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기업들의 전문인력 확보전이 치열해지는 가운데 삼성전자(005930)가 장학금을 통한 대학 인재의 ‘입도선매’ 전략 강화에 나섰다. 대학과 연계해 설립하는 계약학과만으로는 안정적인 인력 확보가 어렵다는 판단 아래 한정된 인재 풀 안에서 한발 먼저 인재를 선점할 수 있는 방안을 다각도로 고민하는 모습이다.
19일 업계와 주요 대학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최근 서울대·서강대 등 주요 대학과 반도체 전문인력 육성을 위한 트랙 사업을 4년간 연장했다. 이른바 ‘반도체 트랙’으로 불리는 이 사업은 삼성전자가 해당 대학 이공계 학과 학부·대학원생 중 일부를 선정해 연 1000만 원 이상의 장학금과 혜택을 주고 졸업 후에는 삼성전자 DS(반도체) 부문에 의무적으로 입사하게 하는 방식이다.
이 과정은 현재 서울대(SSSP), 서강대(SSES), 한국과학기술원(KAIST·EPSS), 포항공과대(포스텍·PSEP) 등 4개 대학과 진행하고 있다. 서울대와 서강대에서는 학부·대학원생을, KAIST와 포스텍에서는 대학원 이상 인원을 선발한다. 상위 학위로 진학할 경우 삼성전자 연구원이 공동 지도에 나서는 등 석사 이상 학위 취득을 유도한다. 이들 대학에서 4년간 석사급 이상 인력을 중심으로 약 500명의 전문인력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전자는 최근 대학별 계약학과 설립에 주력하고 있지만 수도권 대학 정원 규제가 풀리지 않은 상황에서 이를 통해 확보할 수 있는 인력은 제한적이다. 회사는 현재 연세대·성균관대와 계약학과를 운영하고 있고 KAIST·포스텍과는 내년부터 개설할 예정이다. 앞으로도 계약학과를 계속 늘려나갈 방침이지만 여기에 반도체 트랙을 병행하면 계약학과를 통해 확보 가능한 인력보다 더 많은 인력을 미리 확보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이 같은 이유로 삼성전자는 반도체 트랙 대상을 더욱 강화하고 있다. 서강대의 경우 기존 4년간 80명 수준이던 반도체 트랙 대상 학생 수를 새로운 계약 체결과 함께 상당수 늘렸다. 이 대학은 SK하이닉스와 내년부터 30명 규모로 계약학과(시스템반도체공학과)를 설립하기로 했는데 이를 통해 삼성전자 또한 비슷한 규모의 학생을 매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KAIST와 포스텍의 경우 반도체 트랙 대상 규모는 유지하지만 내년부터 반도체 계약학과를 설립하기로 해 대학별 확보할 수 있는 인력 수를 크게 늘리는 효과를 내게 됐다. 서울대는 지난 계약(2018년)부터 대학원 외에 학부생까지 선발 범위를 넓혔다.
학생들의 반응도 긍정적이다. 취업 의무 규정이 붙기는 하지만 등록금 등 금전적 부담이 줄어드는 데다 졸업 후 취업 또한 보장돼 마음 편히 학업에 매진할 수 있다. 기업 입장에서도 입학과 동시에 취업이 보장되는 계약학과보다 어느 정도 학교 성적이 확인된 학생들을 채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위험 부담을 줄일 수 있는 효과가 있다.
이 같은 이유로 삼성전자뿐 아니라 삼성디스플레이·삼성전기(009150)·삼성SDI(006400) 등 주요 계열사도 서울대·연세대·KAIST·포스텍 등 대학에서 석사급 이상 연구 장학생을 선발하면서 인재 확보에 나서고 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산학 협력을 바탕으로 반도체 전문인력 양성에 나서자는 취지”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