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전략산업 지원법 속도전 펴는 주요 강국들을 봐라

반도체 특화 단지 조성 등을 담은 ‘국가첨단전략산업법 개정안(K칩스법)’이 19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에 상정됐다. K칩스법에는 첨단 산업단지를 만들 때 국가의 권한을 확대하고 반도체 등 첨단 분야 대학 정원을 늘리는 내용의 지원 방안이 포함됐다. 하지만 법안 발의 이후 47일 만에야 상정됐으니 늦어도 한참 늦었다. 반도체 투자 세액공제 비율 30% 확대를 위한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은 아직도 국회에서 낮잠을 자고 있다.


반면 반도체 산업의 주도권을 놓고 경쟁하는 주요 강국들은 우리와 달리 천문학적인 예산을 투입하고 세제·금융 지원을 확대하는 등 속도전을 펼치고 있다. 미국 의회는 7월 말 520억 달러의 보조금 지원과 25%의 세액공제를 골자로 한 ‘반도체지원법’을 통과시킨 데 이어 지난달에는 전기자동차 생산 등 자국 제조업 지원을 위한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을 불과 2주일 만에 처리했다. 일본은 5월 참의원 본회의에서 첨단 기술에 대한 민관 협력과 기술 유출 방지책 등을 담은 ‘경제안보법’을 일사천리로 통과시켰다.


유럽연합(EU)도 2030년까지 430억 달러를 투입하는 ‘반도체법안’ 제정에 나섰다. 중국은 60조 원대의 국가 펀드를 조성해 ‘반도체 굴기’를 전방위로 지원하고 있다. 대만은 법인세 부담률을 한국의 절반 수준인 14.1%로 낮추는 등 범국가 차원에서 지원책을 쏟아붓고 있다. ‘산업의 쌀’로 불리는 반도체 패권을 놓고 명운을 건 국가 대항전이 벌어지고 있다.


신냉전 시대의 경제·안보 전쟁에서는 단거리 경주처럼 0.01초만 뒤져도 생존을 장담하기 어렵다. 이럴수록 파격적인 세제·금융 지원과 과감한 규제 혁파로 주요국과의 기술 경쟁에서 이길 수 있도록 속도전을 펴야 한다. 법과 제도적 뒷받침이 신속하게 이뤄져야 기업들의 선제적 투자가 빛을 발하고 초격차 기술도 확보할 수 있다. 여야 정치권도 초당파적으로 전략산업지원법을 조속히 처리해 반도체 산업의 기술 우위가 무너지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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