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잭슨 홀 연설초안 버린 파월”…“美 10년 국채 한때 3.5% 돌파” [김영필의 3분 월스트리트]

제롬 파월 연준 의장. 잭슨 홀 연설 중계화면

19일(현지 시간) 미국 뉴욕증시의 주요 지수가 20일부터 이틀 간 열리는 9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앞두고 상승했습니다. 10년 만기 국채금리가 한때 연 3.5%를 돌파했음에도 나스닥이 0.76% 오른 것을 비롯해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과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가 각각 0.69%, 0.64% 올랐죠. 지난 주 낙폭이 꽤 됐고 국채금리가 오전 일찍 상승했다가 다시 떨어졌다는 점 등이 요인인 듯한데요.


시장의 변동성은 지속하고 있습니다. 또 하나의 밈주식 아바야(Avaya)가 이날 6.63% 올랐는데요. 지난 한 달 동안 151% 폭등한 종목입니다.


월가에서는 금리 예상치가 계속 오르고 있습니다. 국채금리뿐만 아니라 연준의 최종금리(terminal rate·터미널 레이트) 전망치도 상승세인데요. 그에 맞춰 경기침체 우려도 부쩍 커졌습니다. 유럽은 침체 공포에 휩싸였는데요. 독일 중앙은행인 분데스방크는 “침체의 신호들이 쌓이고 있다”고 우려했죠.


우크라이나와 대만 등 지정학적 리스크도 상당합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전날 중국의 공격으로부터 대만을 방어하겠다는 뜻을 재차 밝히면서 “팬데믹이 끝났다”는 발언을 하기도 했는데요. 오늘은 미국의 금리 상황과 침체 전망, FOMC 전후 증시를 예상해보겠습니다.


“美 10년 물 국채 한달 뒤 지금보다 더 오를 것”…씨티 “기준금리 4% 미만보다 5% 이상 가능성 높아”

우선 10년 만기 국채금리를 보죠. 이날 10년 물 미 국채가 오전 한때 3.51%까지 치솟으면서 2011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는데요. 연준의 정책금리를 가장 잘 반영한다는 2년 만기 국채금리도 3.97%까지 올라 4% 가까이 갔습니다. FOMC를 앞두고 인플레이션 공포가 지속하고 있기 때문인데요.


이날 10년 물은 잠시 3.5%를 넘었습니다. 다시 3.46%까지 내려왔지만 앞으로 지속적으로 3.5%를 넘는 상황을 배제할 수 없는데요. 블룸버그통신이 투자자 737명을 대상으로 한 MLIV 펄스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70%가 10년 만기 국채금리가 지금으로부터 한 달 뒤 더 높아질 것이라고 답했다고 하는데요. 떨어진다는 답은 30%였습니다.


무디스 애널리틱스는 연준의 최종금리 전망치가 올라가고 있음을 근거로 기존의 자신들의 예상치보다 10년 물 국채금리가 내년 4분기까지 0.23%포인트(p), 2년은 0.32%p 상승할 수 있다고 밝혔는데요. 윌리엄 오도넬 씨티 전략가는 “10년 금리가 3.5%를 지속적으로 넘으면 2011년 2월 이후 도달하지 않았던 3.76% 근처의 지지선을 시험하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실질 금리도 더 오를 것으로 보이는데요. 골드만삭스는 10년 만기 물가연동국채(Tips) 금리가 연말까지 1.25%로 상승할 수 있다고 했죠. 최종적으로는 1.25~1.50% 사이에서 피크를 칠 수 있다고 합니다. 현재는 1.10% 수준인데요. 5년 만기 팁스도 이날 1.22%를 넘어 2018년 최고치(1.172%)를 넘어섰습니다.


