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묶인 공공데이터·원격진료…의료개혁 골든타임이 저문다

보험 정보 활용 심의 8개월째 공회전
정치권, 비대면 진료 '재진'부터 추진
규제혁신·철폐 시작도 못하고 끝날판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촉발된 의료 개혁이 이해 관계자들의 반대에 또다시 막혔다. 공공의료 데이터의 보험사 활용은 8개월째 결정이 보류됐고 비대면 진료 활성화 방안은 재진부터 허용하는 방향으로 후퇴했다. 윤석열 정부가 공공 데이터 전면 개방 등 규제 혁신과 철폐를 내세웠지만 의료 민영화 프레임에 갇힌 이해 관계자들의 반대로 의료 개혁은 시작도 못한 채 골든타임을 놓치고 있다.


19일 보험 업계에 따르면 한화생명은 지난해 12월 건강보험공단의 권고를 수용해 공공의료 데이터 이용을 재신청했지만 아직 논의 경과도 전달받지 못했다. 건보공단 관계자는 “이해 관계자들의 의견을 청취하면서 중재안을 만들고 있다”며 “위원회 회의 개최 일정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중재안 마련 및 심의위 회의 개최조차 못하는 것은 시민단체와 의료계, 건보공단 노조 등의 반대에 발목이 잡혔기 때문이다. 의료계는 보험사가 공공의료 데이터를 보험사에 유리한 방향으로만 활용할 것을 우려한다. 하지만 공공의료 데이터는 엄격하게 비식별 처리된 표본자료(가명정보)로 개인 특정 및 추정이 불가해 보험사가 영업에 활용할 수 없다. 홍석철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보건의료 공공 빅데이터의 민간 활용은 비합리적인 규제와 의료 민영화의 편견에 갇혀 있다”고 지적했다.


비대면 진료 활성화도 후퇴했다.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은 비대면 진료 업계의 요구와 달리 초진이 아닌 재진부터 이를 허용하는 방향으로 입법을 추진하고 있다. 강병원·최혜영 민주당 의원은 물론 박수영 국민의힘 의원도 재진부터 허용하는 법안을 이달 중 발의할 예정이다. 업계는 재진부터 비대면 진료가 허용될 경우 본래 취지를 살릴 수 없고 미국과 독일 등은 이미 초진부터 허용하고 있어 글로벌 기준에도 뒤처진다고 주장한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경증 질환은 초진부터 비대면 진료를 허용하고 중증 질환 등은 대면 진료를 권장하는 방향으로 추진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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