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연합(EU)이 공급망 위기 시 기업에 필수품 생산을 강제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코로나19,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촉발된 공급망 붕괴가 재발할 경우를 대비한 것이지만 유럽 재계는 EU에 지나친 권한을 주는 것이라며 강력 반발하고 있다.
19일(현지 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 등에 따르면 EU 집행위원회(EC)는 이 같은 내용의 '단일시장 비상 수단' 초안을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EC는 비상 상황을 선언할 권한을 가지며 이후 필수품 확보를 위해 기업에 생산 설비 증설·재배치를 강제하고 필수품의 우선 생산을 명령할 수도 있다. 법안은 EU에 기반을 둔 기업에 적용된다. FT는 “실제로 발효되려면 EU 회원국의 동의가 필요할 것”이라며 “수개월 내 처리되기는 힘들겠지만 현 유럽의회 임기인 2024년 전에는 통과될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미국과 일본 등 일부 국가들이 몇 년 전부터 위기 상황에서도 공급망을 유지하기 위해 비슷한 규칙을 수립해왔으며 EU 역시 위기에 대비해 비슷한 규정을 만들어야 한다고 보고 있다"고 전했다. 마르그레테 베스타게르 EC 부위원장은 “우리는 위기에 직면해 빠르게 행동할 수 있는 새로운 수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역내 기업들은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EC에 지나친 권한을 주는 조치이며 특정 품목을 우선 생산할 경우 기업이 제3국 기업과 맺은 계약을 위반하는 사례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EC가 기업의 생산 설비를 재조정하기 위해 기업에 관련 정보를 요구하는 과정에서 기업 기밀이 누출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