기준금리 전망 수치도 자연스레 오르고 있는데요. 팩트셋에 따르면 시장은 내년 4월 말 정책금리 예상치가 4.4%대로 최고 수준을 찍을 것이라고 봅니다. 이는 4.5% 수준의 기준금리를 뜻하죠. 마이클 쿠쉬마 모건스탠리 브로드 마켓 채권담당 최고투자책임자(CIO)는 블룸버그TV에 “최종금리 4.5%는 합리적인 수준”이라고 밝혔습니다.



2년 국채금리 추이. 웰스 파고

골드만삭스는 연준이 내년 말까지 4.25~4.50%의 금리수준을 유지할 것이라고 생각하는데요. 9월(0.75%p)에 이어 11월과 12월에 각각 0.5%p, 내년에 추가로 한 번 더 금리인상이 있을 것으로 봅니다. 그 뒤에는 유지인데요. 노무라는 연준의 최종금리를 4.50~4.75%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예상 수치가 5%까지 계속 슬금슬금 올라가고 있다는 점인데요. 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이날 오후 현재 최고금리 수준이 5% 이상(4.75~5.00% 또는 5.00~5.25%)일 것이라는 예측은 2023년 3월 기준 18.1%에 달합니다. 앤드류 홀렌호스트 씨티그룹 이코노미스트는 “정책금리 전망의 급격한 상승 조정에도 불구하고 상방 리스크가 남아있다”며 “이번 사이클의 최종금리가 4% 이하일 시나리오보다 5% 이상인 것을 훨씬 더 쉽게 보게 될 것”이라고 했는데요.


도이치뱅크 역시 5%까지 갈 수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앞서 래리 서머스 전 재무장관이 “정책금리가 5% 이상으로 가도 놀라지 않을 것”이라고 했는데 이날 연준 출신의 블룸버그이코노믹스 수석 미국 이코노미스트인 애나 웡은 “연준이 결국 지금의 두 배인 5% 이상으로 기준금리를 가져가야 할 것”이라고 점쳤죠.


지금으로서는 5% 얘기가 과도한 게 아닙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8월 잭슨 홀 미팅을 앞두고 연준 관계자들은 높은 인플레이션과 싸우기 위해 경제를 둔화시켜야 한다는 점을 고려할 때 투자자들의 연준의 의도를 잘못 이해하고 있다고 생각했다”며 “제롬 파월 의장은 (잭슨 홀에서) 직설적으로 말하기로 결정했으며 원래 연설문을 버리고 인플레이션과의 싸움의 대가로 경기침체를 받아들일 수 있다는 이례적으로 간단한 발언을 했다”고 전했습니다.


“기준금리 5%땐 美 실업자 350만 상당한 고통”…“각국 금리인상 경쟁이 침체 리스크 키워”

이 부분은 매우 중요합니다. 연준의 의도와 분위기를 아주 정확히 전달해주기 때문인데요. 당시에는 연준이 기준금리 인상속도를 늦출 수 있다는 기대감에 증시가 랠리를 하던 시기입니다. 기존에 준비한 연설문을 파기하고 이를 긴급하게 바꿀 정도였으며 침체를 받아들일 수 있다는 내용을 넣어서 일부러 짧게 한 것이라는 WSJ의 설명은 당분간 금리인상 속도 둔화나 정책전환을 기대하면 안 된다는 점을 명확히 보여줍니다.


이 같은 분위기는 이번 9월 FOMC에서도 이어질 가능성이 있는데요. 웰스 파고는 “파월 의장의 잭슨 홀 연설은 연준이 인플레이션과의 싸움을 끝내려면 멀었다는 점을 분명히했다”며 “9월 FOMC 기자회견에서도 비슷한 메시지가 나올 것”이라고 했습니다.


물론 인플레이션 동력이 변할 수 있지요. 기준금리를 얼마나 높이 올리는 게 적절하냐에 대한 논쟁도 가능합니다. 하지만 연준의 제1 임무가 인플레이션과의 싸움인 이상 당분간 긴축은 이어진다는 건데요. 스콧 미너드 구겐하임 파트너스 CIO는 “연준은 무언가가 부서질 때까지 밀어부칠 것”이라고 했습니다.


