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폰14 출시, 월드컵 중계까지?…진화하는 중국 가상인간 산업[김광수의 中心잡기]

리이펑 사태 계기, 가상인간 모델 주목
광고·게임·라이브 방송 등 다양한 활약
中 가상인간 산업, 올해 37조원 규모
AI 강점 살려 다양한 캐릭터 개발·활용



최근 중국의 유명 배우 겸 가수인 리이펑이 성매매 혐의로 체포됐습니다. 인기 스타의 불법 행동에 팬들의 실망과 비난이 이어졌는데, 리이펑이 광고 모델로 활동하는 브랜드도 비상이 걸렸습니다. 기업 이미지가 실추될까 싶었던 명품 패션 브랜드 프라다, 골프용품업체 혼마, 중국 유명 보석 브랜드 류푸주바오 등 11개 브랜드가 광고 계약을 즉시 해지했습니다.



만약 이 브랜드의 모델이 실제 인물이 아닌 가상인간이었다면 어땠을까요?


작년 7월 출범한 신한라이프는 가상인간 '로지'를 광고 모델로 내세워 화제가 됐습니다. 로지를 모델로 결정한 이유 중 하나는 보험 회사의 특성상 구설에 휘말리지 않고 사생활에 대한 리스크가 없는 광고 모델이 필요했기 때문입니다. 한 마디로 사고를 칠 가능성이 없어야 했다는 거죠.


최근 만났던 중국 가상인간 개발업체인 '호바'의 CEO 쑹이링 역시 같은 말을 했습니다. "가상인간을 활용할 경우 연예인들의 이미지에 따른 리스크를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말이죠.


리이펑을 모델로 쓴 기업에서 만약 가상인간을 모델로 삼았다면 지금처럼 계약을 해지하는 일은 없었을 겁니다.



다양하게 활약하는 중국의 가상인간

국내에서 로지가 인기를 끌면서 가상인간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것처럼 최근 중국에서도 가상인간이 사회 곳곳에서 주목받고 있습니다.


중국에선 가상인간을 ??人(쉬니런. virtual human)이라고 부릅니다. 우리나라를 비롯해 전 세계에서 3D 컴퓨터 그래픽과 인공지능(AI) 기술의 발달에 힘입어 가상인간이 속속 등장한 것처럼, 중국도 최근 1~2년 새 가상인간 관련 산업이 급성장하고 있습니다. 특히 3차원 가상 현실인 메타버스와 접목되면서 가상인간의 활용이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있습니다.


기업들은 가상인간의 다양한 상업적 장점을 이용해 산업에 활용하고 있는데 광고, 음악 플랫폼, 게임, 라이브 방송 등의 분야에서 주로 쓰이는 편입니다.



중국 가상인간 시장의 성장 속도는 매우 빠른데요.


특히 가상 아이돌 산업의 발전이 눈에 띕니다. 2021년 가상 아이돌 산업 시장 규모는 1074억 9000만위안(약 21조5000억원)이었습니다. 올해는 1866억1000만위안, 한화 37조원을 넘을 것으로 예상되고 내년에는 약 3335억 위안으로 올해의 2배 가까이 성장할 것으로 관측되고 있습니다.


가상인간이 이처럼 빠르게 성장하는 것은 초기에 단순히 신기함을 유발하는 것에서 벗어나 사용하는 기업 입장에서 맞춤형으로 변형이 가능하다는 점이 장점으로 작용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각종 사건, 사고를 일으키는 연예인이나 크리에이터들과 달리 그럴 가능성이 사실상 제로에 가깝다는 것도 예측 가능한 안정성을 중시하는 기업 입장에선 무엇보다 중요한 선택 요소가 되고 있습니다.



류예시, 뤄톈이 등 영향력 확대

'2021년 중국 가상인간 영향력 지수 보고서'에 따르면 류예시라는 캐릭터가 작년에 가장 화제를 모았습니다. 요괴를 잡는 퇴마사 겸 뷰티 인플루언서 컨셉으로 영향력 1위에 올랐고, 웨이보에 팬들만 462만명이 넘습니다.


2위는 뤄톈이라는 가상인간 가수입니다. 하늘에서 내려온 '소리의 정령'을 컨셉으로 한 아이돌 가상인간이죠.


영향력 지수 3위의 메이써톈은 메타버스 공간에서 태어나 살고 있으며 책을 통해 인간 세상을 들여다 보는 지능형 캐릭터입니다. 예능프로그램 '토크쇼대회'에 출연했고, 텐센트뉴스 앱에서 자체 토크쇼인 '메이더쇼'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중국 최초의 가상인간 인플루언서인 아야이는 SNS에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으며, 프랑스 화장품 브랜드 겔랑과 콜라보 광고를 제작했습니다. 작년에는 알리바바의 첫 디지털 직원으로 고용돼 화제를 모았죠.


