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당해고를 당한 노동자가 해고 기간 다른 직장에서 일했더라도, 사용자는 원래 평균 임금의 70% 이상은 미지급 임금으로 지급해야 한다는 대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21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3부(당시 주심 김재형 대법관)는 노동자 A씨가 용역업체 B사를 상대로 낸 임금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일부 승소로 판결한 원심을 지난달 파기하고 사건을 수원지법으로 돌려보냈다.
A씨는 2013년부터 경기도의 한 공공기관에서 용역회사 소속 시설관리원으로 일해왔다. 이 공공기관은 매년 시설물 관리 용역업체를 선정했는데, 2018년 1월 새 용역회사가 된 B사는 A씨가 정직 징계를 받은 전적이 있다며 고용 승계를 거부했다.
지방노동위원회는 2018년 4월 A씨의 구제 신청을 받아들여 ‘부당해고’ 판정을 내렸다. 이후 B사가 A씨와 그해 7월 1일부터 12월 31일까지의 근로계약을 체결하기로 하자 A씨는 “부당해고 기간인 2018년 1~6월의 미지급 임금과 1년치 근로에 대한 퇴직금 등을 지급하라”며 소송을 제기했다.
법정에서의 쟁점은 A씨가 실직 기간 다른 회사에서 일하면서 번 소득을 어떻게 볼 것인지였다. 1심과 2심은 A씨의 손을 들어줬다. B사는 돈을 주더라도 A씨의 실직 시기 소득(중간수입)은 빼야 한다고 주장했으나 하급심은 “월별 중간수입 중 근로기준법이 정한 휴업수당(평균임금의 70% 이상)을 넘는 부분만 지급액에서 빼야 한다”고 판단했다. 아울러 미지급 임금에서 소득세 등 원천징수세액과 국민연금 등 사회보험료를 덜어내야 한다는 B사의 주장도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사건을 다시 심리한 대법원은 실직 시기 소득을 빼는 문제는 다시 따져봐야 한다며 2심 판결을 파기했다. 부당해고 기간의 ‘미지급 임금액’에서 해당 노동자가 다른 직장을 다니며 얻은 ‘중간수입’을 뺄 수는 있지만, 적어도 사용자가 이 노동자에게 근로기준법상 줘야 하는 ‘휴업수당’만큼은 지급해야 한다는 취지다.
즉 사용자는 ‘미지급 임금액에서 중간수입을 뺀 돈’과 ‘근로기준법상 휴업수당’을 비교해 더 큰 금액을 노동자에게 줘야 한다는 의미다. 예를 들어 부당해고 기간 미지급 임금이 100만원이라면, 해고 노동자가 그 기간 다른 직장에서 얼마를 벌었든 미지급 임금에서 뺄 수 있는 돈은 30만원 이내가 되므로 사용자는 최소한 70만원은 해고 노동자에게 지급해야 한다.
대법원은 B사가 줄 미지급 임금에서 원천징수세액과 사회보험료를 미리 빼서는 안 된다고 본 2심 판단은 옳다고 봤다. 재판부는 “사용자가 근로자에게 해고 기간에 대한 미지급 임금과 퇴직금을 ‘지급할 때’ 소득세 등 원천징수세액과 국민연금 보험료 등 사회보험료를 징수·공제할 수 있을 뿐”이라며 “그 지급에 앞서 원천징수세액과 사회보험료를 미리 징수·공제할 수는 없다”고 판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