이렇다 보니 경기침체 얘기가 갈수록 커지고 있는데요. 로저 퍼거슨 전 연준 부의장은 “연준은 앞에 놓여진 전략을 계속 수행해 나가야 하며 0.75%p 금리인상이 더 신중하다고 본다. 추가로 그들은 경제전망을 통해 시장에 신호를 보내야만 한다”며 “우리는 파월이 고통(pain)이라고 부른 것을 대비해야 한다. 희망하기로는 짧고 얕은 침체”라고 봤습니다.


골드만삭스는 이날 올해 미국의 성장 전망치를 1.5%에서 1.1%로 하향 조정하기도 했는데요. 경기와 인플레이션 둘 중의 하나를 선택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는 전망(블랙록)도 나옵니다. 제이슨 트레너트 스트래테가스 리서치 파트터 최고경영자(CEO)는 “연준이 경기침체를 일으키지 않고 8~9%에 달하는 인플레이션을 낮출 수는 없다”며 “투자자들은 2023년에 경기침체를 추정하는 게 좋을 것”이라고 설명했는데요.



무디스는 연준의 정책금리 전망치가 올라가면서 실업률 예상도 파란선에서 초록선으로 높아질 것으로 봤다. 무디스 애널리틱스

월가에서는 연준이 계속해서 정책금리를 올리고, 그 수준이 5% 정도까지 가면 실업자가 350만 명이 추가로 생길 것으로 전망합니다. 이단 해리스 뱅크오브아메리카(BofA) 이코노미스트는 “인플레이션을 낮추는 데는 시간이 걸린다. 현재 물가상승률을 기준으로 하면 긴축을 중단하는 데 늦을 것”이라며 “영국과 유럽은 올 4분기에 미국은 내년에 침체가 예상된다”고 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각국의 잇단 금리인상이 침체 위험을 더 키운다는 말도 있는데요. 국제통화기금(IMF) 수석 이코노미스트를 지낸 모리스 옵스펠트는 “전 세계 중앙은행들이 같은 방향으로 가고 있으며 이는 서로 정책을 더 강화할 위험이 있다. 서로 자국통화 절상과 인플레이션 수출에 관여하고 있다”며 “우크라이나이 전쟁에 통화긴축이 더해지면서 글로벌 성장률이 1%가량으로 둔화할 수 있다”고 걱정했습니다.


글로벌 경기침체 우려를 제기했던 데이비드 맬패스 세계은행(WB) 총재는 미 경제 방송 CNBC에 “재정과 통화정책은 생산에 많은 영향을 준다. 우리는 경기과열을 억제하려고 하지만 글로벌로는 과열이 아니며 많은 이들이 심각한 침체를 얘기하고 있다”며 정책전환의 필요성을 재차 강조했습니다. 그는 “정책금리는 너무 낮아서 중립 이상으로 올려야 하지만 중앙은행들은 공급과 관련한 채권을 사들이고 있다”며 양적긴축(QT)을 적절히 해야 한다는 취지의 발언도 했죠.


9월 주택건설업자 신뢰지수도 3포인트 떨어진 46으로 9개월 연속 하락했습니다. 수바드라 라자파 소시에테 제네랄의 미국 금리 전략 헤드는 “연준으로부터 나올 강한 메시지는 금리를 올려서 수요를 파괴하기를 원한다는 것”이라며 “침체에 들어가느냐 아니냐가 아니라 언제 들어가느냐가 문제”라고 강조했습니다.


미너드 “증시 결국 눈물로 끝날 것” vs “과매도 신호 나타나고 있어·안도랠리 가능성도”

결국 주식 시장은 단기로는 금리상승, 중장기로는 침체 우려에 시달리는 꼴인데요. 이날 10년 물이 3.51%를 찍고 내려왔지만 기본적으로 상승하는 국채금리는 주식시장에 부담입니다. 자금이 주식에서 채권으로 이동할 수 있어서인데요. WSJ에 따르면 S&P500 종목 가운데 2년 물 국채금리(약 4%)보다 배당수익률이 높은 종목이 16%도 안 된다고 합니다. 스트레테가스는 10년 만기 국채금리(3.4~3.5% 수준)보다 배당수익률이 큰 업체 비중은 20% 미만이라고 하네요.