무한왕자단, A-Soul 같은 남녀 아이돌 그룹은 음원을 발표하며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습니다.


칭화대에서 개발한 중국 최초의 가상인간 대학생 화즈빙은 기타를 치는 순수한 여대생의 모습으로 친근감을 주고 있습니다.



뉴스, 게임, 음악 등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중국 인터넷기업 왕이(넷이즈)는 올해 6월9일 이지라는 캐릭터를 선보였습니다.


왕이뉴스의 편집장을 맡고 있는 이지는 선보인지 3개월여 만에 웨이보 태그가 72만건을 넘고, 20여개 매체에 소개되는 등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습니다.


왕이 역시 이지 캐릭터를 적극 활용해 주목을 끌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아이폰14 출시 이벤트에서 이지가 직접 신형 아이폰을 사용하는 모습을 보여줬습니다. 오는 11월 열리는 카타르 월드컵에선 이지가 직접 아르헨티나 경기를 중계한다고 하네요.



주목해야 하는 기업들은?

중국 온라인매체 '인터넷주간'이 발표한 '2021년 중국 버추얼 휴먼 기업 50개사'를 보면, 바이두가 1위, 알리바바가 2위입니다. 바이두가 CCTV와 공동 개발한 AI 수어 앵커 샤오C는 올해 베이징 동계올림픽에서 수화 서비스를 제공했습니다. 알리바바도 IOC와 베이징동계올림픽 가상인간 홍보대사 둥둥을 제작했습니다. 3위 톈스허녠은 앞서 말씀드린 영향력 2위 가상인간 뤄톈이를 개발한 제작사입니다. 이어 바이트댄스, 촹이스핀, 마샹샤오페이, 츠스원화 등이 상위권에 이름을 올린 기업입니다.



가상인간 관련 기업을 분야별로 나눠 구분해 보면 크게 가상인간 관련 밸류체인 중에 콘텐츠 제작, 도구와 유틸리티 영역은 업스트림으로 볼 수 있겠습니다. 가상인간을 제작하는 전문기업, IT기업, AI기업, 컴퓨터래픽기업, XR기업 등이 포함된 미들스트림으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가장 하류 분야로는 이를 활용하는 영화·드라마 제작업체, 온라인동영상 업체, 게임업체, 콘텐츠 운영업체를 비롯해 가상인간을 모델로 사용하는 다양한 기업들이 있습니다.



대표 기업을 살펴보면 콘텐츠 제작사로 크리에이티브 SNS 및 아티스트 플랫폼인 ZCOOL(잔쿠), 텐센트 계열사로 디지털 독서를 기반으로 하는 기업인 웨원지투안이 있습니다. 홍콩 증시 상장사인 웨원지투안은 한때 100홍콩달러를 넘었지만 지금은 30달러에도 못미치고 있습니다.


가상인간 제작 전문기업으로 모파커지(엑스모브), 니런즈넝(하이휴면 테크놀로지)이 최근 주목는 곳입니다. 두 회사는 작년 중국 혁신 및 기업가 정신대회에서 최종 후보에 오를 정도로 기술력을 인정받았고, 모파커지는 올해 시리즈 B, C 투자를 통해 총 1억3000만 달러를 확보했습니다.


IT기업으로는 바이두, 틱톡을 운영하는 바이트댄스의 기술 서비스 플랫폼인 훠샨인칭(볼케이노 엔진)을 예로 들 수 있습니다. AI 기업으론 음성인식 분야에 강점을 지니고 있는 커다쉰페이(아이플라이테크), AI 기술을 사물인터넷 분야에 접목하고 있는 위스커지(유니뷰)가 있습니다. 커다쉰페이는 2년 전 이맘때부터 주가가 급등했다가 지금은 다시 원상태로 돌아갔습니다.


그밖에 CG 분야에 강점을 지닌 웬리슈즈커지(오리지널포스), VR과 AR 등 가상현실 분야 전문기업인 샹신커지(페이스유니티 테크놀로지) 등도 주목해봐야 할 기업입니다.



1998년 우리는 사이버 가수 아담이라는 다소 조악한 가상인간을 마주하며 충격을 받았는데, 20여년이 흐른 지금 더욱 정교해진 가상인간은 인간의 자리까지 속속 대체하고 있습니다. 가상인간의 발전이 어디까지 가능할 지, AI 분야에서 특히 기술력을 앞세운 중국의 발전이 궁금합니다.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