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인 화성 15형 시험 발사에 나섰던 2017년 11월. 미국은 특수 정찰기 ‘컴뱃센트(RC-135U)’를 한반도에 투입해 북한 감시 활동을 벌였다. 컴뱃센트는 당시 김정은 정권이 미사일 발사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작동시켰던 전자신호 송수신기의 전자파를 포착함으로써 사전에 북한의 움직임을 파악하는 데 크게 기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 공군이 단 두 대만 보유한 컴뱃센트는 기체에 고성능 첨단 센서를 장착해 수백 ㎞ 밖의 신호 정보나 미사일 발사 전파 등 전략 정보를 수집할 수 있다. 이렇게 포착된 정보는 미국 대통령과 국방장관 등 최고 지휘부에 실시간으로 직보돼 ‘국가전략급 정찰기’로 불린다. 주로 미사일 발사 전후의 전파 신호를 포착하기 때문에 위기 최고조 시점이나 전쟁 발발 직전에 등장한다. 1960년대 초 보잉의 대형 여객기 보잉 707을 개조한 컴뱃센트는 리벳조인트(RC-135W)·코브라볼(RC-135S)과 함께 RC-135 계열의 3대 정찰 자산으로 꼽힌다. 리벳조인트는 통신 정보 감청에 주력하고 있고 코브라볼은 탄도미사일 감시 및 추적에 최적화돼 있다. 이들 정찰기는 레이더 교란, 기체 은닉, 가짜 레이더 이미지 생성 기능 등 보호 장비를 갖췄다.
컴뱃센트는 미 공군 55비행단 소속이다. 1948년 창설된 이 부대의 본부는 미 네브래스카주 오펏 공군기지에 있다. 컴뱃센트는 유사시 미국에서 벗어나 일본 오키나와현의 가데나 미 공군기지에 전진 배치돼 한반도 상공을 정찰한다. 2020년 사망설에 휩싸였던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강원도 원산에 체류하고 있다는 사실을 한미 정보 당국이 확인한 것도 컴뱃센트를 통해 수집된 정보 덕택이라고 한다.
9·19 남북군사합의 4주년인 19일 컴뱃센트 1대 등 미군의 정찰기들이 서해상에서 전개됐다. 최근 선제 핵 공격을 포함한 ‘핵무력 법제화’ 입장을 밝힌 북한이 도발하지 말라는 경고 메시지를 보낸 것으로 보인다. 우리 군의 대북 정보 수집 능력은 아직도 미군에 상당 부분 의존하고 있다. 북한과 주변국의 도발을 막고 평화를 지키려면 독자적인 대북 감시·정찰 능력을 확보하는 등 압도적 군사력을 갖춰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