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0만명 학살 '킬링필드' 재판 종료…주범에 '종신형' 확정

22일(현지시간) 캄보디아 전범재판소에서 항소 기각돼 원심 판결 유지
당시 학살 지시자 대다수가 노환·질병으로 사망…역사 단죄에 한계

22일 캄보디아 전범재판소에서 열린 항소심에 출석한 키우 삼판 전 국가주석. 캄보디아전범재판소 제공

캄보디아 현대사의 상처인 ‘킬링필드' 대학살에 대한 국제사회의 심판이 16년만에 사실상 마무리됐다.


22일(현지시간) 캄보디아 전범재판소는 키우 삼판 전 국가주석(91)에 종신형을 선고한 원심에 대해 제기된 항소를 기각했다.


키우 삼판은 지난 2018년 11월 반인륜적 범죄를 저지른 혐의로 재판소에서 법정 최고형인 종신형이 선고된 바 있다.


그는 1975년부터 1979년까지 존속했던 크메르루즈 정권에서 캄보디아 내 베트남계 소수 민족의 대량학살을 주도한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졌다.


크메르루즈 정권의 2인자였던 누온 체아 전 공산당 부서기장도 이슬람 소수민족인 참족을 대량으로 학살한 혐의가 인정돼 같은 시기에 종신형이 선고됐었으나 지난 2019년 사망했다.


지난해 8월 19일 열린 항소심 마지막 심리에서 그는 집단 학살 및 반인륜 범죄를 주도한 사실이 없다고 주장했다.


이날 항소심 법정에 출석한 키우 삼판은 마스크를 착용한 채 헤드폰을 끼고 판결 내용을 들었다.


크메르루즈는 ‘붉은 크메르(Khmers rouges)'를 의미하며, 1967년 캄보디아에서 조직된 좌익무장단체다.


이들은 정권을 잡은 후 명목상 농업을 기반으로 하는 이상사회 건설을 추진한다며 최대 220만 명의 사람들을 굶주림, 고문, 처형, 강제노동 등으로 학살한 것으로 추산된다. 이 대학살은 이른바 ’킬링필드‘라 불리며 동남아시아 현대사의 비극으로 기억되고 있다.



캄보디아전범재판소 전경. 캄보디아전범재판소 제공

캄보디아 전범재판소는 캄보디아 정부의 요청에 따라 유엔의 지원 하에 지난 2006년 설치됐다.


하지만 크메르루즈 정권 1인자 폴 포트는 1998년 사망해 법정에 세우지 못했다.


또 주범 중 한명인 렝 사리 전 외교장관은 2013년에 숨졌고, 그의 아내인 렝 티리트 전 사회장관도 치매에 걸려 2015년에 사망하면서 결국 단죄하지 못했다.


이밖에 다른 관계자 4명에 대해서도 기소를 검토했지만 훈센 총리를 비롯한 캄보디아 정부 고위층이 사회 불안 조성을 이유로 반대해 무산됐다.


훈센을 비롯한 현 정권의 실세들은 대개 크메르 루즈 정권에서 활동했던 전력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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