이는 2006년 이후 가장 낮은 수치라고 합니다. 주가가 많이 오르고 금리가 낮을 때는 주식 외에 대안이 없다는 ‘티나(TINA·There is no alternative)’가 가능했지만 더 이상은 그렇지 않다는 건데요. 케이티 닉슨 노던 트러스트 웰스 매니지먼트의 CIO는 “많은 투자자들이 위험성에도 주식을 택한 것은 그만한 수익을 낼 수 있는 곳이 없었기 때문”이라며 “지금 사람들은 내가 그런 리스크를 감수할 필요가 있을까라고 생각할 때”라고 전했는데요.


이렇다 보니 증시가 6월 저점을 다시 한번 시험하게 될 것이라는 전망이 적지 않죠. 오안다의 에드워드 모야는 “연준이 공격적인 자세를 유지하고 경기침체를 향하 가고 있는 것처럼 보여 비관론이 높아지고 있다”며 “연준이 인플레이션과의 싸움에 전념하면 6월의 최저치를 다시 두드릴 수 있는 위험이 쉽게 생길 수 있다”고 봤습니다.


토마스 피터피 인터랙티브 브로커스 회장은 “더 많은 고통이 올 것이며 S&P500이 3300에서 바닥을 칠 것으로 본다”고 했는데요. 페덱스 쇼크 이후 어닝에 대한 우려도 적지 않죠. 모건스탠리의 마이클 윌슨과 골드만삭스의 데이비드 코스틴은 수익성에 역풍이 생기고 있으며 추가적인 통화긴축과 기업의 마진 압력을 주요한 리스크 요인으로 꼽았습니다.



S&P 3300을 바닥으로 보는 토마스 피터피. CNBC 트위터

다만, 지금 상황이 과매도에 가깝다는 얘기도 있는데요. RBC의 로리 칼바시니는 “월요일의 증시 회복은 지난 주 시장이 가파르게 떨어졌고 과매도됐다는 신호일 수 있다”며 “나스닥이 바닥이라고 얘기하기는 너무나 이르지만 데이터에 따르면 후반부에 가까운 것 같다”고 주장했습니다. 오펜하이머의 존 스톨츠푸스도 “시장 가치(마켓 밸류)는 매도가 멈출 때가 됐음을 보여준다”고 했는데요.


대표적인 황소론자인 JP모건의 마르코 콜라노비치는 “여기에서부터 추가적인 하락은 제한적일 것”이라며 “예상보다 나은 어닝과 수정은 바닥일 수 있음을 의미하고 장기 인플레이션 기대가 떨어지고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어쨌든 연준이 0.75%p만 하면 안도랠리를 할 수 있다는 전문가도 있는데요. 스티브 소스닉 인터랙티브 브로커스 수석 전략가는 “연준은 지금 유동성을 제거하고 있다. 기본적으로는 연준과 싸우지 마라지만 연준이 1%p가 아닌 0.75%p를 한다면 안도랠리를 볼 수도 있다”면서도 “하지만 나에게 남아있는 의심은 파월이 기자회견에서 무슨 얘기를 하느냐”라고 했습니다.


그의 말처럼 FOMC가 어떻게 끝날지, 시장은 어느 방향으로 갈지 변동성이 큰데요. 스콧 미너드 구겐하임 CIO는 “(시장은) 궁극적으로 눈물로 끝날 것”이라며 “11월과 12월에 0.5%p와 0.25%p의 금리인상을 예상한다. 4분기는 매우매우 터프할 것”이라고 봤죠. 하루하루 같은 단기상황도 중요하겠지만 큰 그림으로 보면 위험이 크다는 점을 유념해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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