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그널] 롯데·GS 등 대기업 M&A시장 주도권 탈환

메디트 등 인수전마다 유력 후보
금리인상에 사모펀드는 활동 제약
삼성·현대차 등 신규 인수 잰걸음
현금 자산 앞세워 시장 '큰손'으로

사모펀드(PE)들이 앞장서던 기업 인수합병(M&A) 시장의 주도권이 최근 금리 인상과 경기 침체 우려 등에 따라 기업으로 완전히 넘어왔다. 그간 기업 매각과 분할 등 구조 조정에 힘을 쏟던 대기업들이 풍부한 현금 파워를 바탕으로 M&A 시장의 큰손 역할을 하는 모습이다.





21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최근 경영권 매각을 진행 중인 동박 생산업체 일진머티리얼즈(020150)의 새 주인으로 롯데케미칼(011170)이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국내외 PE가 본입찰에 대부분 불참하면서 롯데케미칼이 매각 측과 단독 협상을 벌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룹 차원에서 미래 먹거리 발굴에 한창인 롯데는 2차전지 핵심 소재인 동박 사업의 성장성에 주목하고 있다.


최근 매물로 나온 구강 스캐너 기업 메디트의 유력한 인수 후보로는 GS(078930)·칼라일 컨소시엄이 거론된다. GS는 허태수 회장이 2020년부터 경영을 총괄하면서 이전과 크게 달라진 행보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 메쉬코리아와 요기요·휴젤 등에 투자하며 신사업에 과감히 도전장을 내미는 한편 GS벤처스를 자회사로 두고 스타트업 투자에도 한창이다. GS는 지주 내 핵심 조직으로 미래사업팀을 꾸리고 IB 업계와 협업하면서 투자의 보폭을 넓히고 있다.


역시 매각을 추진하고 있는 건강기능식품기업 천호엔케어 인수전에는 그간 M&A 시장에 거의 모습을 보이지 않던 농심(004370)이 깜짝 등판했다. 농심은 지난해 신동원 회장 취임 후 신사업 영역을 적극 탐색하고 있다. 라면 등 기존 사업만으로는 성장이 한계에 직면할 수 있다는 위기감이 커진 것으로 전해졌다.




대기업들이 신규 M&A에 적극적인 데 비해 상반기 SK(034730)C의 모태인 필름 사업이나 1조 2750억 원에 PI첨단소재를 인수하는 등 과감한 베팅을 해온 사모펀드는 최근 매물로 나온 기업들에 관심이 적거나 보수적인 관점으로 투자를 검토하고 있다. 당장 금리 급등으로 인수 금융 시장에서 M&A를 위한 선순위 대출금리가 7~8% 수준까지 오른 데다 펀드에 자금줄 역할을 해온 연기금이나 금융회사들이 지갑을 닫고 있기 때문이다. IB 업계의 한 관계자는 “저금리에 유동성까지 풍부했던 시절 기관 대상 펀딩이 쉬웠던 PE들이 폭발적인 성장을 거듭했다”면서 “상황이 역전된 올 하반기 들어서는 대기업으로 M&A의 주도권이 넘어간 형국”이라고 진단했다.


실제 삼성과 현대차(005380)·LG그룹 등이 현금 동원력을 앞세워 대형 M&A를 적극 검토하고 있다. 이재용 부회장의 복권으로 신규 투자 동력을 강화한 삼성전자(005930)는 125조 원의 현금성 자산을 바탕으로 영국의 반도체 설계기업인 암(ARM)에 대한 인수 가능성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20조 원 넘는 현금성 자산을 보유한 현대차 역시 최근 자율주행 스타트업 포티투닷을 4200억 원에 인수한 데 이어 미래 모빌리티 분야에서 추가 기업 인수를 검토하고 있다.


아울러 2018년 구광모 회장 체제로 재편된 LG는 지난해 꾸린 지주 내 미래투자팀을 앞세워 해외에서 다수의 기업 인수 후보 물건을 확보해 신규 M&A에 공을 들이고 있다. LG 미래투자팀은 베인앤드컴퍼니 출신인 홍범식 경영전략 부문 사장이 총괄하면서 조케빈 전무가 팀장을 맡아 인력 규모를 최근까지 30여 명 수준으로 확대했다. IB 업계의 한 관계자는 “LG그룹이 해외의 유망 성장 기업에 대한 인수를 적극 검토하면서 국내 스타트업과 최근 몸값이 떨어진 플랫폼 업체들에 대한 인수 및 투자까지 폭넓게 살피고 있다”고 전했다.



10대 그룹 그래픽.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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