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현지 시간) 미국 뉴욕증시의 주요 지수는 전날 있었던 9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의 후폭풍이 이어지면서 일제히 하락했습니다. 10년 만기 국채금리가 2011년 이후 처음으로 연 3.7%를 넘어서면서 나스닥이 1.37% 내린 것을 비롯해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과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가 각각 0.84%, 0.35% 떨어졌는데요.
시장에서는 연준의 지속적인 금리인상이 경기침체를 불러올 것이라는 우려가 급격히 커지고 있습니다. 전 세계적으로도 금리인상 바람이 불고 있는데요.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스스로도 내년 실업률이 4.4%까지 올라갈 것이라고 하면서 사실상 침체 가능성을 시인하기도 했죠. 30년 만기 고정 대출금리가 지난 주 6.02%에서 6.29%로 급등하면서 주택시장이 빠르게 식고 있는 점도 걱정거리인데요.
종목별로는 페덱스가 내년 1월부터 운송료를 평균 6.9% 올린다고 하면서 0.84% 상승했습니다. 지난 주 신규 실업수당 청구건수는 21만3000건으로 전주보다 5000건 늘었지만 여전히 역사적으로 낮은 수준인데요. 오늘은 어제 하락했던 10년 만기 국채금리가 왜 다시 뛰는지와 FOMC 하루 뒤 시장의 생각, 증시 전망을 전해드리겠습니다.
이날 오전 3.52~3.53%를 보이던 10년 만기 미 국채금리가 오전9시 이후 급등하기 시작하더니 한때 3.712%까지 치솟았는데요. 선물거래에서 상승세를 보이던 주요 지수들도 장개장 이후에는 줄줄이 마이너스로 돌아섰습니다. 어제만 해도 최종금리(terminal rate·터미널 레이트)가 시장의 예상보다 약간 더 높은 수준이고 5%까지 가지 않았다는 점에서 하락세를 보였죠. 안드레제이 스키바 RBC 글로벌 자산운용의 미국 채권헤드는 “점도표는 FOMC 전에 시장이 가격을 책정했던 것보다 약간 더(a bit more) 매파적이었다”고 했습니다.
그러던 것이 이날 상황이 다시 바뀐 건데요. 1차로는 약간이더라도 연준의 내년 최종금리가 4.6%로 월가 생각(4.5% 수준)보다 높긴 하죠. 기관에 따라 최종금리가 더 높다고 보는 데도 있으니 이를 좀더 반영할 수 있는데요.
하지만 보다 근본적 원인은 밤새 이뤄진 주요국들의 기준금리 인상이었습니다. 영국(0.5%p)을 중심으로 스위스(0.75%p), 노르웨이(0.5%p), 인도네시아(0.5%p), 필리핀(0.5%p) 등이 금리를 올렸는데요. 다른 나라의 금리인상이 연준이 직접적 영향을 주지는 않지만 시장에는 간접적으로 영향을 줍니다.
돈이 금리와 수익률을 따라 움직이기 때문인데요. 지난 21일 3.3% 수준이었던 영국의 10년 만기 국채는 22일 3.5%가량으로 뛰었고 독일은 낮게는 1.84%에서 1.968%까지 상승했습니다. 미 국채에도 일부 영향을 줄 수 있는데요.
연장선에서 일본이 1998년 이후 24년 만에 환율개입에 나선 것도 한 요인이라는 얘기가 흘러나옵니다. 일본은 7월 현재 1조2300억 달러어치의 미 국채를 갖고 있는데요.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일본 정부는 시장개입 세부내역을 공개하지 않고 있지만 일본 정부가 달러를 팔고 엔화를 사들이기로 하면서 미 국채를 팔 것이라는 분석들이 있다”고 전했습니다.
실제 2년 물 미 국채도 이날 한때 4.163%까지 올랐는데요. 브래드 셋서 미 외교협회(CFR)의 선임 펠로는 “아시아 중앙은행들이 시장에 개입하게 되면서 미 국채를 파는 대신 달러 현금을 원한다”며 “이는 국채시장에서는 당연한 일”이라고 전했습니다.
10년, 즉 장기금리가 오른다는 것은 결국 길게 봤을 때 금리가 높아질 것이라는 뜻이니까 인플레이션이 생각만큼 내려가지 않을 것이라는 불안감을 반영했다는 해석도 있습니다. 마켓워치는 “10년 물의 움직임은 인플레이션 기대와 더 밀접하게 연관돼 있는 것 같다”고 해석했는데요. 10년 물은 다음 시험대가 3.76% 수준입니다.
여기까지 오면 경기침체 우려가 큰데 왜 금리가 상승하느냐는 의문이 들 수 있습니다. 안전자산 선호현상이 나타날 수 있어서죠.
