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경찰, 텔레그램 '오교' 피해자 추가 확인…피의자 불구속 입건

텔레그램 '오교' 계정으로 두 번째 피해자 확인
경찰, 불법촬영 혐의 피의자 불구속 입건
범죄 단계별로 끊어져 수사·처벌 어려움 가중

이미지 투데이

디지털 성범죄가 확산하는 가운데 텔레그램 계정 ‘오교’ 사건의 불법 촬영 유포 피해를 당한 두 번째 피해자가 확인됐다. 경찰은 불법촬영을 저지른 피의자를 입건했다. 특히 이번 사건은 불법 촬영물을 촬영한 사람과 유포를 의뢰한 사람, 유포자가 모두 다른 이들인 것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유포 의뢰자와 유포자 ‘오교’에 대한 수사가 아직 이뤄지지 않고 있다. 추가 피해를 막기 위해서라도 수사를 서둘러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20일 서울경제 취재를 종합하면 서울 중랑경찰서는 수년 전 여성들과의 성관계를 몰래 촬영해 인터넷에 유포한 혐의(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를 받는 피의자 A씨를 20일 불구속 입건했다. 서울 동대문경찰서도 지난 14일 두 번째 피해자 B 씨로부터 신고를 접수해 동일한 피의자에 대한 수사를 진행하고 있던 것으로 확인됐다.


불법 촬영 피해를 당한 피해자 중 한 명인 20대 B 씨는 사건 당시 미성년자였던 것으로 확인됐다. B 씨는 불법 촬영 영상이 여러 사이트로 유포된 것을 확인했다고 전했다. 피해자들에 의하면 추가 피해자가 5~6명 가까이 존재할 것으로 추정돼 피해 규모가 더욱 커질 가능성도 있다.


현재까지 확인된 두 명의 피해자는 모두 동일한 양상의 불법촬영 영상 유포 피해를 당했다. 불법 촬영을 시도한 사람, 불법 촬영물 유포를 의뢰한 사람, 유포한 사람이 모두 다른 것으로 추정된다. 불법 촬영 영상물을 유포한 텔레그램 계정 역시 ‘오교’라는 계정으로 동일하다.


디지털 성범죄가 단계별로 분화된 것으로 추정돼 수사나 피의자에 대한 처벌은 어려워질 가능성이 크다. 우선 범죄행위 사이의 연결 고리를 입증하는 것이 힘들어질 수 있다. 또 수사 과정에서 피의자들 간의 연결 고리가 끊어질 경우 추적 수사도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김재련 법무법인 온세상 대표변호사는 “범행을 한 사람이 다 저질렀을 경우에는 어느 단계에서든지 문제를 제기하면 책임을 묻고 수사할 수 있지만 행위자가 단계별로 나뉘어 있는 경우 범행에 가담한 사람들을 찾아내는 게 힘들어 검거에 어려움이 커질 수 있다”면서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넘나들며 각자 역할이 나눠지는 ‘점조직’ 형태로 범죄가 이뤄지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범죄가 단계별로 분화되는 경우 범죄에 가담한 부분을 다 끊어서 처벌하게 되므로 개별 피의자에 대한 처벌이 경미해지는 요인이 될 수도 있다”면서 “피의자들이 그런 점을 의도했을 가능성도 있다”고 덧붙였다.


텔레그램에서 범죄가 이뤄지는 경우 수사 과정에서 해당 플랫폼의 공조가 필요하다는 점 또한 수사의 어려움을 가중시키는 요인이다. 지난해 12월부터 ‘n번방방지법’이 시행됐지만 텔레그램은 해당 법안의 적용 대상에서 제외돼 있다. 텔레그램이 ‘사적 대화방’이라 인터넷 사업자에게 성범죄물 삭제 등 조처를 하도록 한 개정 정보통신망법 및 정보통신망법 규제 대상에 포함되지 않기 때문이다. 김 변호사는 “텔레그램의 적극적인 협조가 없는 한 피의자의 신상을 파악하는 게 힘들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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