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魂 담은 유니폼 '힙한' 디자인도 합격점"[서재원의 축덕축톡]

◆축구 디자인 전문가 4인의 평가
호랑이 무늬·백호 엠블럼 조화
한국 정체성 잘 표현●재질도 우수
원정용 삼태극 패턴은 가장 파격적
4년 전 러 월드컵보다 후한 점수
세모 형태 도깨비 꼬리엔 이견도

황희찬(왼쪽)과 지소연이 2022 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팀 유니폼 공개 행사에서 새 유니폼을 선보였다. 사진 제공=나이키코리아

한국 대표팀의 2022 카타르 월드컵 홈 유니폼은 도깨비와 호랑이를 주제로 제작됐다. 사진 제공=나이키코리아

“도깨비와 호랑이를 생각하면 두려움 없이 어떤 상대에 맞서는 이미지잖아요. 그런 힘을 갑옷처럼 입고 경기장에 나설 수 있다니 자랑스러운 시간이 될 것 같습니다.”


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팀 공격수 황희찬(26·울버햄프턴)이 최근 열린 ‘2022 축구 대표팀 유니폼 공개 행사’에서 밝힌 소감이다.


글로벌 스포츠 브랜드 나이키가 공개한 한국 대표팀의 홈 유니폼은 우리 문화의 상징으로 꼽힌 도깨비와 호랑이를 주제로 제작됐다. 강렬한 붉은색 바탕은 두려워하지 않고 거침없이 맞서는 도깨비를 보고 착안했으며 호랑이 줄무늬 패턴은 용맹스러운 힘과 기개를 담아냈다는 게 나이키의 설명이다. 원정 유니폼은 삼태극에서 비롯된 빨강·파랑·노랑이 검정 바탕 상의 전면을 뒤덮고 있다. 나이키는 “삼태극 패턴은 전 세계로 퍼지는 한류를 나타낸다”며 “홈 유니폼처럼 호랑이 무늬도 연상시킨다”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새 유니폼에 대한 전문가들의 생각은 어떨까. 축구 디자인 전문가 4인에게 의견을 구했다. 붉은악마·대전시티즌·경남FC·수원FC 등 무수한 엠블럼을 디자인한 장부다 부다장(BUDAJANG) 대표, 올해의 굿디자인 상품으로 선정된 2022시즌 FC 서울 유니폼 등 다수의 국내 프로 구단 유니폼을 디자인한 조주형·이남석 라보나 크리에이티브 공동대표, 수원 삼성 라커룸 및 FC 안양·울산 현대 600승 기념 유니폼 등을 디자인한 박주현 스미스스포츠 대표 등이다.


대부분 2018 러시아 월드컵 유니폼보다는 훨씬 나아졌다는 의견이다. 특히 어깨에서 소매로 이어지는 부분에 들어간 호랑이 무늬에 대한 호평이 줄을 이었다. 장 대표는 “과거에 비해 ‘텍스처 감(재료 재질감)’이 생겼다. 토트넘의 이번 시즌 유니폼과 같은 방식인데 뱀 껍질처럼 돼 있다”며 “색감도 전체적으로 괜찮고 어깨에 호랑이 줄무늬가 들어간 것도 나름 신선하다”고 말했다.



2018 러시아 월드컵 때의 한국 유니폼. 연합뉴스

조 대표는 “큰 특징이 없었던 지난 월드컵 홈 유니폼과 달리 한국적인 정체성이 담겼다”며 “어깨에서 소매로 이어진 호랑이 무늬 패턴이 백호를 상징으로 하는 엠블럼과 어우러져 최고로 완성도 높은 조합을 보여준다”고 극찬했다. 이 대표도 “전체적으로 한국의 아이덴티티를 잘 보여준다. 원정 유니폼은 역대 가장 어두운데 낯설면서 새롭다”며 “직전 월드컵 유니폼에 비하면 디자인 면에서 한국을 잘 표현했다. 개인적으로는 2010 남아공, 2002 한일 대회 다음으로 좋다고 생각한다”고 평가했다.


박 대표는 “홈·원정 유니폼 모두 디자인적으로 완성도가 높다”며 “원정 유니폼은 기존에는 볼 수 없던 파격적인 시도를 함으로써 ‘힙한’ 것을 추구하는 MZ세대 축구 팬들의 니즈를 만족시킬 수 있을 것 같다”고 했다. 이어 “홈·원정 모두 최근 10년 내 대표팀 유니폼 중에서는 가장 높은 점수를 주고 싶다”고 덧붙였다.


물론 좋은 평가만 있는 것은 아니었다. 장 대표는 “도깨비 꼬리가 화살촉처럼 보인다고 했는데 우리나라 도깨비에는 꼬리가 없다. 서양 사람들이 생각하는 도깨비”라며 “어깨 부분의 호랑이 무늬 패턴이 유니폼 전체를 휘감았으면 더 무섭게 보이고 멋있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대표도 “유니폼 하단 세모 형태의 도깨비 꼬리는 크게 와닿지 않는다”고 아쉬움을 표했다.


대표팀은 23일 코스타리카, 27일 카메룬과의 평가전에서 처음 새 유니폼을 입고 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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