위의 내용과 전체적인 틀 안에서 설명드리면, 이날 2년과 10년 물 국채금리 역전폭이 더 벌어졌습니다. 전반적으로 오르긴 하되 단기는 정책금리 상승 전망에 더 오르고 장기는 침체 걱정에 상대적으로 덜 올랐다고 볼 수 있는 건데요. 미 경제 방송 CNBC는 “이날 2년과 10년 만기 채권 간 금리격차가 0.568%p까지 벌어지면서 역전현상이 더 심해졌다”며 “몇몇 애널리스트들은 단기가 장기보다 현저하게 높은 것을 경기침체의 신호로 보고 있다”고 봤습니다.
이번엔 어제 FOMC에 대한 시장의 분석을 살펴보죠. 하루가 지났으니 좀 더 명확한 해석이 가능한데요.
전반적인 분위기는 ‘매파 연준’으로 확연히 자리잡는 모양새입니다. 전 연준 부의장인 로저 퍼거슨은 “어제 연준은 더 빨리, 더 높게, 더 오래간다고 했다”며 “시장이 연준에 발목을 잡혔다”고 봤는데요. 중간선거를 앞두고 금리인상에 대한 정치적 부담이 크지 않겠느냐는 질문에는 “(파월 의장에게는 금리인상 외에) 선택권이 없다”며 “인플레와 싸우는 것은 의회가 준 권한이며 파월은 이것이 장기적으로 고용시장을 위해 필요하다고 본다. 고용과 물가안정 두 임무를 다하는 것”이라고 덧붙였죠.
누빈의 최고투자책임자(CIO) 사이라 말릭의 생각도 비슷한데요. 그는 9월 FOMC의 의미로 ‘3고’를 들었습니다. 말릭 CIO는 “9월 FOMC는 투자자들에게 삼키기 힘든 알약이었다"며 “더 높은 금리와 인플레이션, 실업을 의미한다”고 했는데요.
버락 오바마 행정부에서 백악관 경제자문위원회 위원장을 지낸 제이슨 퍼먼 하버드대 교수는 더 높은 최종금리를 예상합니다. 그는 이날 자신의 트위터에 “자체 추정 시 2023년 연준의 기금금리가 5.25%에서 피크를 칠 것으로 본다”고 했는데요. 5%를 훌쩍 뛰어남을 수 있다는 겁니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fA) 글로벌 리서치는 연준이 11월 0.75%p, 12월 0.5%p, 내년 1분기 2차례 0.25%p씩 금리가 올라가 최종금리가 4.75~5.00%가 될 것이라고 점쳤죠.
이날 증시도 그랬지만 월가 역시 분위기가 좋지 않았는데요. 크리스 아렌스 스티펠 니콜라우스의 전략가는 “대부분의 시장 관계자는 연준이 과도하게 움직일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며 “나는 연준이 지금 예상한 것보다 더 높은 수준으로 금리를 올려야만 하는 상황이 올 확률이 크다고 본다”고 설명했습니다.
이렇다 보니 9월 FOMC를 전후로 침체 우려가 급격하게 퍼지고 있지요. 트루이스트의 키스 러너는 “그것(약한 침체)은 말이 되지만 침체가 길어질 가능성을 얕보지 마라”며 “연준 정책의 불확실성이 크다. 금리급등과 지속적인 역전현상은 경기둔화 공포를 키운다”고 강조했습니다.
에드 모야 오안다의 선임 시장 애널리스트는 “연준은 전 세계가 공격적으로 금리를 인상해야 하는 길을 열었고 이는 글로벌 경기침체로 이어질 것”이라며 “인플레이션이 (낮아지는데) 얼마나 오래걸리느냐에 따라 그 심각성이 결정될 것”이라고 했는데요. 제롬 파월 연준 의장 역시 임금과 인플레이션 압력이 얼마나 빨리 내려오느냐가 소프트랜딩(연착륙)이냐 하드랜딩(경착륙)이냐를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었죠.
이와 관련해 연준 이코노미스트 출신인 클라우디아 삼이 연준에 있을 때 경기침체를 예측하기 위해 만든 법칙(Sahm's rule)을 참고로 볼 필요가 있는데요. 해당 규칙은 실업률 3개월 이동평균이 지난 12개월 동안 실업률이 가장 낮았던 3개월 평균보다 0.5%포인트 오르면 경기침체로 봅니다.
로이터통신은 “지금 (실업률) 최저치가 3.56%이니까 내년에는 법칙에 충분하다”고 했는데요. 연준은 내년 실업률로 4.4%를 제시했죠. 금융리서치 회사인 LH 메이어/통화 정책 애널리틱스의 데렉 탕은 “경기침체가 이미 시작하기 이전에 연준이 이렇게 급격하게 실업률 전망치를 올리는 것은 전례가 없다”고 우려했습니다.
재닛 옐런 재무장관이 “실업률을 5%까지 올릴 필요가 없다”며 그렇게 많이 실업률을 높이지 않고 인플레를 잡을 수 있는 길이 있다고 했지만 갈수록 그 길은 좁아지는 듯합니다.
