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와 카카오 등 플랫폼 업체를 등에 업은 K웹툰이 빠르게 영향력을 넓혀가고 있다. 올 상반기 일본과 미국, 유럽 등지에서 거래액이 2조원에 육박할 정도다. 하지만 급속한 외형 성장 속에 창작자들에 대한 권리와 보상, 근로 여건 등의 문제도 함께 부각되는 등 ‘성장통’도 만만치 않다. 웹툰이 기존의 만화와는 다른 독특한 시스템 속에서 생산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제 기지개를 켜기 시작한 K웹툰이 장기적 성장을 위해서는 기존의 ‘만화시대’와는 다른 새로운 창작 시스템에 대한 보호 테두리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김용민 더불어 민주당 의원이 제정을 추진하고 있는 ‘웹툰법’이 담아낼 핵심 사항은 휴재권 및 창작에 대한 대가 산정 방식 등 근로 영역, 수익 분배를 둘러싼 계약 관행 등이다.
실제 최근 업계에서는 묵은 관행과 새로운 변화를 따라가지 못하면서 부작용이 가시화하고 있다. 지난 7월 카카오웹툰에 연재됐던 인기 웹툰 ‘나혼자만 레벨업’의 작화 작가 장성락씨가 37세인 젊은 나이에 사망한 것이다. 장씨의 직접적 사인은 평소 지병인 뇌출혈이었지만 이 사건을 계기로 창작자들 사이에서는 업계의 고강도 근로 관행에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쏟아졌다. 이어 두 달이 지나지 않아 카카오페이지 웹툰 ‘록사나’의 작화 작가가 유산을 겪은 후에도 뒤늦게 알려지면서 현 구조에 점검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더욱 설득력을 얻었다.
이번 법에 웹툰 근로와 관련된 내용이 거론되는 것도 이러한 맥락이 있기 때문이다. 창작 현실에 들어맞는 보상 체계와 휴재권 등을 명시해 과노동을 방지하고 불가피한 추가 노동에 대해서는 제대로 보상하자는 것이다. 작가들은 회차 단위로 보상을 받는데 업계에서 요구하는 회차당 컷 수가 늘면서 노동 부담이 커지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작가는 “플랫폼, CP별로 계약 조건이 다르긴 하지만 매주 60~70컷 풀컬러 작업량을 요구하는 경우가 많다”라며 “할당량을 넘겨서 작업하는 경우도 빈번하지만 '슈퍼을' 신인 작가의 경우 초과 노동에 대한 보상도 요구하지 못하는 게 현실”이라고 꼬집었다.
창작계·학계 등 입법 방향에 동의하는 측에서는 시장의 파이는 커지는 반면 이를 담아낼 법 체계가 여전히 ‘만화 시대’에 머물러 이해관계자간 갈등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지고 있다고 본다. 오히려 미스매치를 해소할 새로운 제도적 기반을 마련하면 장기적으로 웹툰 산업도 한층 탄력을 받을 수 있다는 주장이다. 한국콘텐츠진흥원에 따르면 지난 2020년 기준 전체 웹툰 작가 수는 전년(3438명) 대비 115.4% 늘어난 7407명이며, 신작은 2617건이 발표된 것으로 나타났다. 플랫폼·에이전시(CP)를 망라한 업체당 웹툰 관련 평균 매출액은 34억 8800만 원으로 조사됐다.
이전에도 웹툰 산업 특성을 반영해야 한다는 문제의식에 따라 법안 발의가 이뤄졌지만 모두 웹툰 산업이 무르익기 전인 지난 2012년 만들어진 만화진흥에 관한 법률(만화진흥법)을 뜯어 고친 개정안이었다. 웹툰 산업을 둔 제정법이 발의된다면 이번이 처음이다.
윤자영 충남대 경제학과 교수는 “업계에서는 당장 경쟁력을 우려하는 말이 나올 수 있지만 그간 웹툰이라는 새로운 형식의 콘텐츠가 나왔지만 울타리 역할을 하는 법이 없었다는 점이 문제였다”며 “이 산업에서 창작자 역할의 중요성을 생각하면 이들이 과로로부터 벗어나고 정당한 대가를 받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지난 2월 창작자, CP, 플랫폼, 정부 등이 참여한 ‘웹툰 상생협의체'가 출범해 창작 노동, 계약 관행, 작품별 매출 공개 등을 논의해왔다. 협의체는 작품별 매출을 공개하는 데 대해 어렵게 합의했지만 다른 부분에 대해서는 뾰족한 결론 없이 활동이 마무리될 것으로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웹툰 당사자간 대화로 문제를 해결을 하지 못한 창작자들과 이에 공감한 정치권은 결국 법률적 해결 방안으로 방향을 틀었다”며 "기존 만화 산업과 구별되는 웹툰 산업의 특성과 구조를 반영한다는 점에서 업계에 미치는 영향과 의미가 남다를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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