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아니스트 백건우 "자유 상징하는 고예스카스…40년 만에 연주 꿈 이뤘죠"

"곡 해석·연주 모두 자유롭게 해"
새 음반 기념 내달 전국 리사이틀

피아니스트 백건우가 19일 서울 서초구 스타인웨이 갤러리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뉴욕에 머물던 시절, 카네기홀에서 엔리케 그라나도스의 ‘고예스카스’를 스페인의 피아니스트 알리시아 데 라로차의 연주로 들었습니다. 초겨울이라 추운 날씨였지만 음악을 듣는 동안 카네기홀에 햇볕이 든 듯 따뜻했고, 음악을 통해 다른 세상에 다녀올 수 있다는 것도 피부로 느꼈습니다. 언젠가 이 곡을 연주하고 싶다고 생각하고 숙제로 갖고 있었는데, 40년이 넘었네요”


‘건반 위의 구도자’ 피아니스트 백건우는 19일 발매한 새 음반에 녹음한 그라나도스의 ‘고예스카스’를 처음 들었을 때의 기억을 이렇게 떠올렸다. ‘고예스카스’는 그라나도스가 스페인의 화가 프란시스코 고야의 전람회에서 작품을 보고 영감을 얻어 만든 피아노 모음곡이다. 젊은 시절 큰 감명을 얻었지만, 오랜 꿈으로 남겨야 했다. 연주자로서 활동하는 동안 국내외에서 상대적으로 잘 알려지지 않은 작곡가의 작품은 뒤로 밀릴 수밖에 없었고, 76세에야 꿈을 이뤘다.



피아니스트 백건우가 19일 서울 서초구 스타인웨이 갤러리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그는 이날 서울 서초구 스타인웨이갤러리에서 새 음반의 발매와 전국 6개 도시 리사이틀 개최를 기념해 연 기자간담회에서 이 곡에 얽힌 이야기를 풀어냈다. 백건우는 다음달 8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공연을 비롯해 울산·인천·제주와 경기도 광주시에서 리사이틀을 예정하고 있다. 백건우는 음반 발매에 앞서 올해 독일의 한 음악축제와 스페인 마드리드의 한 미술관에서 이 곡을 연주한 바 있다. 그는 “특히 고야가 30년간 미술을 가르쳤던 마드리드의 미술관에서 공연할 수 있어서 영광이었다”며 “보관 책임자의 도움으로 곡에 영감을 준 고야의 작품들도 볼 수 있었다”고 돌아봤다. 스페인을 좋아해서 과거 여러 차례 여행하며 찍었던 사진들을 음반 표지를 비롯해 곳곳에 싣기도 했다.



19일 발매한 피아니스트 백건우의 새 음반 ‘그라나도스-고예스카스’ 표지. 사진 제공=유니버설뮤직

그는 이 곡에 대해 “감정 표현이 자유로운 곡이고 더 인간적이고 감성적, 열정적인 곡”이라며 “제게 이 곡은 자유를 상징한다. 곡 해석도 연주도 자유롭게 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제는 음악을 좀 더 즐기고 싶다는 생각도 표했다. 음악을 두고 치열하게 고민하는 구도자적 면모가 강했던 백건우지만, 그는 “조금은 음악에 후해지고, 음악도 나를 받아주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한편 최근 한국인 피아니스트들이 좋은 성과를 거두고 있는 것과 관련해 그는 “현대 젊은 피아니스트들의 수준이 굉장히 높다. 어떤 부분에서는 훨씬 앞선다고 볼 수도 있다”고 평가했다. 다만 “연주자, 청중 모두 표면으로 나타나지 않는 ‘음악 그 자체가 무엇인가’ 깊이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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