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대장주인 삼성전자(005930)와 SK하이닉스(000660)가 20일 코스피지수가 4거래일 연속 하락 추세를 끊고 0.5% 반등하는 와중에도 하락했다. 글로벌 반도체 수요가 감소하며 재고가 쌓이고 가격이 하락하는 악순환이 일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올해 영업이익 추정치는 3개월 전에 비해 15~28% 가까이 내려앉았다. 전문가들은 앞으로도 당분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주가의 변동 폭이 크지 않을 것이라고 예측한다. 금융투자 업계에서는 올해까지 반도체 재고의 증가세 완화 여부를 확인해야 진정한 반등이 이뤄질 것이라고 분석한다.
이날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전 거래일 대비 600원(1.06%) 하락한 5만 58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종가 기준 신저가(5만 5600원)에 재차 근접했다. 외국인이 1897억 원어치를 순매도하며 주가를 끌어내렸다. 삼성전자는 지난달 29일부터 15거래일 연속 5만 원대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SK하이닉스도 전날보다 2000원(2.22%) 떨어진 8만 8000원에 장을 마쳤다. 7월 4일 이후 두 달 반 만에 8만 원 선으로 추락했다. 이날 외국인이 1497억 원어치를 순매도하며 하방 압력을 가했다.
반도체주의 실적 추정치는 하향되며 지하로 떨어지고 있다. 금융 정보 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이날 기준 삼성전자의 올해 연결 기준 영업이익 추정치는 53조 4014억 원 수준이다. 3개월 전(62조 8321억 원)에 비해 15.0%가량 감소한 것이다. SK하이닉스도 같은 기간 6조 6064억 원에서 11조 9100억 원으로 28.3% 감소했다.
증권사들은 반도체주의 목표 주가를 줄줄이 낮춰 잡는 추세다. 최근 1주일간 NH투자증권(7만 5000원→7만 원), 케이프투자증권(9만 원→8만 원) 등이 삼성전자의 목표가를 하향 조정했다. KB증권(12만 5000원→12만 원), BNK투자증권(13만 5000원→12만 8000원), 케이프투자증권(15만 원→13만 원) 등이 SK하이닉스의 목표가를 낮춰 잡았다.
반도체 수요 둔화에 따라 재고가 쌓이면서 가격도 하락하는 악순환이 반복되며 실적에 빨간불이 켜졌다. 스마트폰·PC·TV·게임기 등 개인용 전자 제품 출하량이 급감하며 메모리반도체를 주력으로 하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타격을 입고 있다는 분석이다. 클라우드나 산업재용 반도체까지 수요가 둔화하고 있다. 도현우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 실적 둔화의 주된 이유는 메모리반도체의 가격 하락”이라며 “글로벌 경기 둔화로 인한 IT 세트 수요 부진으로 D램 출하량이 3% 감소하고 평균판매가격(ASP)은 17% 하락할 것으로 예상한다. 올해 3분기부터 하이퍼스케일러의 데이터센터 투자 축소가 본격화되고 있다는 점이 업황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설명했다.
금융투자 업계에서는 당분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주가의 변동 폭이 크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반도체 수요 반등을 당장 기대하기도 어렵지만 추가 하락을 이끌 새로운 악재가 발생할 가능성도 낮다는 분석이다. 이민희 BNK투자증권 연구원은 “반도체주의 주가가 이미 역사적 바닥 근처에 도달했다. SK하이닉스의 8만 원대 주가는 내년 초 적자 수준의 실적도 반영하고 있다”며 “다만 의미 있는 수요 반등이 보이지 않는 이상 반등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반도체 출하량 회복 시점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올해까지 재고 증가세 완화 여부를 확인해야 반등이 이뤄질 것이라는 설명이다. 채민숙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D램 수요 회복을 위한 선행 조건은 오포·비보·샤오미 중심의 중국 스마트폰 업황 개선인데 하반기 전망이 다소 어둡다”며 “중국의 제로 코로나 정책이 연말까지 이어져 단기간 내 중국 내수 경기 회복이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고 설명했다. 채 연구원은 “단기적으로는 전술한 분기 출하량 증가율 등의 업황 개선 시그널을 체크하는 보수적인 접근을 추천한다”며 “4분기 D램 출하량 성장률이 관건이다. 고객사의 D램 구매가 재개된다면 메모리 공급사 재고 증가세가 완화되며 업황 개선 초기 사이클에 진입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연구원은 “내년 2분기 출시되는 DDR5 교체 수요 등으로 1분기가 전환점이 될 것”이라며 “다만 소비경기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