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月 30억弗 해외투자에 韓銀 달러 사용…환전수요 줄여 원화약세 방어

■한은과 100억弗 통화스와프
금융위기 후 14년 만에 계약 부활
연말까지 시한, 건별 최대 1년 만기
늘어나는 해외투자 맞춰 안정 조달
대표訴 권한 기금운용위 유지 가능성



국민연금과 외환 당국이 14년 만에 100억 달러의 통화스와프 계약을 부활시키기로 한 것은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3연속 ‘자이언트스텝’으로 22일 원·달러 환율이 1400원을 뚫을 정도로 치솟자 환율 방어를 위한 조치 중 하나로 분석된다. 전체 자산이 계속 늘고 있는 국민연금은 해외투자금이 3300억 달러에 달하고, 매년 300억 달러 이상 해외투자를 단행해 외환시장에서 달러 수요를 높여 원화 약세, 달러 강세를 유발한다는 비판이 끊이지 않았다.


국민연금은 23일 기금운용위원회를 열어 국민연금과 한국은행 간 100억 달러 한도의 통화스와프 체결 내용을 보고 받았다. 국민연금과 한은은 2005년에 통화 교환 방식의 통화스와프를 체결했다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한은이 외환보유액 부족으로 해지한 후 14년 만이다. 당시에도 환율은 최고 1500원 대까지 치솟아 177억 달러 규모로 양 기관 간 스와프 거래가 이뤄졌다.


이번에는 통화스와프 시한을 일단 연말까지로 설정하고 총 100억 달러까지 거래할 수 있게 했다. 그만큼 단기간 잠재워야 할 외환 거래 규모가 크고 국민연금의 해외투자 규모도 급증한 때문이다. 국민연금은 외환 수요가 있을 때 한국은행이 보유한 달러를 쓰기로 했으며 건별로 6개월 혹은 1년 만기로 계약을 체결한다. 이는 일반 시중은행과 국민연금이 맺는 통화스와프 만기보다 길어 국민연금 입장에서는 거래 위험과 비용을 줄일 수 있다.


양측은 앞으로 달러 환율이 오를 것을 예상하고 국민연금이 거래일의 매매기준율을 적용한 원화를 한은에 제공하고 그에 해당하는 외화(달러)를 받는다. 만기일에 한은은 기존 거래일에 적용한 환율을 기준으로 일종의 비용인 스와프 포인트를 빼고 달러를 원화로 바꿔 국민연금에 지급한다.


국민연금은 또 원활한 해외투자를 위해 필요하다고 판단해온 외화 단기자금 한도 상향도 심의·의결했다. 이태수 한국보건사회연구원장은 이날 기금운용위 모두 발언에서 “국민연금의 효율적인 해외투자를 위해 외화 단기자금 한도를 상향하는 지침 개정안을 심의 의결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국민연금은 2019년 3월 하루 기준 평균 잔액 외화 단기자금 한도를 3억 달러에서 6억 달러로 높였으나 국민연금의 해외투자 규모가 3300억 달러에 달하는 상황에서 너무 적다는 지적이 많았다.


실제 국민연금이 일부 투자 자산을 매각하면 단기 외화자금 한도에 막혀 원화로 환전한 뒤 해외투자시 다시 달러로 환전하는 과정이 필요했다. 불필요한 환전 비용이 들어가고 달러 유동성이 급감하는 요즘 같은 시기에는 국민연금의 일상적인 투자 활동이 외환시장을 요동치게 하는 부작용도 발생했다. 정해진 자산 배분 계획에 따라 해외투자 자산을 늘려온 국민연금으로서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했던 측면이 있었는데 3년 만에 외화 단기자금 한도가 5배 높아진 30억 달러로 설정돼 한숨을 돌리게 됐다.


이와 함께 국민연금은 해외투자에 필요한 자금을 외환시장을 통해 10억 달러까지 미리 조달하는 방안도 확정했다. 지금까지는 외화 선조달이 허용되지 않아 국민연금은 해외투자를 할 때마다 외환을 집중 매수해야 했다. 일반적으로 외환과 주식·채권 등 자산 가격은 반대로 움직인다. 즉 주식 등의 가격이 내려가 저가 매수 기회가 왔을 때 국민연금은 가격이 오른 달러를 사서 해외 주식 등의 자산에 투자해야 하기 때문에 수익은 줄어들 수밖에 없었다. 국민연금의 외화 선조달에 제약을 받지 않도록 한은과 맺은 통화스와프 거래 한도에는 이를 포함시키지 않기로 했다.


한편 기금운용위는 주주대표소송 제기 결정 주체를 기금운용본부에서 수탁자책임전문위원회로 변경하는 방안에 대해 기금위 소위원회로부터 중간 논의 결과를 보고 받았다. 앞서 3곳의 법무법인은 주주대표소송 제기 결정 주체를 변경하는 것에 법적인 문제가 없다고 판단해 기금위 소위에 보고 했다. 그러나 이에 대해 재계 측 위원들이 반대하면서 법률 전문가들의 의견을 추가로 듣기로 하는 등 사실상 주주대표소송 제기 주체를 변경하지 않는 방향으로 논의가 이어지는 모습이다.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