기에 반도체 트랙을 병행하면 계약학과를 통해 확보 가능한 인력보다 더 많은 인력을 미리 확보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이 같은 이유로 삼성전자는 반도체 트랙 대상을 더욱 강화하고 있다. 서강대의 경우 기존 4년간 80명 수준이던 반도체 트랙 대상 학생 수를 새로운 계약 체결과 함께 상당수 늘렸다. 이 대학은 SK하이닉스와 내년부터 30명 규모로 계약학과(시스템반도체공학과)를 설립하기로 했는데 이를 통해 삼성전자 또한 비슷한 규모의 학생을 매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KAIST와 포스텍의 경우 반도체 트랙 대상 규모는 유지하지만 내년부터 반도체 계약학과를 설립하기로 해 대학별 확보할 수 있는 인력 수를 크게 늘리는 효과를 내게 됐다. 서울대는 지난 계약(2018년)부터 대학원 외에 학부생까지 선발 범위를 넓혔다.


학생들의 반응도 긍정적이다. 취업 의무 규정이 붙기는 하지만 등록금 등 금전적 부담이 줄어드는 데다 졸업 후 취업 또한 보장돼 마음 편히 학업에 매진할 수 있다. 기업 입장에서도 입학과 동시에 취업이 보장되는 계약학과보다 어느 정도 학교 성적이 확인된 학생들을 채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위험 부담을 줄일 수 있는 효과가 있다.


이 같은 이유로 삼성전자뿐 아니라 삼성디스플레이·삼성전기(009150)·삼성SDI(006400) 등 주요 계열사도 서울대·연세대·KAIST·포스텍 등 대학에서 석사급 이상 연구 장학생을 선발하면서 인재 확보에 나서고 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산학 협력을 바탕으로 반도체 전문인력 양성에 나서자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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