증시 전망도 좋지 않은데요. 데이비드 루벤스타인 칼라일 그룹 회장은 “FOMC의 메인 메시지는 더 높은 금리이며 시장은 실업률이 (실제로는) 5~6%에 도달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받았다”며 “월가는 인플레를 연준의 목표인 2%로 낮추면서 소프트랜딩을 하는 것은 매우 어렵다고 보고 있다. 아마도 연준은 금리인상이 하드랜딩을 낳을 것을 알고 있을 것”이라고 짚었습니다.
다만, 그는 “한동안 고통이 이어질 것이며 6개월에서 1년 정도 갈 수 있다”면서도 “패닉에 빠질 시간이 아니다. 시점이 문제지 시장은 언제나 돌아왔다”며 어려워도 시장 밖으로 완전히 나가지 마라고 조언했는데요. 시기가 좀 다를 뿐 아나스타냐 아모로소 i캐피털 최고투자전략가도 “시장의 고통이 3~6개월 정도 더 갈 것”이라고 점쳤습니다.
에버코어 ISI는 연말 S&P500 전망치를 4200에서 3975로 낮췄는데요. 몇 주 내 6월 저점에 대한 재시험이 있을 것이라고 봤습니다. 에버코어의 줄리안 이매뉴얼은 “FOMC에 대한 시장의 반응은 경기침체 가능성의 상승을 반영하며 이는 추가적인 가격목표치 하락을 요구한다”며 “파월 의장은 잭슨 홀 때의 매파를 FOMC에서도 강조했다”고 설명했는데요.
‘신채권왕’이라고 불리는 제프 건들락은 “연준이 매파적이었다. S&P500이 3400으로 움직일 수 있으며 상황이 더 나빠지면 3000이 될 것”이라고 봤습니다. 조나단 크린스키 BTIG 기술전략가는 “지난 6월 저점으로 가는 것이 생각보다 빠를 수 있다”고 짚었는데요.
침체가 오면 어닝도 더 빨리 감소할 수 있다는 추정도 있습니다. CNBC는 “S&P500의 올해 주당순이익(EPS) 컨센서스가 225달러, 2023년에는 243달러로 지난해 208달러보다 많다. 경기침체기에는 올해와 내년 수치가 2021년 이하로 빠르게 줄 수 있다”고 했고, 앨리의 수석 시장&머니 전략가 린제이 벨은 “성장이 둔화하고 금리가 오르면서 기록적인 수준으로 감소할 가능성이 있다”고 봤는데요.
지금으로서는 개인들도 비관적입니다. 미국 개인투자자협회는 최근 시장이 약세를 보일 것이라고 봤던 이들의 비중(60.87%)이 글로벌 금융위기 때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라고 밝혔는데요.
또 하나 봐야 할 것은 연기금의 채권투자입니다. 윌셔(Wilshire)에 따르면 6월 말 현재 공공연금의 채권투자 비중이 17.34%로 1년 전의 18.91%보다 되레 감소했다고 합니다. 연준이 3월부터 금리를 인상했는데 더 떨어진 거죠. 하지만 이 자료는 거꾸로 볼 필요가 있는데요. 조사 시점이 6월 말이어서 지금은 10년 물 국채금리가 더 높아진 상황이죠. 앞으로도 금리가 더 오르면 연금들도 더 관심을 가질 수 있는데 그동안 비중이 감소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채권시장으로의 자금이동이 더 많아질 수 있다는 계산이 가능합니다. 증시에 타격이겠죠.
반면 긍정론자들도 건재합니다. 펀드스트랫의 톰 리는 “많은 선행지표가 보여주듯 인플레이션이 급격히 개선되기 시작하면 시장은 현재 연준의 경로만으로도 인플레이션을 통제하는데 충분하다고 볼 수 있다”며 “이는 위험자산이 상승할 수 있게 해준다. 연말에는 꽤 잘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는데요.
샘 스토발 CFRA의 수석 투자 전략가는 “연준이 더 매파적이라고 해서 시장이 4분기에도 반등하지 못하는 건 아니”라며 “6월 최저치를 다시 시험할 수 있지만 연준의 로드맵대로만 이뤄진다면 투자자들은 안도의 한숨을 내쉴 수 있다. 4분기 랠리를 포기한 건 아니지만 더 작게 이뤄질 수는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시카고 연방준비은행에 따르면 16일로 끝난 주의 국가금융여건지수(NFCI)가 -0.19로 전주(-0.20)보다 0.1포인트 상승했습니다. 이 지수는 플러스로 갈수록 긴축을 의미하는데요. 가까이는 7월8일이 -0.14였습니다. 기준금리가 4% 선에 도달하면 한번 멈춰서서 주변을 봐야 한다는 얘기들이 나오지만 여전히 갈 길이 꽤 남았을 수 있겠습니다.
[김영필의 3분 월스트리트 유튜브 생방송] : 미국 경제와 월가, 연준에 대한 깊이 있는 분석을 제공하는 ‘김영필의 3분 월스트리트’가 유튜브 채널을 통해 여러분을 찾아갑니다. 매주 화~토 오전6시55분 서울경제 ‘어썸머니’ 채널에서 생방송합니다. 방송에서는 ‘3분 월스트리트’ 기사에 대한 상세한 설명이 이뤄지니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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