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양념’ 넘어 ‘폭탄’으로 변질되는 팬덤 정치

조정훈 시대전환 의원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극렬 지지층인 ‘개딸(개혁의 딸들)’의 겁박에 시달리고 있다. 민주당이 추진하는 ‘김건희 특별검사 법안’에 반대 의사를 표명했다는 이유에서다. 조 의원은 8일 소셜미디어에 ‘특검법 추진에 반대합니다’라는 제목의 글을 올린 뒤 개딸들로부터 하루 700~800개의 문자 폭탄과 수천 통의 항의 전화를 받았다. 대부분 ‘국민의힘으로 가라’ ‘후손들에게 죄를 짓지 말라’ 등 조롱과 협박이었다.


민주당은 특검법 통과를 위해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지정을 추진하고 있다. 이를 위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재적 위원 18명 중 11명 이상의 찬성이 필요하다. 법사위는 민주당 의원 10명과 국민의힘 의원 7명, 조 의원으로 구성돼 있다. 특검법 패스트트랙의 키를 쥔 조 의원이 반대하자 개딸의 표적이 된 것이다. 개딸의 공격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당 대표 경선에서 이 의원과 겨룬 박용진 의원은 개딸들로부터 ‘당을 떠나라’는 압박을 받았다. 올 6월 성희롱 의혹을 받은 최강욱 의원에게 ‘6개월 당원 자격 정지’ 징계를 의결한 민주당 윤리심판원 소속 인사들은 개딸의 문자 공세를 당했다.


민주당은 6월 의원 워크숍에서 선거 연패의 원인과 관련해 “배타적 팬덤 정치에 대한 문제의식을 공유하고 결별해야 한다”는 총평을 내놓았다. 하지만 개딸의 과격 행태는 여전하고 이 대표는 이를 방관하고 있다. 이 대표는 7월 말 대구시민 토크쇼에서 “적극적이고 열렬한 지지 활동이 왜 비난받아야 되느냐”며 열성 지지층을 감쌌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2017년 강성 지지층의 문자 폭탄을 ‘양념’이라고 말해 논란을 일으켰다. 지금은 조미료 수준이 아니라 의회민주주의를 위협하는 ‘폭탄’으로 변질되고 있다. 민주당이 팬덤 정치에서 벗어나지 못하면 갈등만 증폭시키고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기 힘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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