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부지방에 가을비가 주룩주룩 내리던 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 소회의실에서 ‘차박 캠핑 활성화를 위한 세미나’가 열렸다. 이른바 ‘지역과 상생하는 차박 캠핑의 해법을 찾겠다’는 취지였다.
당시 집권 여당의 권성동 원내대표와 주호영 비상대책위원장을 포함해 여당 국회의원만도 10여 명이 직접 참석해 인사를 했다. 관광 행사에 의원들의 대규모 참석은 이례적이다. 문화체육관광부에서는 체육·관광 분야를 담당하는 조용만 2차관이 나와 축사를 했다.
윤석열 정부 들어 정부와 여당이 개최한 관광 분야 포럼이나 세미나로는 최대 규모다. 다만 행사 소재가 차박이라는 것이 관심을 끈다. 물론 이는 차박이 현시점에서 중차대한 이슈이기 때문은 아니다.
차박은 윤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다. 대선 공약으로 ‘전국 차박 명소 1만여 개 발굴·개방’을 내놓은 바 있다. 처음 공약이 나왔을 때도 다소 뜬금없다는 이야기가 많았다. 대선 관광 공약으로는 지나치게 미시적인 주제이기 때문이다. ‘캠핑 시장 활성화’ 규모도 아니다.
그나마 새 정부 출범 이후 4개월여가 지나도 차박에 대한 별다른 이야기가 없었는데 이제 시동을 거는가 싶었다. 일부러 비 오는 날 국회까지 찾아간 것은 뭔가가 있을 것이라는 기대에서였다.
물론 없었다. 한국관광공사를 비롯한 여러 기관과 협회 등에서 주제 발표를 했는데 거의 예상 가능한 수준이었다. 관광공사는 지난해 캠핑 인구가 523만 명이며 캠핑 시장 규모는 전년 동기 대비 8.2% 성장했다고 발표했고 국토교통부 관계자는 캠핑카 튜닝 문제를 소개했다. 불법 야영이나 쓰레기 투기 등 차박의 문제점에 대한 지자체의 불만도 있었다. 우리 국민 가운데 차박 경험자는 4%라고 한다.
현재 관광 활성화 실현을 위한 난제는 점점 복잡해지고 있다. 팬데믹 기간의 손실보상에서부터 관광 업계 인력 확보 문제, 관광청 신설 여부, 관광 시스템 재가동 등 코로나19로부터의 회복 이후 난제가 쏟아지고 있다. 그런데 정부 여당이 심각하게 머리를 맞댄 것이 차박 장소 확보라는 게 아쉽다.
논의라도 했으니 다행이라고 해야 할까. 주무 부처인 문체부 관계자는 정부 차원의 ‘차박 확대 로드맵이 언제 나오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나올 것”이라고 짧게 답했다. 차박 분위기 띄우기 차원일까. 최근 싱글을 대상으로 한 지상파방송의 인기 예능에서 2주간에 걸쳐 캠핑카 주제가 나온 것도 ‘오비이락’일 듯하다.
/최수문기자 chsm@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