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21일 한 번에 기준금리를 0.75%포인트 올리는 ‘자이언트스텝’을 단행했다. 연준의 3연속 자이언트스텝으로 미국의 기준금리(3.00~3.25%)는 한국(2.50%)보다 높아졌다. 우리 경제의 고환율·고금리·고물가 등 ‘3고(高) 위기’가 심화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한미 간 금리 역전이 확대되면 우리 시장에서 외국 자본이 대규모로 유출될 수도 있다.
미국의 고강도 긴축 행보로 세계 금융시장이 요동쳤다. 21일 뉴욕 증시에서 다우존스 등 3대 지수가 일제히 하락했고 22일 국내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2009년 3월 31일 이후 13년 6개월 만에 1400원을 돌파했다. 한국경제연구원은 원·달러 환율이 최고 1434원까지 오를 수 있다고 전망했다. 고환율은 물가 정점을 지연시키고 금리 인상을 재촉하기 때문에 우리 경제는 지금보다 더 힘든 고통의 터널을 지나야 한다. 한계 기업과 ‘영끌족’ 등이 연쇄 도산하면 우리 경제는 회복 불능 상황에 빠질 수 있다.
그러잖아도 각국의 금리 인상,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중국의 성장 둔화 등으로 글로벌 경기 침체 공포가 커지고 있다.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를 예측해 ‘닥터 둠’이라는 별명을 얻었던 누리엘 루비니 전 뉴욕대 교수는 “세계 경제가 2023년까지 길고 지독한 경기 침체에 빠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정부가 최악의 시나리오에 대비해 정책 조합으로 단기·중장기 비상 플랜을 가동해야 하는 이유다. 우선 환율 안정과 자본 유출 방지 등을 위한 대응을 서둘러야 한다. 한미 통화 스와프 재개가 실효성 있는 대안이지만 여의치 않을 경우 필요시 유동성 공급 장치를 실행할 수 있도록 미국과 긴밀히 협력해야 한다. 또 가계와 기업의 도미노 부도를 막기 위해 은행의 대출 상황을 점검하고 집값이 연착륙할 수 있도록 정책적 대응을 하되 옥석을 가려 좀비 기업을 솎아내야 한다. 이와 함께 규제·노동·연금 개혁 등 구조 개혁을 통해 경제 체질을 개선할 수 있도록 총력을 쏟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